- 학이시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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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에 기초 해야 한다.
나는야 누군가, 조선의 사람
즐거이 조선의 시를 지으리 – 노인의 한 가지 쾌사, 제5,3-143 –
‘여기’에 바탕하라.
다산은 그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런 권고를 하고 있다.
“수십 년 이래 일종의 괴상한 의론이 있어, 우리나라의 문학을 크게 배척한다.
무릇 선현의 문집은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기에 이르렀으니 이는 큰 병통이다.
사대부의 자제로서 우리나라의 고사를 알지 못하고 선배의 의론을 보지 않는다면,
비록 그 학문이 고금을 꿰뚫었다 해도 절로 거칠게 될 뿐이다. 다만 시집은 급히 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상고문이나 차자, 묘문과 편지 등의 글은 읽어서 안목을 넓혀야
한다. 또 ‘아주잡록’, ‘반지만록’, ‘청야만집’ 같은 책도 널리 수집해서 두루 보지 않으면
안 된다.” – 두 아들에게 부침 –
중국의 역사는 제 손금 보듯 알고 중국의 고사는 제 집안 일처럼 훤하면서, 막상 우리나라의
옛일은 깜깜하게 모른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책은 펼쳐볼 생각도 않고, 중국 책만 열심히
뒤적인다. 그렇게해서 애써 글을 지어봤자 후배들 또한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 아닌가?
그런 공부를 왜 하며 그런 글을 왜 쓰는가? 다산은 아무리 훌륭한 학식을 지녔어도 제 것을
모르면 쳐줄 것이 없다고 나무랐다. 선배의 일화나 고사가 수록된 잡록류 책들과 부지런히
구해 읽어 안목을 넓히라고 주문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걸핏하면 중국의 고사를 인용하곤 한다. 이 또한 비루한 품격이다.
모름지기 ‘삼국사기’,’고려사’,’국조보감’,’여지승람’,’징비록’,’연려실기술’ 및 그밖의 우리나라
글에서 사실을 채록하고, 지방을 고찰하여 시에 넣어 쓴 뒤라야 바야흐로 세상에 이름나고
후세에 전할 수가 있다. –학연에게 부침-
독서뿐 아니라 시 창작까지도 우리나라의 역사 고사와 인물 전거를 폭넓게 활용할 때 우리나라
에서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 여기’ 를 살면서 ‘그때 거기’ 만 기욱거린다면 결국 비슷한 가짜가 되는데 그친다.
왜 죽을힘을 다 쏟아서 배우의 흉내만 내려 드는가?
진짜가 되려면 내 목소리를 지녀야 한다.
‘지금 여기’ 에 기초해야 한다.
다산이 73세 때 지은 시이다. 나이 들어 통쾌한 것은, 더 이상 격률이나 운자에 얽매이지 않고
퇴고에도 신경쓰지 않게 된 것이라 했다. 흥이 있으면 쓰고, 뜻이 떠오르면 짓는다.
조선 사람이 조선 시 쓰겠다는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붓 내달려 미친 노래 짓는 것일세.
험한 운자 반드시 구애치 않고
퇴고하며 구태여 끌지도 않네.
흥 이르면 그 자리서 뜻을 펼치고
뜻 이르면 그 즉시 베껴낸다네.
나는야 누군가, 조선의 사람
즐거이 조선의 시를 지으리.
- 중 략 -
배와 귤은 그 맛이 제각각이니
기호는 마땅함을 따를 뿐이라. – 노인의 한 가지 쾌사 –
요즘 경영을 하면서 내 스스로 ‘핵심 가치’에 대해서 생각 해 보곤 한다.
내가 속해있는 그룹은 ‘인간 존중’ 과 ‘고객 가치’가 가장 큰 핵심 가치 이다.
그러나 경영자의 한 사람으로 나는 이 가치가 주는 의미를 경영 현장에서 별로 느껴보지
못하고 있다. 내가 참석하는 경영 회의는 늘 ‘숫자’가 주는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숙성 되지 못한
결과물들을 끄집어 내고, 아직 미흡한 상태를 포장하여 뭔가 있는 것 처럼 내 보일려고 하는 듯 한 인상을 받을 때….
나는 생각 해 본다.
회의 석상에서 ‘화’를 내지 않고 다소 체면을 살려 이야기를 한다고 ‘인간 존중’이 실현 되는 건
아니다. “‘흥’이 있으면 쓰고, ‘뜻’이 떠오르면 짓는다” 라는 다산의 말 과는 다르게 경영 현장에서 ‘흥’ 과 ‘뜻’은 없고,
결과에 대한 책임만 있는 곳에 인간이 존중 될 수 있겠는가?
또다른 예로, 독한 회사를 자처하는 곳에서는 인격적인 모멸감을 느낄 만큼 야단을 맞거나, 실적 부진 같은 행위들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때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은 실적에 쫒기면 사람이 조급하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인간 존중의 의미를 잊은채 현장에 매몰 되어 간다.
그러나 회사는 성장 최 우선 주의로 가야 한다고 생각 하기 때문에 실적에 쫒기지만 매년 높은 성장 목표를 주고 결과를 만들지 못하면 책임을 지도록 유인 한다.
경영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는 ‘큰 회사’가 되기 보다는 전 보다 ‘좋은 회사’가 되라고 권고 하고
있다. 전년 대비 몇 % 성장 했다는 말 보다는 전년 대비 좋은 회사로 된 것들이 무엇 이였는지를
주의 깊게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 한다.
좋은 회사가 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종업원들이 만족하는 회사가 되는 길이 아닌가 싶다.
왜 학문을 하는가? 라는 질문에 다산의 대답은 명쾌하다.
지금의 현실을 더 풍요롭게 바꿀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가난과 질병 속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자기 백성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었다.
이런 본질을 놓치지 않고 스스로가 정한 핵심가치에 몰입한 결과, 당대 만이 아니라 후대까지도
많은 유익을 남겨주고 간 걸죽한 인물로 우리 안에 서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생각해 본다.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다름 아닌,
‘자기 직원들을 사랑하고 끝까지 품어내는 사람’ 이여야 한다 라고 말 하고 싶다.
직원들은 직장 일을 통해 자신의 생계를 해결하고 한 가장으로, 인간으로 삶을 꾸려 나간다.
그들을 야단 치고, 조급하게 만들어서 나올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초조 와 불안이 자신의 공동체를 좀 먹이게 할 것이다.
다산의 정신속에 깃들여 있는것은,
자신의 백성을 사랑한 것이 모든 것 보다 우선 했다는 그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이런 독백으로 한 주를 시작 해 본다.
“직원들을 귀하게 여기고 그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것 부터가 ‘지금 여기’에 기초한 가장
가치 있는 일의 시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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