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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5일 11시 55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정민스님 인터뷰사진 067.jpg

 

정민교수님. 2월에 찾아갔을 때 모습이다. 한양대학교 인문관 교수님의 연구실이었다. 약간 충청도 말씨가 섞인 점잖은 서울말을 쓰는 신뢰로운 인상이셨다. 다음날 공부에 방해가 되니 저녁 약속을 잘 잡지 않는다셨다. 다시 뵙게 되어 반갑다. 정민교수님을 통해 다산을 공부할 수 있어 좋다. 어렵지 않게 정성 가득하면서 단아한 글을 읽을 수 있다. 저자조사는 레이스 기간의 한시미학산책의 조사로 대체한다. 2012년에 낸 새로운 저서와 현재는 연구년 중이어서 한국에 안 계시다는 것을 덧붙인다.

 

한국한문학자인 정민교수는 충북 영동에서 태어났다. 1961년생이다. (2012년 현재 한국 나이로 52) 한양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그 대학 국문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처음 한시의 매력에 빠져 교과서와 참고서에 나오는 한시를 다 외웠다. 한문은 이미 쓸모를 잃었지만 그 안의 콘텐츠는 쓸모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다. 저서와 부제를 연도별로 모았다

 

출간연도

저자 나이

(한국 나이)

저서 제목

1988

28

1

한국역대시화류

1989

29

1

조선후기고문론

1990

30

1

시문학입문

1992

32

1

한국역대화류

1995

35

1

통감절요

1996

36

1

한시미학산책

1997

37

1

마음을 비우는 지혜

2000

40

3

돌 위에 새긴 생각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비슷한 것은 가짜다

2002

42

6

초월의 상상

와당의 표정

한문의 이해

2003

43

3

한시 속의 새 그림 속의 새

2004

44

2

미쳐야 미친다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선비의 지혜(3) = 미쳐야 미친다+옛사람 72인에게 지혜를 구하다+내아들 딸에게 아버지가 쓴다

2005

45

6

죽비소리

어린이 살아있는 한자교과서 1,2,3,4,5(만화)

꽃들의 웃음판 (한시로 읽는 사계절의 시정)

2006

46

4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다산치학 10 50 200)

청소년 살아있는 한자교과서 1,2,3

2007

47

3

다산어록청상

스승의 옥편 (한문학자의 옛글 읽기, 세상 읽기)

18세기 조선지식인의 발견(조선후기지식패러다임의변화와문화변동)

2008

48

2

아버지의 편지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2009

49

1

성대중처세어록 (경박한 세상을 나무라는 처세 어록)

2010

50

2

고전문장론과 연암박지원

2011

51

7

삶을 바꾼 만남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

옛사람 맑은 생각

다산의 재발견(다산은 어떻게 조선 최고의 학술그룹을 조직하고 운영했는가)

살아있는 한자교과서(청소년과 함께 살아숨쉬는 21세기 대안교과서, 생활과 한자/문화와 한자)

새로 쓰는 조선 차문화(다산 추사 초의가 빚은 아름다운 차의 시대)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젊은 인문학자 25인의 종횡무진 문화읽기) 

한시미학산책(개정판)

2012(52) : 정민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독서법, 일침, 삶을 바꾼 만남, 불국토를 꿈꾼 그들

 

2011년에 그는 7권의 책을 생산했다. 여러 화분에 모종을 심어서 물을 주는 것도 아닌데 한 해에 7권의 책을 써내는 것이 가능한가? 그의 저서 <미쳐야 미친다>가 한 군데에 대한 몰입에 대한 책이라면 그도 미쳐서 미친 한 사람일 것 같다. 이 많은 책을 쓰기 위해 그는 학교 연구실에서 많은 시간 공부를 했겠다.

 

l  다산 정약용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느낀다.

 

 

저자에 대한 개인적 평가

 

자신이 공부한 것을 자신의 연구에 적용하는 학자이다. 물고기를 잡으려고 그물을 쳤다가 기러기가 걸리면 어떻하겠어? 기러기도 잡아야지 하던 말씀이 생각이 났다. 올해도 벌써 3권의 저서를 출산하셨다. 다산처럼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계신가보다. 앞으로 어떤 걸 내실지 기대가 된다.

 

 

2.   내가 저자라면

 

1)    뼈대 및 목차

 

뼈대와 목차에 대해 저자가 설명해 놓은 부분이 있다.

 

145 지금 이 책은 10개 문목에 각 문목 별로 5개 항목을 두어 모두 50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항목은 다시 네 마디로 분절하여 모두 200여 개의 소항목이 된다. 10개의 큰 문목은 생각의 발전단계와 조기과정에 따라 설정하였다.

 

50개의 지식경영법을 10개로 묶었다. 무슨무슨 법이라고 이름이 붙어있다. 나는 한자를 참고하지 않고 익숙하지 않아, 한글만 옮겼다. 이렇게 정한 것도 다산이 권고한 대로 책과 글의 설계도가 되는 문목(목차)와 범례를 정리한 후에 쓰기 시작했을 것이다. 

 

머리말

서설 : 통합적 인문학자 다산 정약용의 전방위적 지식경영

 

1단계별로 학습하라 _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적 지식경영

1 파 껍질을 벗겨내듯 문제를 드러내라

2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

3 기초를 확립하고 바탕을 다져라

4 길을 두고 뫼로 가랴 지름길을 찾아내라

5 종합하고 분석하여 꼼꼼히 정리하라

 

2정보를 조직하라 _ 큰 흐름을 짚어내는 계통적 지식경영

6 목차를 세우고 체재를 선정하라

7 전례를 참고하여 새 것을 만들어라

8 좋은 것을 가려 뽑아 남김없이 검토하라

9 부분을 들어서 전체를 장악하라

10 모아서 나누고 분류하여 모아라

 

3메모하고 따져라 _ 생각을 장악하는 효율적 지식경영

11 읽은 것을 초록하여 가늠하고 따져보라

12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메모하라

13 되풀이해 검토하고 따져서 점검하라

14 생각을 정돈하여 끊임없이 살펴보라

15 기미를 분멸하고 미루어 헤아려라

 

4토론하고 논쟁하라 _ 문제점을 발견하는 쟁점적 지식경영

16 질문하고 대답하며 논의를 수렴하라

17 끝까지 논란하여 시비를 판별하라

18 생각을 일깨워서 각성을 유도하라

19 단호하고 굳세게 잘못을 지적하라

20 근거에 바탕하여 논거를 확립하라

 

5설득력을 강화하라 _ 설득력을 갖춘 논리적 지식경영

21 유용한 정보들을 비교하고 대조하라

22 갈래를 나눠서 논의를 전개하라

23 선입견을 배제하고 주장을 펼쳐라

24 단계별로 차곡차곡 판단하고 분석하라

25 핵심을 건드려 전체를 움직여라

 

6적용하고 실천하라 _ 실용성을 갖춘 현장적 지식경영

26 쓸모를 따지고 실용에 바탕하라

27 실제에 적용하여 의미를 밝혀라

28 자료를 참작하여 핵심을 뽑아내라

29 좋은 것을 가리잖고 취해와서 배워라

30 단계별로 다듬어 최선을 이룩하라

 

7권위를 딛고 일어서라 _ 독창성을 추구하는 창의적 지식경영

31 발상을 뒤집어 깨달음에 도달하라

32 권위를 극복하여 주체를 확립하라

33 도탑고도 엄정하게 관점을 정립하라

34 다른 것에 비추어 시비를 판별하라

35 속셈 없이 진실을 추구하라

 

8과정을 단축하라 _ 효율성을 강화하는 집체적 지식경영

36 역할을 분담하여 효율성을 확대하라

37 목표량을 정해놓고 그대로 실천하라

38 생각을 끊임없이 조직하고 단련하라

39 동시에 몇 작업을 병행하여 진행하라

40 조례를 먼저 정해 성격을 규정하라

 

9정취를 깃들여라 _ 따뜻함을 잃지 않는 인간적 지식경영

41 정성으로 뜻을 세워 마음을 다잡아라

42 아름다운 경관 속에 성품을 길러라

43 나날의 일상 속에 운치를 깃들여라

44 한 마디 말에도 깨달음을 드러내라

45 속된 일을 하더라도 의미를 부여하라

 

10핵심가치를 잊지 말라 _ 본질을 놓치지 않는 실천적 지식경영

46 위국애민 그 마음을 한시도 놓지 말라

47 좌절과 역경에도 근본을 잊지 말라

48 사실을 추구하고 실용을 지향하라

49 나만이 할 수 있는 작업에 몰두하라

50 ‘지금 여기의 가치를 다른 것에 우선하라

 

다산 정약용 선생 저술 연보

참고서목

찾아보기

 

2)    장점 및 보완점

 

다산의 저작이 풍부하게 적재적소에 인용되어 있다. 저자는 다산이 스스로 이야기하게 한다. 인용의 번역이 아름답고 단아하다. 정민교수 특유의 장점이 이 책에서도 빛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문장이 짧다. 읽기가 수월하다.

 

양괄식 서술이다. 10, 각 장마다 5항목이 들어 있어 모두 50가지의 소항목이 있는데, 첫머리에서 그 장의 뜻을 밝힌다. 일단 공부방법의 자구적 뜻풀이다. 본문에서는 4꼭지 글로 이걸 푼다. 4꼭지 글마다 다산의 저서 중 관련 부분이 근거로 인용, 제시된다. 맨 마지막에서 사기열전의 태사공왈처럼 다산은 말한다로 내용을 정리해두었다. 정리는 쉬운 입말이다. 이 설명방식이 50 항목 모두에 적용된다. 주는 것은 지루함보다 안정감이다.   

 

다산의 공부방법을 정리한 책이다. 50개의 무슨무슨법이 10개의 항목으로 묶여져 있다. 이 사자성어같은 공부법 이름은 다산이 정한 것이 아니라 저자가 이름 붙인 것 같다. 동어반복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3)    감동적인 장절

 

(1)   책읽기를 우물파기에 비유한 것

 

29 조선 후기의 실학자 위백규(1927~1798) [김섭지에게 줌]에서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을 때, 능히 담긴 뜻을 깊이 궁구하지 않고, 다만 구두와 풀이만 입과 귀로 섭렵하므로 마침내 확연한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 그래서 생각을 펼쳐 글로 지은 것도 또한 절로 이와 같게 된다. 책을 읽을 때 글로 글을 읽을 뿐인 사람은 끝내 오묘한 경지에는 나아갈 수 없다.” 책 따로 나 따로 노는, 입과 눈만의 독서를 경계한 것이다. 나아가 그는 독서를 다음과 같이 우물파기에 비유했다.

 

글을 지으려는 사람은 먼저 독서의 방법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우물을 파는 사람은 먼저 석자의 흙을 파서 축축한 기운을 만나게 되면, 또 더 파서 여섯 자 깊이에 이르러 그 탁한 물을 퍼낸다. 또 파서 아홉 자의 샘물에 이르러서야 달고 맑은 물을 길어낸다. 마침내 물을 끌어올려 천천히 음미해 보면, 그 자연의 맛이 그저 물이라 하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다시 배불리 마셔 그 정기가 오장육부와 피부에 젖어듬을 느낀다. 그런 뒤에 이를 펴서 글로 짓는다. 이는 마치 물을 길어다가 밥을 짓고, 희생을 삶고, 고기를 익히며, 또 이것으로 옷을 빨고, 땅에 물을 주어 어디든지 쓰지 못할 데가 없는 것과 같다. 고작 석 자 아래의 젖은 흙을 가져다가 부엌 아궁이의 부서진 모서리나 바르면서 우물을 판 보람으로 여기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

 

 

(2)   연구원 과정에서는 인문학 고전을 읽고, 인용문 필사해 가면서 책을 읽는다. 이러한 공부방법이 맞는 방법이라고 다산이 인가하고 있다. 인용문을 타이핑은 초서에 버금간다. 느리고, 힘들어서 자학적, 노동집약적 읽기 방식이라며 투덜댈 때가 많았다. 연구원 커리큘럼에 들어있는 600~800쪽의 고전을 읽는 것은 기초공사에 해당한다. 질은 관련된 구절을 필사하면서 간단한 소감을 메모하는 다산의 방법에 대응한다.  

 

140 어찌 초서의 효과를 의심하여 이 같은 질문을 한단 말이냐? 무릇 한 권의 책을 얻더라도 내 학문에 보탬이 될 만한 것은 채록하여 모으고, 그렇지 않은 것은 눈길도 주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비록 백 권의 책이라도 열흘 공부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141 아버지의 명으로 책을 읽으면서 하나하나 옮겨적던 아들들이 번거롭게 시간만 많이 드는 초서의 방법에 대해 회의가 들었던 모양이다. 책을 읽다 말고 붓을 들어 카드작업을 하려니까 독서의 맥락도 자꾸 끊기도, 무엇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다산은 초서야말로 책을 효과적으로 빨리 읽는 최선의 방법임을 거듭 강조했다.

연구원 과정의 책읽기, 인용문 필사, 타이핑 과정이 다산선생의 초록과 비슷하구나.

 

152 다산은 도능독의 그저 읽어치우는 독서를 독서로 인정하지 않았다. 아무 책이나 다 그럴 수는 없겠지만, 그에게 책을 읽는 행위는 중요한 부분을 초록하고 의미가 맺히는 대목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메모해가면서, 지적인 성장과 인간의 성숙을 함께 이루어가는 행위였다.

연구원 읽기 방식의 인용문 필사, 그리고 감상 덧붙이기의 다산식 설명

 

473 다산 지식경영법의 기초는 카드작업, 즉 초서에 있었다.

 

 

(3)   자기 안의 호연지기를 보호하라는 맹자의 인용이 울림이 컸다. 다산은 꼼꼼하고 체계적이어서 답답하지 않을까, 일중독은 아닐까 싶은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이런 면 때문이다. 9장에 주로 이러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일상을 가꾸는 모습. 

 

496 득승양성은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노닐며 성품을 기르는 것이다. 긴장이 있으면 이완도 있어야 한다. 뻣뻣하게 굳어만 있으면 부러진다. 부드럽게 풀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뜻 맞는 사람들과 노닐며 성품을 기른다. 퍼내기만 한 마음 속 샘물이 다시 차오르도록

 

499 절정의 순간은 언제나 미리 깨어 준비한 자의 몫이다. 멍청한 인간들은 기차가 떠난 다음에야 그것이 기회였던 줄을 깨닫는다. 빗방울에 옷을 적실 각오없이는 세검정의 빼어난 풍광은 볼 수 없다. 비가 그친 뒤에 출발하면 늦는다. 비가 오기 전에, 혹은 비를 맞으며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최고의 세검정을 만끽할 수 있다.

 

499 탈출을 감행하라

서울의 공기가 몹시 답답했던 다산은 문득 고향 마재 앞 양수리의 푸른 밀이 견딜 수  없이 그리웠다. 이에 불쑥 근무지를 이탈해 천진암으로 놀러 갔던 일을 기록한 것이 [천진암에서 노닌 기] . 천진암처럼 내가 갈 곳은 어디일까?

 

500 갑자기 들이닥친 다산을 보고 놀라 가슴을 쓸어내렸을 가족들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먹고 싶어서 왔다는 말에 모두들 웃었다.

 

504 문리가 터진다는 말은 어려운 글을 줄줄 읽게 된다는 말이 아니다. 사물의 행간을 읽고 맥락을 소연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공부는 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천지 만물이 모두 책이다. 이 살아 생동하는 텍스트를 읽지 못하고, 고작 벌레먹은 옛 책을 외우는 것만 독서로 여긴대서야 공부의 보람이 참 무색하다. 다산의 글에는 자연이라는 텍스트를 멋지게 읽어낸 글이 적지 않다. 

 

507 늘 눌려만 있으면 용수철은 튀어오를 힘이 잃는다. 책만 책이 아니다. 천지만물이 다 책이다. 툭 트인 생각, 걸림 없는 마음은 자연 속에서만 얻을 수 있다.

 

508 귀양지에서 다산의 생활은 신산스럽기 짝이 없었다. 보통사람 같았으면 진작 자포자기해서 폐인이 되고도 남았을 그 긴 시간 동안, 올곧게 자신을 세워 뚝심있게 공부를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바로 일상득취의 묘를 잘 실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디를 가든 자신이 처한 공간을 정성껏 꾸몄다. 그것이 자신의 것이냐 아니냐는 상관하지 않았다. 거처를 옮길 때마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정원을 꾸미고 꽃나무를 심는 것이었다.

 

510 한창 젊은 시절 서울 명례방에 살 때 일이다. 코딱지만한 도회지 한복판의 마당이답답해서 정원을 꾸몄다. 그냥 심기에는 공간이 너무 협소해서 화분에 담아 울멍줄멍 늘어놓았다.

 

510 다산은 꽃밭에 꽃이 피면 벗들을 불러놓고 밤중까지 술을 마시며 놀았다.

 

513 다산이 이곳으로 옮겨온 뒤 초당은 점점 환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515 먼저 비탈을 깎아 아홉 층으로 돌계단을 쌓고, 거기에 채마밭을 만들었다. 층마다 씨앗을 구분해서 뿌렸다. 무와 부추, 늦파와 올배추, 쑥갓과 가지를 심었다. 아욱, 겨자, 상추, 토란 등도 심었다. 결채에서는 명아주와 비름 등 산나물이 제출에 돋아났다. 울타리에는 구기자를 줄지어 심었다. 고사리와 쑥을 캐서 국을 끓이고 뜸을 떴다. 울타리를 엮어 노루가 들어와 뜯어먹지 못하게 했다.

시늉만 낸 작은 연못도 넓게 팠다. 둘레에 있던 떡갈나무와 싸리나무는 베어내고 대신 단풍나무와 느릅나무를 심었다. 대통을 이어 샘물을 끌어들였따. 새끼 물고기도 몇 되 풀어놓았다. 올챙이도 거기서 자랐다. 울타리가 터진 곳은 대나무로 채우고, 양편 언덕엔 버드나무를 심았다. 백련사의 스님이 연못에 심으라며 아이 편에 연뿌리를 보내왔다. 당귀, 작약, 부양, 수구화, 모란이 여기저기서 돋아났다. 파초를 구해와 심었다. 포도덩쿨은 울타리를 타고 올랐다. 주인의 아들인 윤규로는 바닷가로 가서 온갖 기이한 모양의 괴식을 주워와 마당 곳곳을 꾸몄다. 이렇게 해서 초당은 온전히 다산의 체취가 스민 공간으로 거듭났다….초당은 지금은 기와지붕을 얹어 번듯하게 꾸며놓았지만, 당시에는 두 칸짜리 초가집이었다벽을 둘러 2천 권의 책을 나누어 쌓아놓았다. 초당에는 약절구와 차화로가 놓여 있었다. 흐뭇해진 다산은 축대를 더 쌓아 거기에 대나무 심을 계획을 세우는 등, 잠시 얹혀사는 처지였음에도 마치 주인처럼 정성을 쏟아 이곳을 가꿨다.

남의 집을 이리 가꾸며 사는 구나. 나는 셋집에 살면 집을 안가꾸게 되던데

 

520 평소 자신이 꿈꾸던 이상적인 공간구성을 아끼는 제자에게 알려준 다산은 불과 몇 해 뒤에 초당에서 그 꿈을 실현할 수 있었다.

나도 내 집, 내 교실을 이렇게 상상해야겠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야겠다.

 

 

(4)   목차와 대략을 먼저 세워놓고 작업을 하라는 말. 설계도를 먼저 그린다는 비유는 이런 작업의 필요성, 효과를 확연히 와닿게 한다. 11월 오프수업의 내용이 이것이다. 질문을 하라고 하시는데 고민이 부족하니 질문을 할 수가 없었다. 질문이 없는 두 번째 이유는 큰 그림만 그리고 해 가면서 만들어가면 되지 않겠나 싶기도 했다. 이것이 설계도라면 설계가 완료되지 않은 집의 공사에 들어갈리가 없다. 배선작업, 전기, 인테리어(작업공정이 무엇이든) 낭비와 시행착오가 많으리라.  

 

87 다산은 어떤 작업을 하든지 우선 목차와 범례를 확정하여 책의 목적과 전체 골격을 완전히 구성한 뒤에 착수했다. 이것은 완벽한 설계도면을 그린 후 건축에 들어가는 이치와 같다. 이러한 방식은 자식들을 위한 학습훈련뿐 아닐, 강진에서 이루어진 방대한 저작들의 편집과정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 그래서 그의 저작은 전체 규모가 마치 손금 보듯 선명하고, 각각의 부분이 전체와 긴밀한 짜임을 이루고 있다. 또한 체재가 정연하고 논리가 삼엄하여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막상 작업은 목표 없이 일단 자료를 모르고 본다는 식으로 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효율적이었다.

 

90 목차가 정연하지 않으면 생각도 덩달아 왔다 갔다 한다. 범례를 꼼꼼히 검토 정연하지 않으면 생각도 덩달아 왔다 갔다 한다. 범례를 꼼꼼히 검토해서, 혹시 작업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라. 목차는 생각의 지도다. 범례는 생각의 나침반이다. 지도와 나침반 없이 먼 항해를 떠날 수 없듯이, 제대로 된 목차와 범례 없이 큰 작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는 없는 법이다. 먼저 목차를 세워라. 범례를 확정하라. 

 

477 다산은 말한다. 작업에 앞서 반드시 밑그림을 그려라. 전체 설계도면을 자고 얼개를 짠 후 맥락을 파악해야 한다. 지금하는 작업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왜 하는 것인지를 꼼꼼히 점검하라. 이때 질문은 단순할수록 좋다. 그래야 공격목표가 명확해진다. 그 다음은 이 목표를 공략하기 위한 세부의 구성단계다. 이것은 작업 때마다 달라지므로 일괄해서 적용하면 안된다.

이 책을 한마디로 한다면? (부제)

 

 

(5)   글쓰기 훈련, 또는 책 쓰기에 대한 것

 

64 사람이 문장을 지님은 초목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 나무 심는 사람은 처음 심을 적에 뿌리를 북돋워 줄기를 안정시킨다. 이윽고 진액이 돌아 가지와 잎이 돋아나 이에 꽃이 피어난다. 꽃은 갑작스레 얻을 수가 없다. 정성을 쏟아 바른 마음으로 그 뿌리를 북돋우고, 도타운 행실로 몸을 닦아 그 줄기를 안정시킨다. 경전을 궁구하고 예법을 연구하여 진액을 돌게 하고, 널리 듣고 예를 익혀 가지와 잎을 틔워야 한다. 이때 깨달은 바를 유추하여 이를 축적하고, 축적된 것을 펴서 글을 짓는다. 이를 본 사람이 문장이라고 여기니, 이것을 일러 문장이라 한다. 문장이란 것은 갑작스레 얻을 수가 없다.  [양덕인 변지의를 위해 준 말] 7309

 

65 다산은 과문공부뿐 아니라 일반적인 학습과정의 지름길도 여러 곳에서 반복적으로 제시했다. 그 기본은 선경후사법. 즉 경전을 먼저 배우고 나서, 그 다음에 역사서를 읽는 방법이다.

 

468 이 글에서 다산은 학문의 종지가 큰 줄거리를 결정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간단히 말하면 효제를 바탕에 두고 예악으로 꾸미며, 실용에 기여하는 내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면 저술할 가치조차 없다고 잘라 말한다.

나의 첫 책 또한 이런 것이어야 하리라. 쓸데 없는 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종이와 잉크, 인력 낭비쓰레기 생산일 뿐.

나에게 주는 이득 3가지 :

남에게 주는 이득 3가지 :

 

545 다산의 삶과 학문을 통해 일관되게 들어나는 핵심가치의 첫 번째 지향은 바로 비민보세에 놓인다. 지금 내가 하는 이 일은 어디에 쓸모가 있는가? 이 물음에 마땅히 돌아오는 대답이 없으면 그는 어떤 작업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546 문제는 시문의 표현이 얼마나 굉장하고 아름다우냐가 아니다. 그 속에 담긴 도와 뜻의 내용에 달려 있다.

 

578 다산은 말한다. 작업에 앞서 쓸모를 생각하라. 왜 이 작업을 하는지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 지를 먼저 점검하라. 현장에서의 활용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579 오득천조는 하늘의 도움을 받아 일을 이룬다는 뜻이다. 하늘이 나를 도와 나를 통해서 이루고자 한 일이니, 결국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무슨 작업을 하든지 무턱대고 닥치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장점을 잘 파악해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핵심역량을 집중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590 다산은 말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말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해서 기쁘고 안 할 수 없고, 내가 다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라.

이건 신화에 관한 것이 맞다. 내가 가장 재미있어 하는 분야다. 나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읽어주길 매우 즐기는데, 그 내용이 신화에 기반했으면 좋겠다. 또는 장애있는 아이들이 집중 반복해서 읽으면 즐길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재미있고 단순하면서 깊은 삶의 지혜와 진실을 담고 있으면 좋겠다. 그림은 매우 단순해야 하리라. 장애있는 아이들은 선별적으로 주의를 집중하는 게 힘들다.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것. 새로 쓰는 신화, 진화하는 신화나 원형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 읽고 싶다. 그런 삶을 살아야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이리라. 이미 이런 걸 만들어내는 이들이 있을테지. 그들이 내게 닿기를 바란다.

 

 

(6)   정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부분이 많았다. 임금 정조에 대해 읽어보고 싶어졌다.

 

188 다산의 공부태도는 정조와의 공부과정에서 체득된 것이다.

정조임금에 대해 궁금하구나. 나는 혜경궁홍씨에 대한 글을 읽었다. 맏아들을 봄에 여의고, 정신이상이 있는 남편이 시아버지 영조와의 불화속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는 걸 목격하는 와중에 정조를 잉태해서 낳았다. 그 와중에도 저런 임금을 낳아 기른 것은 그 어머니된 사람의 성품관리가 철저했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글이었다. 이 책에서는 정조임금에 대한 궁금함을 부추기는 일화가 많이 나온다.   

 

275 정조가 도승지에게 말했다. “그가 진술한 강의는 흐름에서 벗어나 다만 마음으로 헤아린 것이다. 명확한 견해와 공정한 마음이 귀히 여길 만하다. 마땅히 이 답안을 으뜸으로 삼는다.”

 

287 싸우다가 구타하여 남을 죽인 자는 죽일 뜻이 없었는데 불행하게 죽음에 이른 경우가 열에 일고여덟이다. 칼을 뽑아 곧장 찌른 자는 반드시 그 마음이 지극히 원통하고 분해서 죽어도 참을 수 없는 경우이다. 때문에 나는 죽일 생각이 없이 죽인 자와 죽이려고 작정하고 죽인 자를 때때로 두 가지로 나눠서 살피곤 한다. 이것은 내가 실리는 것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법이 마땅히 그렇기 때문이다. (정조임금)

 

501 정조는 이런저런 모함과 구설에 휩싸인 다산을 지켜주기 위해, 천진암놀이가 있은 지 몇 달 뒤인 윤 6 2일에 그를 곡산부사로 임명했다. 잠시 도성을 벗어나 때를 기다리자는 뜻이었다. 전임 곡산부사의 실적이 너무 저조하여 파직된 뒷자리였다.

 

 

(7)   인간 다산 정약용이 궁금해진다. 왜 유배되었고, 유배지에서의 생활은 어땠을까, 다산 초당에 한 번 가보고 싶어진다. 강진과 남양주 모두. 정민선생님의 다산에 대한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다.

 

 

(8)   자식들에게 주는 성실과 근검에 대한 당부 (자식들에게 준 편지만을 모은 책도 있으리라. 읽어보고 싶다.)

 

565 나는 너희들에게 전원을 남겨줄 만한 벼슬이 없다. 오직 두 글자의 신령스러운 부적이 있어, 이것으로 삼을 두터이 하고 가난을 구제하기에 충분하다. 이제 너희들에게 주노니, 너희는 우습게 여기지 말아라. 한 글자는 근() 이고, 또 한 글자는 검()이다. 이 두 글자는 좋은 밭과 비옥한 땅보다 훨씬 나으니, 일생을 쓰더라도 다 쓰지 못할 것이다.

 

남도에 내려간 김에 강진 만덕산 기슭에 있는 다산초당에 들렀다. 나는 지금까지 이 곳을 열 번도 더 넘게 찾았다. 세상일이 답답할 때면 문득 다산선생같은 이 땅의 옛 어른이 그리워진다....다산 정약용 선생은 유배생활 중 이곳에서 10여 년을 외롭게 지내면서 5백여권이나 되는 불후의 저술을 남겼다....이 곳 동암에서 두 아들에게 띄워 보내 ‘유배지의 편지’를 이번에 가지고 가서 그곳 마루에 걸터앉아 읽는 감회는 뭐라 말로 형용하기 어려웠다...아버지는 유배생활 10년 째 되는 해 가을에 두 아들에게 이런 사연을 띄운다. ‘나는 논밭을 너희에게 남겨줄 만한 벼슬을 못했으니 오직 두 글자의 신비로운 부적을 주겠다. 그러니 너희는 이것을 소홀히 여기지 말아라’ 이와 같이 당부하면서 한 글자는 근勤, 또 한 글자는 검 儉 이다. 부지런함과 검소함. 이 두 글자는 기름진 논밭보다 나은 것이니 평생을 두고 필요한 곳에 쓴다 할지라도 다 쓰지 못할 거라고 했다. 그러면 부지런함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며, 아침에 할 일을 저녁 때 미루지 말라. 맑은 날에 해야할 일을 비 오는 날까지 끌지 말며, 비 오는 날에 해야 할 일을 날이 갤 때까지 늦추어서는 안된다. 집안 식구들이 하나도 놀고 먹는 사람이 없게 하고, 한 순간도 게으름이 없는 것을 부지런함이라 한다. 또 검소함이란 무엇인가. 한 벌의 옷을 만들 때마다 이 옷을 먼 훗날까지 입을 수 있는 지 헤아려 보아라. 가는 베로 만들면 머지않아 해지고 말테니 질박한 천으로 만들어 입으라 (법정스님 오두막편지 211)

 

 

 

(9)   어려움에서 좌절하지 않고 어려움을 견디며 이루어간 내용

 

376 이제야 비로소 사람이 궁해진 뒤에야 비로소 저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반드시 지극히 총명한 선비가 몹시 곤궁한 지경을 만나, 온종일 꼼짝 않고 지내면서 사람들의 말소리나 수레바퀴의 시끄러운 소리가 없는 뒤에야 경전과 예법의 정밀한 뜻을 비로소 얻을 수 있을 뿐이다. 천하에 이처럼 공교로운 일이 또 있겠느냐? 대개 옛 경전을 고찰하고서 정현과 가규의 주장을 살펴보니 대부분 건건이 잘못 풀이한 것이었다. 독서의 어려움이 이와 같다. [두 아들에게 답함 9-3]

 

556 간난불최는 어떤 역경과 시련에도 꺽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람의 그릇은 역경에 처했을 때 비로소 온전히 드러난다.

 

556 다산이 견지한 핵심가치의 두 번째 지향으로 이 절에서는 간난불최를 꼽겠다. 다산은 임금의 사랑을 한 몸에 입어 한창 절정의 순간에 올랐다가 급전직하 나락의 수렁으로 떨어졌다. 셋째형은 참수형을 당해 죽고, 둘째형은 자신과 함께 귀양 갔다. 한 집안의 풍운이 온통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다산은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학문에 매진했다.

 

562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람이 있고 위기 앞에 그냥 주저앉고 마는 사람이 있다. 평상시에는 비슷비슷해 보여도 위기 앞에 섰을 때 그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다산의 위기관리 능력은 탁월했다. 남 탓을 하는 대신 자신을 성찰했다. 백척간두 건곤일척의 위기상황을 그는 오히려 자기발전의 계기로 역전시켰다.

 

563 집에 책이 없느냐? 몸에 재주가 없느냐? 눈과 귀가 총명하지 않으냐? 어째서 자포자기하려는 게냐? 폐족이라 생각해서냐? 폐족은 다만 과거를 보아 벼슬하는 데 거리낌이 있을 뿐이다. 폐족으로 성인이 되거나 문장가가 되는 데는 아무런 걸림이 없다. 폐족으로 식견을 툭 트인 선비가 되는 것도 아무 문제가 없다. 거리낌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크게 좋은 점이 있다. 과거시험에 얽매이지 않는데다 가난하고 곤궁한 괴로움으로 인해 또 그 심지를 단련할 수가 있다. 지려를 활짝 열어 인정물태의 진실되고 거짓된 형상을 능히 구루 알수 가 있다.

폐족 중에 재주가 우뚝한 선비가 많다. 하늘이 재주 있는 사람을 낼 때 폐족에게 후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영달하고야 말겠다는 마음이 가려서 막는 바가 없어 독서하고 궁리함에 능히 진면목과 바른 골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평민으로 배우지 않는 자는 다만 용렬한 사람이 될 뿐이지만 폐족으로 배우지 않으면 마침내 패려궂고 비루하여 가까이 할 수 없는 물건이 되어 세상에서 버림받게 된다. [두 아들에게 부침]

 

 

(10) 기본에 충실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 매일 정해진 일과를 하고, 머리, 이빨이 빠지도록 공부하는 모습

 

385 재치만으로 한두번 통할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안된다. 힘있는 제 목소리를 내려면 바탕공부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말의 무게는 겉꾸밈 만으로 생겨나지 않는다. 듣는 이를 압도하는 묵중함은 평소에 쌓아온 온축의 힘에서 비롯된다. 다산은 경세제민보다 늘 수기공부를 앞세웠다. 자식들에게 누누이 강조한 것도 바탕공부의 중요성이었다. 다산 자신도 그 바탕공부 위에서 엄정하게 입장을 세워 힘있는 주장을 펼쳤다.

 

433 정과실천은 매일 일정한 목표를 세워놓고 계획에 따라 실천해나가는 것이다.

 

440 다산은 벼슬에서 물러난 아버지가 매일 주역의 괘 하나씩을 일과로 삼아 독서하는 것을 보았다.

이런 조상이 되어야겠다.

 

440 강진으로 귀양 온 뒤에는 예전에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그 자신도 일과를 정해 경학연구에 몰두했다.  

 

442 강진유배지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목표를 정해 앞으로 나아간 결과 나중에는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정약전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지금은 기력이 점점 쇠약해져서 몇 달 사이에 빠진 이가 셋입니다.”라고 적었다. 머리카락도 빠져 대머리가 다 되었다. 중풍까지 와서 작업에 집중할 수 없는 몽롱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다. 저절로 신경쇠약증세도 따라왔다. 이렇게 되자 주변에서 책을 보지 말도록 말렸다. 그만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몸을 해쳤다는 게 존경스러운 게 아니라 정과실천을 실행한 꾸준함에 존경심이 인다.

날마다 규칙적으로 읽고, 초서하는 습관을 연구원 1년차에 길러두어야 한다. 나는 하루 100페이지를 읽고 초서할 수 있으면 좋겠다. 대부분 600~800페이지의 책을 일주일에 읽게 된다. 이제 남은 기간의 목표는 그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전혀 못했다.

 

153 하나만 되풀이해서 읽고 또 읽는 것은 무모하다. 그 시간에 다른 경전을 나눠서 읽는다면 공부의 지루함도 덜 수 있고, 성취도 빠르다. 그거 해오던 방식만을 추수하여 잘못된 길로 이끄는 교육의 폐단을 비판했다. 다산은 맹목적이고 무모한 독서를 배격하고, 끊임없이 중요한 부분을 베껴쓰고 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메모하는 방식의 독서를 되풀이해 강조했다.

 

155 이런 방식의 즉각적인 메모방법을 질서라고 한다. 질은 질주한다는 말에서 보듯 빨리의 뜻이다. 그러니까 질서는 생각이 달아나기 전에 빨리 적는 것을 말한다.

 

155 질서정신의 핵심은 바로 의문을 품는데 있다.

 

158 기록을 보면 흔들리는 배 위에서도 쉴 새 없이 붓을 들어 듣고 본 광경을 메모하고 또 시를 짓던 다산의 모습이 역력히 떠오른다. 

 

158 이런 기록들은 하루를 마치면서 한꺼번에 적은 것이 아니다. 지명을 묻고 노정을 정리하면서 그때그때 의미 있는 내용을 간략하게 메모해둔 뒤, 이를 바탕으로 나중에 한꺼번에 적은 것이다.

 

 

(11) 제자 황상에 대한 것. 그가 황상에 대해 할 이야기가 더 있다고 2006년에 이야기를 했는데 그에 대한 책을 냈다. (<삶을 바꾼 만남> 2011)

 

481 내가 황상에게 문사를 공부하라고 권했다. 그는 쭈뼛쭈뼛 하더니 부끄러운 낯빛으로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제가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첫째는 너무 둔하고, 둘째는 앞뒤가 꽉 막혔으며, 셋째는 답답한 것입니다.”

내가 말했다. “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이 세 가지가 있다. 네게는 그것이 없구나. 첫째 외우는 데 민첩한 사람은 소홀한 것이 문제다. 둘째 글 짓는 것이 날래면 글이 들떠 날리는 게 병통이지.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거친 것이 폐단이다. 대저 둔한데도 계속 천착하는 사람은 구멍이 넓게 되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해진다. 답답한데도 꾸준히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반짝하게 된다. 천착은 어떻게 해야하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뚫는 것은 어찌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네가 어떤 자세로 부지런히 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 당시 나는 동천여사에 머물고 있었다. 황상, 임술기  

 

487 황상은 신분 때문에 과거를 볼 수도 없었다. 다산은 그래서 그를 학문의 길로 인도하는 대신 문학을로 이끌었다. 시에 대한 황상의 재주는 틀별히 남달랐다….다산은 1805 4월에 그에게 날마다 한 편씩 부를 짓게 했다. 일종의 정과실천법을 사용한 것이다.

 

489 신분의 차이도 있었고, 아버지 황인담이 술병으로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시묘와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입장이었던 황상은 초당의 강학에는 합류하지 않았다. 그러나 농사를 짓는 와중에도 그는 오직 스승의 말씀을 따라 모범이 되는 옛시를 읽고 부지런히 책 읽고 초서하며 지냈다.

 황상은 진솔하고 순박한 사람이었다. 겉으로 꾸밀 줄 몰랐다. 깊은 속내를 표현하지도 못했다.  

 

483 그는 평생 스승의 가르침을 뼈에 새기며 살았다.

 

491 황상은 요령이 없었을 뿐 스승에 대한 진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가 마재로 스승을 찾아온 것은 다산이 강진을 떠난 지 18년 뒤인 1836 2월이었다. 앞의 편지를 받고도 8년을 더 뜸들이다가 이승에서 마지막 한 번 얼굴을 뵙고 하직인사를 올릴 작정으로 스승의 회혼례에 맞춰 상경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때 다산은 잔치를 치를 수 없을 정도로 병세가 위중했다.

열다섯 살 소년으로 처음 만난 스승을 쉰을 눈앞에 둔 중늙은이가 되어 다시 만났다. 삭정이처럼 여윈 채 목숨이 사위어가는 스승에게 절을 올리는데 굵은 회한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스승도 반가워서 그 투박한 손을 잡고 같이 울었다.

 

491 결국 다산은 며칠 뒤에 세상을 떴다. 도중에 부고를 들은 황상은 걸음을 돌려 스승의 장례를 끝까지 지켰다. 그러고는 상복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후 또 소식이 끊겼다.

 

494 다산은 성심으로 제자를 가르쳤다. 황상 외에도 수많은 제자가 스승의 따뜻한 가르침에 깊이 훈도되었다. 마음에서 우러난 존경 없이 사제가 그렇게 완벽한 호흡을 맞춰 그 많은 작업을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12)  잘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계발한 후 역할을 분담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집체적 작업방식. 직장에서의 역할 분담에 대해 힌트를 준다. 강점혁명 책에서 개인화 테마가 여기에 관련이 되려나? 그 책에서 그것이 나의 강점이라고 했었다. 사람이 잘하는 것을 가려보는 눈을 길러야겠다.    

 

423 옛날 선왕들은 사물을 쓰는데 지혜가 있었다. 소경에게는 음악을 살피게 하고, 절름발이에게는 대궐문을 지키게 했다. 환관들은 궁궐을 출입하게 하고, 곱사등이나 병든 자, 또는 불구자 등도 각각 마땅한 곳에 썼다. 이 일은 가장 우선 살펴보아야 한다. [학유에게 노자 삼아 준 가계 8-28]

 

424 집에 종 하나가 있는데, 너희 형제는 언제나 힘이 약해 일을 맡길 수가 없다고 투덜댄다. 이것은 너희가 매번 난쟁이더러 산을 뽑아오라는 식의 일을 시키려 들기 때문에 그 힘 약한 것을 근심하는 것이다. 집안을 다스리는 법은 위로는 바깥주인과 안주인에서부터 남녀노소 형제와 동서에 이르기까지, 아래로는 노비의 자식까지도 무릇 다섯살 이상이 되면 각각 맡을 일을 나눠주어 한 시각도 놀며 쉬지 않게 한다면, 가난하고 군색함을 근심하지 않게 된다.

내가 장기에 있을 때 주인집의 성씨는 어린 손녀가 겨우 다섯살인데도 이를 시켜 마당에 앉아 솔개를 쫒게 했다. 일곱 살 짜리에게는 막대를 손에 들고 참새를 쫒게 시켰다. 나머지 한솥밥을 먹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책임을 맡겼다. 이것은 본받을 만하다. 집에 노인이 있으면 칡으로 새끼를 삼고, 노파는 언제나 실꾸리 하나를 잡고 손에서 풀어 감아야 한다. 비록 이웃마을에 마실을 가더라도 손에서 놓아서는 안된다. 이런 집은 반드시 남는 식량이 있어 가난을 근심하지 않는다. [학유에게 노자 삼아 준 가계 8-28]

 

425 사람은 저마다 역량의 차이가 있다. 절하는 일이 있고, 못하는 일이 있다. 맹상군의 3천 식객 중에는 도둑질 잘 하는 자와 성대모사 잘 하는 자도 있었다. 이들은 위기상황에서 대궐 창고에서 흰여우 갖옷을 훔쳐내고, 닭 울음소리를 흉내내서 성문을 열게 해 주인의 목숨을 구했다. 훌륭한 리더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그들의 최대치를 도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 개성을 무시하고 평준화시키는 방식으로는 안된다. 부분의 합이 늘 전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상이 되려면 역량에 따라 안배해 협동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427 한 사람이 이것저것 다 잘할 수는 없다. 어느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자면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여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공연히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만 해서는 결국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만다.

 

432 다산은 말한다….집체작업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구성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저마다 잘 할 수 있는 일을 골라 믿고 맡겨라. 

 

 

(13)  책을 쓰는 과정에서 편지로 벗에게 보내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토론, 소통을 통해 다듬었다. 이런 부분이 나는 매우 부족하다. 신랄하게 비판하지 않으며, 날카로운 비판에 감정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445 포름부절은 계속되는 토론을 통해 문제를 심화하고 성과를 함께 나누는 것이다. 포름은 고기와 쌀을 가리킨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양분을 여기서 얻는다. 밥과 고기를 끊지 않고 먹어야 신체가 건강해진다. 학문의 길에서 훌륭한 토론자의 지적과 일깨움은 정신의 고기요 쌀이다. 거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토론을 거듭하는 동안 문제가 더욱 선명해지고 정리가 요령을 얻으며, 논리에 힘이 붙는다.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452 두 사람 다 거침없이 지적하고 비판했지만, 모두 상대에 대한 깊은 존중과 인정의 바탕 위에서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다산 또한 인정할 것은 망설임없이 인정하고 물러설 수 없는 부분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렇게 남인과 노론 학자의 당색을 뛰어넘는 학문교류의 현장은 참으로 근사한 장면을 연출했다.

 

452 다산이 큰 학문을 이룩할 수 있었던 데는 이렇게 열린 생각으로 함께 토론하고 기꺼이 비판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

 

 

3.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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