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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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로필
부러진 발목으로 지구의 용마루를 올랐다. 입술이 부르트도록 꿈이냐 밥이냐를 놓고 고민했다. 집의 평수보다는 제 자신의 사유의 지평을, 자동차의 배기량보다는 꿈이 주는 마력을 믿고 있다. 직장인 아이덴티티를 혐오하지만 세상의 밑바닥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자신의 직업을 사랑한다. 자신의 잠세태潛勢態는 자유이며 지루한 일상을 격발하는 임계치가 곧 도래할 것을 찰떡같이 믿고 있다. 그는 사회의 미끈한 권위를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간주한다. 자신에게 친절할 것을 요구하는 돈과 기계 앞에서 고지식하게 돌아 앉아 있다. 그러나 내일 또 밥벌이를 위해 통근버스에 기진한 육신을 의지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런 비루한 현실보다 항상 강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길을 가다 가끔 중얼거리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한다. 에델바이스를 좋아해서 바위를 오르는 B급 알피니스트이고 조악하여 봐줄 수 없지만 애써 모른 채 하고 글을 쓰는 어설픈 작가다. 자신의 신화를 찾는다며 나선 길에 둘러맨 배낭에는 맥주 한 캔은 꼭 들어있다. 그 길로 산의 마루금을 걷는다. 차로 3시간이면 갈 길을 30일을 두고 걸어간다. 그런 아둔함으로 살아간다.
2. 제목
가. 출근하다 산으로 간 남자
나. 아무래도 나는 히말라야로 가야겠다
다. 나는 오른다.
라. 어디?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마. 마음을 따라 히말라야, 꿈을 좇아 에베레스트
바. 내 안에 우는 히말라야
사. 에베레스트 등정기
사. 어느 직장인의 히말라야(에베레스트) 회상
아. (우리에게는) (마음 깊은 그곳에) 히말라야가 있었다.
그곳에 산이 있었네
나의 우리 산 답보기
그녀, 내 마음의 산
3. 부제
가. 평범한 직장인의 특별한 에베레스트 등정기
나. 일상에 사는 이들에게 주는 히말라야 이야기
다. 일상에 지친 이들이여 히말라야를 준비하라
라. 8천 미터 히말라야가 이 땅의 (8백 만)직장인에게 들려주는 ‘사는 맛’
4. 이 책이 본인에게 주는 3가지 혜택
* 나를 위로할 것이다.
이 글은 나를 위로할 것이다. 써 나가며 내가 했던 선택들을 내가 미워하고 내가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그리고 괜찮다 할 것이다. 어쩌겠는가. 그게 나인 것을. 나를 이해하는 것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일 테고 나를 받아들이면 위로 받는 건 나일 게다. 어리석기도 하겠지. 못났기도 할 테고.
* 나를 먼저 끊어 오르게 할 것이다.
나의 저서는 나의 끊는 점이다. 무섭게 끊어올라 무겁게 짓누르던 뚜껑을 스스로 ‘뻥’하고 날려 버리는 때다. 독자들은 나의 온도를 가늠하고 그것이 100℃가 넘어감을 알아차려야 한다. 끊이다 만 미지근한 매운탕은 후각적인 비린내와 시각적으로 설익은 생선 대가리로 인해 곧 바로 버려진다. 장고와 고뇌가 임계점을 넘어서지 않은 모든 저작은 그 형태가 무엇이 되었든 대중에게 외면 받는다. 혹 미각을 흐리는 조미료로 대중을 기만하더라도 언젠가는 합당한 평가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나의 열정으로 인해 잉태된 작품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님을 잊지 말자. 내가 뻑가지 않으면 아무도 뻑가지 않는다.
* 산, 그 너머
그렇다 하더라도 내 저작은 나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 같다. 이 책은 다음 저작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 내가 미쳐 하지 못한 이야기, 더 확장할 수 있는 이야기, 내가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모두 이 책으로부터 비롯될 것이다. 졸작이 되더라도 좌절하지 말기다. 이 책으로 작가라는 말도 안 되는 타이틀이 나에게 붙여 지는 순간, 나는 부끄러워할 거다. 그리고는 더 부끄러워하지 않기 위해 자기검열에 들어갈 테고 어제의 나를 넘기 위해 잠 못 드는 날은 더 많아 질 거다. 나도 알지 못하는 나의 그 너머를 가기 위한 첫 시도가 될 터.
5. 이 책이 독자에게 줄 수 있는 3개의 주요한 혜택
* 독자는 나의 이야기를 읽고 자신(직장인으로서)의 삶의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다.
이야기는 늘여 뜨려 진 어깨, 흐리멍덩한 눈빛, 녹아 흐르는 허리, 파괴적 일상을 온 몸으로 맞버티는 직장인을 다시 곧추 세우는 평범한 직장인의 세계 최고봉 도전기다. 평범함이라는 안락 속에 파묻혀 하루를 기웃거리듯 살아가는 직장인에게 모험의 가치를 역설한다. 부러진 발목으로 세계 최고봉을 오른 평범한 사내의 일화를 통해 사회가 조장하는 두려움, 철벽 같던 현실이 자신의 꿈 앞에서 서서히 무너져 내릴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자신의 가치를 좇아도 삶이 죽지 않음을 목도한다. 전쟁 같은 사무실, 끊임 없는 생산성에 자신의 가치가 모두 털려 버리는 회사인간이 아니라 자신의 꿈에 근거한 상상인간의 가치를 재조명 한다.
* 독자는 나의 이야기를 읽고 경쟁의 논리 속에 쓰러져 있는 자신의 신화를 찾을 수 있다.
나는 글을 통해, 자본과 신기술의 파괴적 전진 속에 나라는 개인이 절단 나고야 마는 사태를 멈추게 하고 모든 권위와 경쟁을 부추기는 것에 대해 대항하기를 선동한다. 그 시작은 자신의 내면에서 숨죽이며 웅크리고 있던 자신의 신화를 발견하는 것이며 나는 수줍어하며 그 신화를 찾아 나서기 위해 첫 발을 내딛는 법을 내 삶의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 한다.
* 독자는 나의 이야기를 읽고 빌딩 숲이 아닌 나무 사이를 뛰어 노는 청량함을 느낀다.
자신의 졸렬함의 원인은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의 이유도 크다. 산과 강이 사람과 이야기하고 꽃과 나무가 같이 걷는 길을 상상하라. 어느 날 어느 순간 그대는 히말라야에서 아침을 맞고 있다 상상하라. 자일이 춤을 추는 거대한 바위와 외로운 봉우리 홀로 빛나는 텐트의 불빛을 상상하라. 희붐한 새벽녘 초승달과 그 옆에 빛나는 샛별을 상상하라. 해발 팔천 미터에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을 상상하라. 그리고, 솔 냄새를 맡으며 나무 사이를 뛰어 노는 그대의 아들과 딸들을 상상하라. 삶은 이렇게 청량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 말한다.
6. 이 책이 유사한 책들과 차별적인 이유를 3 가지
* 나의 이야기다. 이 세상에 유일한 개별성이다.
내가 다닌 산들을 열거하며 내 느낌과 정보를 주려는 글을 첫 책으로 쓰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미루었다. 산이 아닌 내가 세상에 나와야 함을 우선하기로 했다. 그래서 내가 쓰려는 책은 유일해 질 것이다. 나의 처지는 미끈한 그네들과 다른 스탠스에 있으므로.
* 연구원의 삶, 1년이 담긴다.
1년 간, 매일, 난데 없이 고전의 폭탄을 맞았다. 다행히도 나는 전사하지 않아서 살아있다. 전쟁은 나에게 더 이상 삶이 두렵지 않게 했다. 그 무모함을 주었기로 내가 읽어 텍스트화 된 글과 사유는 내가 감히 책을 써 내는 작업에 동참할 것이다. 꿇어 앉히기도 했고 일으켜 세우기도 했던 살아있는 인간의 텍스트들이 나를 그네들과 특별하게 구분 지을 것이다.
* 선동할 것이다.
나는 깊이 선동할 거다. 그리 살지 마라 할거다. 내가 그리 살고 있지마는 지금의 내 존재를 부인하고 그리 사는 이들을 일갈할거다. 조심스레 갔던 길을 이야기하고 신파적 눈물을 짜내는 감동은 피해갈 거다. 직선으로 말하리라. 등반가가 말하지 못하는 인간 존재의 근원을 이야기할 거고 문학이 말하지 못하는 등반을 이야기 할 것이다. 그리하여 그 식으로 선동한다.
7. 구성
프롤로그
나의 오지
1) 길을 거스르다
밥보다 꿈
현실보다 강해지기
어느 등반가의 메아리
왜 오르는가? (나에게 ‘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2) 무너진 곳에서 다시 일어서기
으깨진 발목 조각 난 꿈
기어이 가는 길
이 바쁜 때에
권위에 맞서는 자
직장인의 잠재태는 자유인
3) 지친 일상 붉은 일탈
잠들기 전 가야 할 길
피할 수 없는 고산병
나는 마치 웃는 듯 거칠게 호흡하고 있다
히말라야를 걷는 법
내 안에 우는 히말라야
(나는) 오디세우스의 후예
4) 신의 선택
그 날, 그 자리, 그 사람 그리고 두려움
고통에 대처하는 자세
죽여서 씻어낸다
신의 선택
5) 멈추어라 순간아 너 정말 아름답구나
인간의 시간 신의 시간 그리고 직장인의 시간
누가 삶을 비극이라 하는가
생긴 대로 살아가기
자유의 두려움
6) 누구의 신화 속에 살고 있는가
도대체 나는 누구란 말인가
잊혀진 것 회복하기
부끄러움과 부러움으로 돌아가는 바퀴
젊어서 떠나라
7) 꿈을 좇아도 죽지 않는구나
파괴적 전진에 절단 나는 작은 꿈들
기본 3점의 자충수
자일이 춤추는 거대한 바위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들어봐 이게 바로 아빠의 행복이란다)
에필로그
파에톤의 꿈
(서문) 나의 오지
‘부풀어 있는 옷에는 눈이 덕지덕지 묻어 있다. 한 차례 눈물이 지나간 후 눈물은 다시 얼음이 되어 눈을 되 찔렀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는 중에 히말라야 만년설을 머금은 준봉들이 바다처럼 펼쳐졌다. 호흡을 가다듬는다. 난 마치 웃는 듯 거칠게 호흡하고 있다. 지구면의 최고 높은 곳, 여기는 에베레스트 정상이다.’
가난한 언어로 산 오른 이야기를 늘어 놓기로 했다. 지구의 용마루를 올랐으나 나 혼자 오른 것이 아니고 무엇보다 아무리 겸손 떨어도 제 잘난 이야기로 수렴되는 여느 등반 수기처럼 낯 뜨거운 이벤트로 바스라질 내가 안타까웠다. 그리하여 나의 이야기는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두려워했다. 전문 등반가들처럼 입 벌어질 업적도 없거니와 우아한 등반사상을 갖춘 것도 아니어서 빈약한 내 이야기는 바람에 쓸려갈 수도 있겠다.
그런데, 사람들아, 들어보라.
평범을 기웃거리던 직장인 아이덴티티가 꿈을 좇아 길 떠날 수 있음을 목도해야 하지 않겠는가. 현실은 꿈을 파괴하지만 꿈도 현실을 부수어 낼 수 있음을 가슴에 새겨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주눅이 천역처럼 얹혀 있고 부자유가 삶을 압살하여도 왜소한 우주가 간절히 외치는 자유의 소리를 귀청을 때리는 침묵처럼 들어보라.
머리를 깨는 고소 증세로 두개골을 열어내고 싶었고 먹은 것들은 모두 토해내야 했던 곳이었다. 총알 같은 추위에 몸을 떨었다. 먹는 족족 토해내어 몸은 야위어갔고 터진 입술 위에 다시 터진 진물이 항상 끈적거렸다. 설맹으로 앞을 볼 수 없었고 부러졌던 발목이 오르려는 발목을 잡았다. 주저 앉기를 헤아릴 수 없이 반복했다. 왜 오르려 하는가?
사고로 27조각 난 발목으로 머리를 쥐어 뜯으며 지샌 밤을 헤아릴 수 없었다. 산을 사랑하는 이에게서 전두엽을 빼내어 갔다. 숨통 조이는 하루하루를 살다 어느 날,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꿈을 써놓은 종이가 천둥처럼 ‘쿵’하고 머리에 부딪쳤고 미친 도전은 시작된다. 그러나 현실을 둘러 보니 제약으로 가득했다. 회사, 가족, 체력, 금전, 의지, 부러진 발목. 무겁게 짓누르는 프레스와 같이 옴짝달싹할 수 없는 현실에 패배할 것이냐 현실보다 강해질 것이냐를 입술이 부르트도록 고민했다. 무엇이 자신을 죽음의 지대로 몰고 갔는지 알 수 없으나 조여오는 현실 앞에서 응력이 집중된 꿈이 임계점을 넘고 터져버린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 통쾌한 삶의 맛을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아마추어 인생도 더 이상 프로를 부러워하여서는 안 된다. 화끈한 한판에 목숨 걸 수 있는 인생은 엮인 것 많고 표면처리 된 미끈한 프로들이 넘볼 수 없는 인생이다. 그것이 어리석다 하더라도 운명에 맞버티는 아둔함을 버리지 말자. 무모한 자들은 무모할 수 있는 생의 권리를 획득한 자들이다. 수직의 빙벽에 꼭 붙어 총알처럼 떨어지는 얼음 조각을 피하는 그 무모함의 순간으로 이제 우리는 간다.
피곤이 동지처럼 어깨에 얹혀 있는 이 땅의 직장인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알 겨를이 없다. 시간에 쫓기고 돈에 쫓기어 그네들로부터 달아나는데 일생을 소모한다. 일상의 모든 속도에 한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가치는 묻혀 버린다. 무엇을 하면 나는 행복한지, 나에게도 역사는 있는지, 나의 신화는 무엇인지, 나는 도대체 누구인지 파괴적인 일상에 자신을 빼앗겨 버린 직장인은 그래서 어느 때고 무참하다. 언제고 주눅든다.
어느 날, 나는 수천 년 동안 오로지 제 자신의 속도로 운행하는 빙하와 마른 적 없고 멈춘 적 없는 만년설 그 눈발을 맞고 싶었다. 단지 빙하와 눈발처럼 자신의 속도를 알고 싶었다. 자신의 오지는 그 속도를 아는 것에 있다 여겼다. 그리하여 어리석은 도발을 감행한다.
무거운 눈을 하고 통근버스를 타고 다니던 일상이 히말라야에서 눈부신 아침을 맞이하며 ‘그래 이게 사는 맛이었구나’ 전율하며 눈물 흘린다. 그 아침과 그 눈물의 사태를 상상하라. 우리는 곧 그리로 간다.
땅으로부터 8천 미터, 그곳에서 일출을 보았다. 붉은 태양이 일 순간 대지를 삼킨다. 우주의 시간대로 존재 너머의 무엇이 그리하는 것을 보고 말았다.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지금을 사는 일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히말라야가 말해 주었다. 그 품에 안겨 사는 사람들의 활짝 웃는 미소에 내 삶이 가여워졌다. 그 무참함을 굳이 글줄로 풀어내기로 했다. 그리하여 글에는 이리저리 걷어 채이는 설핏 낡아 보이는 사유와 정서도 있다. 짐짓 모르쇠하며 읽어주시면 기쁨이겠다.
(꼭지 글) 나에게 오른다는 것은 무엇인가.
떠남은 원초적 유혹이다. 그곳에 있을지도 모를 무엇인가에 대한 기대다. 이 기대는 수천 년 동안 인간을 유혹했다. 인간의 역사는 이 유혹에 넘어가 홀연히 떠난 이들의 역사다. 길을 떠나고 현실을 떠나고 일상을 떠나는 데서부터 역사의 변곡점은 시작되었다. (주린 배를 부여잡고 척박한 토양을 떠난 그리스는 문명을 일구며 지중해를 제패하지 않았는가. )
그러나,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간다. 떠난 이들은 다시 돌아가는 것을 목숨과 같이 여겼다. 트로이 전쟁 10년을 치르고 고향인 이타카 섬으로 돌아가기 위한 눈물 겨운 오디세우스의 10년 행로는 3천 년 간 인간의 사유를 지배했다. ‘인간은 자궁이라는 이름의 무덤에서 나와 무덤이라는 이름의 자궁으로 돌아간다.’
(비교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인간의 이 기이한 회귀 본능을 일러 영웅의 귀환으로 규정하고 신화와 불교적 윤회 관점에서 그 보편성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했다. ‘인용’)
돌아오기 위해 떠나고 떠나기 위해 돌아온다. 먹기 위해 싸고 싸기 위해 먹는다. 즐거움은 괴로움에서 나오고 괴로움은 즐거움의 뿌리다. 사랑은 미움을 동반하고 미워하는 것은 사랑했기 때문이다. 채우기 위해 버리고 채우려 버린다. 인간이 어쩌지 못하는 이 빌어먹을 순환은 저주에 가깝지만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원형이다. 그 소모적 삶을 끊임 없이 반복하는 인류의 행위는 결국, 인간이 인간에게 가는 길이다.
인간이 가진 원초적 행위와 나의 오름은 다르지 않다. 떠남이 돌아옴을 전제한 여행이라면 오름은 내려옴을 전제한 일탈이다. 새로움 없이 진행하는 일상은 인간에게 떠남을 부추기고, 평범을 기웃거리는 존재는 나에게 오름을 추동한다. 나에게 오르는 것은 내가 원초의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영웅이 될 수 없는 자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영웅놀이인 것이다. 나는 그 속에서 보 잘 것 없지만 나의 신화를 만들고 싶었다. 산의 마루금에 찍힌 내 발자국은 왜소한 내 존재가 제 자신의 신화를 찾으려는 외침이다.
역사학자 윌 듀런트가 ‘남자는 여자가 기르는 마지막 가축’이라 한 말은 옳다. 야생을 죽이는 울타리를 머리로 들이 받으며 제 운명은 야생에 있음을 잊지 않는다. 언젠가 바스러질 뼈는 중력을 배반하며 뛰어라 하고 썩어질 근육은 화끈한 수축을 목말라 한다. 야생이 내 원형의 모습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내 남자로서의 정체성이 나에게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었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아마 죽을 때까지 울타리를 넘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할 것 같다. 내 삶이 임시성이 나를 그리로 내 몰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야생의 기억, 그 환각의 맛을 오름으로써 만끽할 것이다.
죽을 때까지 붓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화가, 들어올리지 못한 역기를 놓지 못하는 역도선수, 패배한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하는 타자, 수직의 빙벽에서 죽음과 맞버티는 등반가… 단명하여 짜릿한 삶을 맛을, 그 영원할 수 없는 유한을 사랑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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