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2012년 11월 19일 07시 19분 등록

2

 

 

 아저씨가 문구점에 들어가 있는 동안, 한 아이가 가방 속에 개구리를 꺼내고는 똥차 안으로 집어 던졌다. 능숙한 솜씨였다. 아저씨가 나오자 아이들은 일제히 도망가기 시작했다.

 

 ", 튀어! 똥꼬 아저씨 나왔다"

 "잡히면 똥물 맞는 거야"

 

 아이들은 똥이 묻을까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개구리를 집어 넣은 녀석은 벌써 언덕 위에 까지 올라가 있었다.

 

 "너희들, 이번엔 무엇을 넣었니?"

 "알아 맞춰보세요?"

 

 아저씨는 이런 장난에 익숙해져 있는지 여유가 있어 보였다. 아저씨는 아이들을 잡으러 가지 않고 오히려 똥차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모습이 오리가 뒤뚱거리며 걷는 것 같았다. 도망갔던 아이들은 차 문이 열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서 다시 아저씨 뒤를 따라왔다. 아저씨 뒷모습이 재미있었는지 아이들은 똑같이 흉내내면서 걸었다. 아저씨가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모두들 개구리가 펄쩍 뛰며 아저씨 몸에 올라 타는 것을 상상하고 있었다. 소년은 조마조마 했다.

 

 "애들아 고마워, 아저씨도 너희들에게 선물줄께"

 

 아저씨는 창문 너머로 무언가를 휙 집어 던졌다. 아이들은 똥물이 쏟아져 나오는 줄 알고 몸을 숙였다조금 전 소년이 문구점에서 가지고 나오려고 했던 폭죽이 바닥에 떨어졌다. 소년은 하나를 집어서 가방에 넣었다. 다른 아이들도 횡재라도 한 듯이 기뻐했다. 하지만, 똥차 안에 개구리를 집어넣었던 아이가 가방을 열자, 순간 개구리가 펄쩍 뛰어나왔고, 아이의 머리 위에 앉았다. 놀란 아이는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아이들은 재미있다며 낄낄대며 웃었다. 소년은 한 손으로 개구리를 잡고는 길 옆 풀숲에 놓아 주었다. 소년은 옆에 서 있는 한 아이에게 물었다.

 

 "아저씨 이름이 정말 똥꼬야?"

 "아니, 아저씨 이름은 뿌꼬라고 하는데, 모두들 '똥꼬아저씨' 라고 불러"

 "아저씨도 이 동네 살어?"

 ", 저기 언덕 위에 큰 나무 보이지, 그 옆에 있는 집이야, 어른들이 냄새 난다고 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하는 곳이야"

 

 

 소년은 아저씨가 사는 곳이 궁금했다. 자신을 구해준 아저씨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나고 소년은 아저씨가 살고 있는 언덕 위에 있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 입구가 보였다. 하얀 돌담들이 늘어서 있었고, 군데군데 초록색 대문이 보였다. 조금씩 오르막 길을 올라가자 골목은 좁아지기 시작했다. 차 한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길이었다. 뜨거운 햇빛 아래, 나무 가지들도 힘이 드는지 돌담 위로 축 늘어져 졸고 있었다. 언덕 위에 올라섰을 때 소년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가방을 내려 놓으니 어깨와 등이 땀으로 젖어있었다. 높은 곳이어서 그런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언덕 넘어 기찻길이 보였다. 마침 기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기차는 소년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고 지나갔다. 

 

 큰 나무 아래에 똥차가 보였다. 아저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똥차 위에 있던 긴 호수가 땅 밑에 내려져 있었다. 소년은 큰 나무 곁으로 걸어갔다. 나무 주변으로 초록색 이끼들이 자라고, 똥 냄새 대신 꽃 향기와 땅내음이 구수했다. 나무는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았다. 가지가 뻗어 나오는 것이 느껴졌고, 땅 밑에 있는 뿌리도 마찬가지였다. 소년은 두 손으로 나무의 몸통을 만져보았다.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왔다. 소년은 나무의 숨결을 느끼고 싶었다. 눈을 감아 보았다. 어둠 대신 주변이 환해진 기분이 들었다. 다시 눈을 뜨자, 조금 전 보았던 나무가 소년의 손을 잡고 있었다. 둘러보니 온통 초록 세상이었다. 똥차도 어느새 커다란 코끼리로 변해 있었다.

 

 "나를 느낄 수 있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무가 말하는 것 같았다.

 

 "따뜻해요 그리고 두근거려요, 당신은 누구세요?"

 "난 먼 우주에서 왔단다, 인간들이 아직 발견하지 않은 행성에서 말이야"

 "그럼, 외계인이예요?"

 

 나무는 서서히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소년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뿌꼬 아저씨구나"

 "그래, 넌 날 알아보는구나"

 "아저씨가 먼저 나를 찾아주었잖아요, 어떻게 나를 알아보셨어요?"

 "네 눈을 보면서 알았어, 슬픔이 있다는 것을 말이야, 난 마음으로 볼 수 있거든"

 

 소년은 뿌꼬 아저씨가 하는 일이 궁금해졌다.

 

 "그럼, 아저씨는 지구에서 무슨 일을 하세요?"

 "나는 인간들의 꿈을 푸고 있어, 내가 살고 있는 행성에는 꿈을 꾸지 않거든"

 "꿈이란 건 그냥 꿈일 뿐이잖아요"

 "하지만, 꿈을 꾸지 못하는 생명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거란다"

 

IP *.246.72.241

프로필 이미지
2012.11.21 18:19:48 *.62.163.89
오빠 재밌어요~ 벌써 다음 편이 기대되네요.^^
프로필 이미지
2012.11.22 07:08:24 *.194.37.13

고마워~ 준아!

글을 쓰면서 내가 치유되는 느낌이다~^^

프로필 이미지
2012.11.22 17:47:39 *.51.145.193

이거 왠만한 sf보다 더 몽환적입니다.

대화로 이끌어 가시는 법이 빨려 들게 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2.11.24 21:48:40 *.70.56.107

고마워~^^ 재용아,

또 다른 세상으로 그려보고 싶었는데,

빠져들었다고 하니깐 자신감이 생긴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2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정승훈 2020.10.02 6493
171 나의 인생 시계는 몇 시? 정승훈 2020.09.19 6497
170 마흔 나를 사랑할 적기 불씨 2020.10.03 6499
169 아이와함께하는삶_전화기너머 아이의 걱정 굿민 2021.02.19 6508
168 사자 컬럼 > 창조적 소수란 무엇인가? 에 대한 무엇들 혁산 2009.11.09 6509
167 나는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정승훈 2020.10.11 6514
166 진로활동으로 저자되다 정승훈 2020.11.14 6519
165 식당경영과 ISO(5회) - 업무분장 [1] 박노진 2006.08.29 6549
164 [39]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최코치 2009.03.01 6552
163 난 어떤 부류의 사람인가 [1] id: 깔리여신 2013.01.21 6553
162 분수? 유리수? 유비수? [3] [1] 세린 2012.12.31 6565
161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불씨 2020.10.25 6571
160 동기화 :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의 증거다 백산 2010.02.09 6578
159 [20]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직업 [10] 거암 2008.09.12 6591
158 노동과 경영 연재 6회 - 포스트포디즘 [1] 박노진 2006.02.19 6598
157 나의 강점은? [2] 정승훈 2020.10.18 6634
156 내가 생각하는 한국성과 사례 [1] 홍승완 2005.09.05 6637
155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의 증거다 [1] 백산 2010.01.11 6655
154 서로의 꿈 공유 정승훈 2020.11.08 6658
153 아빠는 효자야? 굿민 2021.03.20 6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