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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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가지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
퇴근 후에 자유공원에 갔습니다. 날이 추워서 사람들이 나오지 않아서 공원을 전세낸 듯 했어요. 무섭지 않았습니다. 오래된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의 푸른빛이 아름다웠습니다. 보라빛 다음에 나오는 아청빛입니다. 한 바퀴가 끝났을 때 더 걸을거냐고 나에게 물었습니다. 대답 안했습니다. 그리고 멈추지도 않더군요. 그 다음부터는 묻지 않고 그냥 1시간 걸었습니다. 혼자서 걷는 동안 아기엄마가 젖몸살을 앓지 않도록 남은 젖을 짜내듯 내 안에 고여있던 물기를 다 흘려보냅니다. 이유를 묻지 않고, 추측, 설명, 위로하지 않았습니다.
<천일 간의 자기사랑>은 연구원에 오면서 쓰자고 마음 먹은 책인데 나가리가 났습니다. 나는 마음이 아프고 힘이 빠집니다. 이것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해 계속 붙들고 있었어요. 하루에 한 가지씩 자기를 사랑한 것들을 적어볼까나요? 그럼 <천 가지 자기사랑>이 되려나요? <천 개의 자기사랑> 어디서 많이 들어보던 소린데...아 김형경씨 <천 개의 공감>이라는 책이 있었지요.
힘이 되는 말이 필요할 때 바로 그런 말을 구할 수가 없고, 바로 그런 사람을 만날 수가 없고, 위로가 되는 풍경, 노래를 바로 떠올릴 수가 없으니 평소에 책을 읽고, 시를 읽고, 음악을 듣고, 여행을 가고,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일이었어요. 무청 씨래기가 햇빛을 저장하듯이요. 평소에 운동하듯이 말입니다.
몸살이 나서 앓는 주말에 전남대 출판부에서 나온 '자기를 사랑하기' 책을 읽었습니다. 그건 자아존중감에 대한 책이었어요. 11월 오프 수업에서 선배님들이 네 책의 씨앗, 컨셉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어버버버 말을 더듬었습니다. 자아존중감으로 좁혀서 알아봐야겠습니다. 자기사랑이라는 과제가 어느 한 순간에 끝이 나는 건 아닌 듯 합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도 가장 커다란 문제가 자아존중감이었거든요. 내년에 칭찬통장을 만들거라네요.
내가 자기 사랑을 만들어가겠다고, 빈 쌀독 벅벅 긁어대는 소리만 낼 것이 아니라 내가 씨앗을 뿌려서 텃밭을 가꿔나가고, 내가 나가서 일을 해서 양식을 팔아오겠다고 선언했었지요. 지금은 잘 모르지만 나를 사랑하고 아끼고 가꾸는 법, 행복하게 하는 법을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배워가면 된다고 나를 다독였더랬습니다. 하루에 한 가지, 손톱만큼, 눈꼽만큼 사소한 걸로 나를 사랑하기...구체적으로 모아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나는 그에게 이 책 초고를 혼수로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니 안 팔리고, 책이 되지 않더라도 나는 이번 방학 때 써보고 싶어요.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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