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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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어느 시인이 보내준 시집을 보았습니다. 몇 개의 시 귀가 얽혀 나를 놓아 주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그 소리 들어 보실래요 ?
‘화병 속의 꽃은 허리부터 시든다’ (지는 꽃)
* 그래요. 화병 속의 꽃은 시들기 전에 허리가 먼저 꺽여요. 사람도 그래요. 갇혀있는 사람은 꿈이 지기 전에 먼저 허리가 꺽여요. 세상에 허리를 굽히기 시작하면 꿈을 피울 수 없어요. 피지도 못하고 허리가 꺽인 꽃처럼 가엾고 추한 것은 없어요.
‘우리의 적은 우리의 밥, 한 끼의 일용할 양식으로 뭉텅 잘려 나간 영혼’ (우시장의 예수)
* 사는 맛의 반은 먹는 맛이니 아무도 손가락질 할 사람 없어요. 가난한 사람은 밥맛에 굶주리고, 부유한 사람은 더 들어 갈 곳 없는 포만한 배를 미워해요. 정신도 항아리 같아서 한번 깨지면 되돌릴 수 없어요.
이 시인의 이름은 신종호인데, 우린 언젠가 서로 만났어요. 내가 시처럼 살고 싶다고 했더니, 이 사람은 나에게 ‘시인은 시처럼 살 수 없다’고 했어요. 시인의 역할은 다른 사람이 시처럼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말 내 마음은 시인도 시처럼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밥걱정 안하고말이지요.
그러나 한편 걱정도 됩니다. 배고프지 않고 시를 쓸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배고픔이 창의력이니까요.
밥, 우리를 살리기도 하고 우리를 죽이기도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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