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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12일 05시 56분 등록


우리집 부엌 창가에는 감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그 감나무 아래서 콩나물 자라듯이 커다란 떡잎들이 솟아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도 무성하게 갑자기 경쟁하듯 솟아오르기에 놀라워 자세하게 살펴보았습니다. 호박들이었습니다. 작년에 없던 호박들이 돌연 감나무아래서 집단 서식을 하게 된 것이지요. 영문을 몰랐습니다. 그러다 돌연 하나의 사건이 떠 올랐습니다.

작년 가을부터 겨울에 이르는 동안 나는 남해를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그곳의 어느 마을을 지나는데 영농창고에서 늙은 호박을 팔았습니다. 하도 크고 잘생겨서 3개를 만원에 사가지고 돌아 와 호박죽을 끓여 먹기로 했었지요. 창고에 두었는데 지난 겨울 추위에 이놈들이 다 얼어 버렸습니다.

먹을 수가 없어 감나무 거름이나 한다고 그 아래 두어 달 던져두었어요. 눈 덮이고 비 맞아 가며 호박은 푹 썩어갔습니다. 그리고 봄이 되어 꽃들이 필 때, 그 위에 흙을 좀 덮어 주었지요. 그리고 잊었던 것입니다. 아주 까맣게 잊었습니다. 그 호박의 씨들이 다시 다 살아났습니다. 흙을 뚫고 오른 떡잎들이 하도 예뻐서 울타리 밑에 거름을 하고 몇 개 심고, 어머니께 모두 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여러 곳에 남해 호박을 분양하셨습니다.

생명은 어떻게든 결국 자신이 살아갈 길을 찾기 마련인가 봅니다. 호박으로 태어나 다시 호박이 되기 위해 기를 쓰듯 우리도 우리로 태어나 우리가 되기 위해 모든 정성을 다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그렇게 될 것입니다. ‘ 나도 내가 되어 힘껏 살고 너도 네가 되어 힘껏 살게’ 될 것입니다.

살아 있음이 좋은 날입니다. 생명은 결국 자신의 생명을 살게 마련입니다. 생명의 힘을 믿고, 살고 싶은 대로 살아지는 대로 힘껏 살고 싶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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