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2006년 6월 13일 05시 30분 등록
결심했다. 이 한 보루를 다 피우면 담배를 끊겠다고..... 담배와 함께한 인생의 고비들을 반추했다. 힘든 일도 있었고 기쁜 일도 있었다. 한 개비, 한 개비 줄어들 때마다 이별의 슬픔은 커졌다. 그러나 마음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중략)

‘담배여, 그동안 너와 함께 즐거웠다. 그러나 이제는 그 때가 다 하였다. 나는 너 없는 인생을 살아볼 작정이다.(중략) 내 사랑하는 폭군이여, 안녕!’

최후의 한 개비가 남았다. 연기는 대기 속으로 흩어졌고 꽁초는 재떨이에서 허리가 꺾였다. 발리 여행 때 사온 사기 재떨이, 나는 그 재떨이를 깨끗이 비우고 따뜻한 물로 씻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담배라는 잔혹한 애인이 내게 남기고 간 이별의 정표였다.(중략) 지금은 담배와 그에 얽힌 모든 것들에 무덤덤해졌다. 피울 만큼 피우면서 천천히, 그러나 냉정하게 담배와 결별하는 이 금연법을, 나는 '애도의 금연법'이라 부른다.

- 김영하의 담배와 이별하는 법, 중앙일보 2004. 12. 31-

-------------------------------------------------------------


소설가 김영하는 금연을 시도하며 담배를 ‘잔혹한 애인’으로 의인화합니다. 그리고 애절한(?) 이별의식을 치릅니다. 그는 하루아침에 언제 보았냐는 듯 박절하게 담배를 내팽개치지 말고 삶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눈 애인으로서 그간의 세월을 애도하며 헤어질 것을 당부합니다.

저는 그의 의인화된 표현이 참 마음에 와 닿습니다. 자기화(自己化)되어 버린 무언가를 떠나보낼 때 갑자기 혐오하는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돌변하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헤어진 뒤에도 두고두고 당신을 괴롭힐지도 모릅니다. 이별의식이 필요합니다. 변화란 잘못된 만남과 이별하고 건강한 만남를 시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굿바이 세레모니’가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냐구요?

자, 우선 '잘못된 만남'이 무엇인지 선택하세요. 정해졌다면 그 대상을 이성으로 의인화시켜 보는 겁니다. 준비되셨나요? 이제 그(녀)와 이별여행을 떠납니다. 그(녀)와의 잘못된 만남이 시작된 처음으로 말이에요.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나요? 어떤 추억들을 쌓아 왔나요? 왜 그렇게 집착하고 떠나지 못했는지 돌아보세요. 매달린 것은 그(녀)가 아니라 ‘나’였지 않나요? 잘못된 만남을 키워 온 미성숙한 나의 사랑을 깊이 들여다보세요. 그(녀)가 나에게 줄 거라고 착각했던 그 정체가 무엇인지, 그(녀)가 나에게 남겨준 것은 무엇인지 바라보세요. 그리고 애도 속에 그(녀)를 떠나보내세요. 새롭고 건강한 사랑을 꿈꾸면서 말입니다.

당신에게도 쿨하게 헤어지고 싶은 잘못된 만남이 있지 않나요?

2006. 6. 13 문 요한의 Energy Plus [13호]



* 에너지 플러스는 정신경영아카데미(www.mentalacademy.org)를 통해 매주 목요일에도 발송되고 있습니다.

IP *.189.235.111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96 목요편지 -세번째 이야기 [3] 운제 2018.03.08 715
4295 [일상에 스민 문학] 효과 빠른 진통제 정재엽 2018.04.25 715
4294 먼 북소리 [2] 어니언 2022.06.16 715
4293 목요편지 - 5월의 노래 운제 2018.05.24 716
4292 [일상에 스민 문학] - 한 청년과의 만남 [4] 정재엽 2018.10.03 716
4291 목요편지 - 어린시절 두 장면 운제 2018.10.11 716
4290 목요편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운제 2018.12.06 716
4289 [금욜편지 82- 내 안의 또다른 나 일깨우기] [2] 수희향 2019.03.29 716
4288 가족처방전 – 가족은 어떻게 ‘배움의 공동체’가 되었나 [2] 제산 2018.09.10 717
4287 목요편지-여덟번째 : 유머에도 도가 있다 [1] 운제 2018.04.13 718
4286 [일상에 스민 문학] 휴가 책 이야기 1. 정재엽 2018.08.15 718
4285 [금욜편지 70- 1인 지식기업가 11년차 새해목표] [8] 수희향 2019.01.04 718
4284 모자라는 즐거움 [2] -창- 2017.08.26 719
4283 [금욜편지 55- 기질별 인생전환 로드맵- 입문] 수희향 2018.09.21 719
4282 [일상에 스민 문학] 가을 운동회 정재엽 2018.10.10 719
4281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중학생이 법구경을 읽는다고요? 제산 2018.11.19 719
4280 [금욜편지 89- 21세기에 프로로 산다는 것은] [4] 수희향 2019.05.24 719
4279 [금욜편지 33- 1인회사 연구원들과 공저] [6] 수희향 2018.04.20 720
4278 [목요편지] 위대한 가을을 위하여 [1] 운제 2018.08.17 720
4277 [금욜편지 76- 강상중을 읽고- 생각이 만드는 나] 수희향 2019.02.15 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