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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19일 00시 34분 등록





2006년 4월 17일, 런던 화이트하트레인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35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와 토튼햄 핫스퍼의 경기.

박지성 선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오른쪽 공격수로, 이영표 선수는 토튼햄 핫스퍼의 왼쪽 수비수로 나와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서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경기였고 실제로 그랬습니다. 이 경기에서 박지성은 전반 36분에 상대편 페널티 지역에서 이영표의 공을 빼앗아 웨인 루니에게 연결했고 루니가 토튼햄의 골문을 갈랐습니다. 맨유의 승리를 확정짓는 골이자 박지성의 시즌 7호 어시스트였습니다. 박지성은 웨인 루니를 포함해 여러 동료들과 축하 세레머니를 했습니다. 이영표는 한 번의 실수로 경기 내내 팬들의 야유를 받아야 했습니다.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영표의 공을 빼앗아 팀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박지성을 이날 경기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를 뽑는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에 선정했습니다. 그리고 박지성이 어시스트한 장면을 이날 경기의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습니다.

영국 사람들에게는 어시스트하고 골을 넣는 장면이 최고였겠지만 우리를 감동시킨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장면을 TV에서 보지 못했습니다. 그 장면은 한 카메라맨의 순간적인 포착 덕분에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촬영한 사람은 영국의 스포츠 전문 사진 에이전시인 ‘백페이지이미지스닷컴(backpageimages.com)’의 스코트 헤비(Scott Heavey)였습니다. 그의 사진은 누리꾼들에 의해 인터넷을 타고 순식간에 퍼져나갔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봤을 겁니다. 골을 어시스트한 박지성 선수와 실수한 이영표 선수가 경기 중 손을 잡는 순간, 바로 그 장면. 스코트 헤비는 다음과 같이 회상합니다.

“이영표가 실수하고, 그게 골로 연결되고. 박지성 표정이 안 좋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웨인 루니가 골 넣는 것을 찍을 때 전 그 두 선수를 봤어요. (골 세레머니 후) 서로 다가가 한마디씩 하려는 것 같았는데, 박지성이 먼저 이영표의 허벅지 쪽으로 손을 살짝 갖다 대더군요. 그리고 왠지 비장한 표정의 이영표가 슬며시 잡는데…. 저절로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저는 이 사진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전율했습니다. 한국인 대부분이 그랬을 것입니다. 이 사진을 보며 나는 ‘코리아니티’를 떠올렸습니다. 영국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박지성과 이영표의 행동은 프로답지 못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경기는 경기이고 승부는 승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프로는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합니다. 게다가 ‘실수한 사람과 그 실수를 기회로 만든 사람 간에 어떻게 저런 행동이 나올 수 있을까?’ 그들은 이런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제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저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감동이다.” “저것이 진정한 프로다.” “멋지다.” “한국 사람의 진정한 정은 저런 거야.”

과연 유럽의 프로 선수였다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이영표와 박지성이라는 한국인이 아니라, 제임스와 찰스라는 유럽인이었다면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만약 그들이 해외의 리그에서 활동하면서 똑같은 행동을 했을 때 그들 고국의 사람들 역시 우리처럼 감동했을까? 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런 모습이 한국인의 멋진 모습이라는 점입니다. 이것에 어떤 개념적 용어를 붙여서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저는 모릅니다. 그저 이 장면이 좋고 그 장면 속의 그들이 좋을 뿐입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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