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 조회 수 566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버스에서 내려 우리 집으로 오르는 길은 3 가지입니다. ‘집으로 오르는 길’ 이라는 표현이 우습지요 ? 우리 집은 아주 높은 곳에 있거든요. 3 개의 길 중에서 좌우의 두 길은 찻길이고 가운데 길이 바로 걸어 오르는 골목길입니다. 구불구불한 오르막과 여러 군데의 계단을 오르다 보면 집 앞에서 큰 길과 만나게 됩니다.
골목길 안에 누군가 담을 따라 아주 긴 꽃밭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모종들을 촘촘히 정성들여 심어 두었습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아 무슨 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려서 많이 보았던 잎사귀를 가지고 있는 데 잘 모르겠군요. 백일홍도 아니고 분꽃도 아니고... 다알리아인가 의심해 봅니다. 여름 볕이 십 여일 내려 쬐고 한 두 차례 비가 쏟아지다 보면 부쩍 자라 이내 첫 번 째 꽃이 피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 꽃의 이름을 알게 될 것 같습니다.
문득 꽃이 피지 않으면 세상이 그 이름을 알아주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꽃은 그 존재를 가장 잘 표현하여 누군가가 자신의 모습을 가장 잘 기억나게 만드는 한 방식입니다.
내가 꽃이 피면 어떤 모습일까 ? 자신이 꽃핀 모습을 그려 보는 것이 바로 꿈꾸는 일입니다. 그건 일종의 콜라주 collage 작업 같은 것입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핥고 만진 것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아 날 들뜨게 하는 것들을 모아 하나로 완성해 피워내는 것 - 그것이 꿈이라는 꽃입니다.
당신은 어떤 색깔 어떤 모습의 어떤 향기로운 꽃일까요 ?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56 | 여우숲 이야기 4 [1] | 김용규 | 2011.12.08 | 5630 |
255 | 이태백이 놀던 달처럼 [1] | 박승오 | 2008.09.15 | 5636 |
254 | [내 삶의 단어장] 덧없이 흐르는 이야기: 마그리트와 프랑스어와 루이비통 [1] | 에움길~ | 2024.03.05 | 5636 |
253 | 당신의 지상낙원은? [1] | 문요한 | 2008.10.14 | 5637 |
252 | 여우숲의 목수 형제 | 김용규 | 2012.01.05 | 5637 |
251 | [수요편지] 흉터 [2] | 불씨 | 2024.02.14 | 5640 |
250 | 묵묵히 길을 가다 [1] [13] | 부지깽이 | 2011.11.11 | 5648 |
249 | 마흔의 선물, 최 브라더스 | 최우성 | 2012.10.01 | 5652 |
248 | 너를 기다리며 나에게 간다 [5] | 박승오 | 2008.09.22 | 5654 |
247 | 새로운 이름 하나 지어 주세요 [3] | 구본형 | 2008.09.19 | 5660 |
246 | 진실 게임 [2] | 박승오 | 2008.09.29 | 5661 |
245 | [수요편지] 행복에 대한 또다른 이런 저런... [1] | 불씨 | 2024.02.28 | 5664 |
244 | 디테일을 버려라 - 행복숲 칼럼<15> | 변화경영연구소-김용규 | 2006.07.06 | 5667 |
» | 골목길 1 [5] | 구본형 | 2006.07.07 | 5669 |
242 | 작은 것이 아름답다 [1] | 부지깽이 | 2012.12.14 | 5673 |
241 | 웃음 [1] | 최우성 | 2012.06.18 | 5686 |
240 | 마음의 길을 걷다 - 골목길 3 | 구본형 | 2006.07.21 | 5700 |
239 | 난 마치 웃는 듯 거칠게 호흡하고 있다 | 장재용 | 2020.11.03 | 5701 |
238 | 꿀벌에게 배운다 | 문요한 | 2012.12.12 | 5702 |
237 | 우리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 변화경영연구소-홍승완 | 2006.07.10 | 5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