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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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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31일 01시 28분 등록
오지 여행가이자 긴급구호 전문가인 한비야 씨가 신문에 쓴 글 중에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녀의 글을 일부 옮겨보겠습니다.

나는 내 간이 큰 줄 알았다. 7년 동안 생사를 넘나드는 오지여행을 하면서, 그리고 지금 세계 곳곳의 긴급구호 현장을 다니면서 간이 많이 커진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얼마 전 금요일에 받은 전화 한 통에 완전히 간이 콩알만 해졌다. 사연인즉, 정기종합건강진단 결과를 전화로도 통보해 준다고 해서 전화했더니 담당의사가 면담을 해야겠다는 거였다. “일부러 보자는 걸 보니, 큰 탈이 났음이 분명해.”

그 순간부터 나는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펴고 온갖 나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요즘 암에 걸렸다는 사람들 얘기가 유난히 많이 들리던데 그게 무슨 징조인 것 같아 불길했다. 지난주에도 후두암으로 죽은 친구 오빠 문상을 다녀왔다.

기가 막혔다. 이럴 때마다 나오는 오래된 버릇, 혼자서 또 다른 나와 말을 주고받는다. ‘만약 얼마 못 산다고 하면 억울해서 어쩌지.’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여태껏 건강하고 재미있게 산 것에 감사해야지.’ ‘억울하지. 못 다 핀 꽃 한 송이지.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나 할 수 없네. 이제는 사는 날까지 하고 싶을 하다 가는 수밖에.’

그녀의 상황이 어떤지 감이 오시죠? 마침내, 그녀는 시한부 삶을 예상하여 본격적으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그녀의 계획을 함께 보죠. 큰따옴표(“”)는 그녀의 말입니다.

1년 간 살 수 있다면? “직장을 그만두고 꼭 하고 싶었던 백두대간과 전 세계 6천m급 산들을 올라야지. 종횡무진 다닐 거다. 누워서 죽음을 맞을 수는 절대 없지.”

6개월 남았다면 어떻게 할까? “긴급구호 현장으로 가야지. 될수록 최전선에. 3개월 남았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생각해도 현장 근무 아이디어는 정말 좋다. (...) 죽기는 싫지만 죽어야 한다면 나 역시 현장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죽고 싶다.”

한 달 남았다면? “책을 써야겠다. 전부터 꼭 쓰고 싶었던 ‘어린이 바람의 딸’, 한국이라는 새장에서 나와 세상이라는 넓은 창공으로 날아보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다행히 그녀의 걱정은 빗나갔어요. 심각한 병이 아니었지요. 한비야 씨는 ‘시한부 인생 헤프닝’을 겪으면서 중요한 점을 깨달았어요.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확실히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그래요. 죽음 앞에서는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분명해집니다. 핵심이 바로 보기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명확해지지요. 이것은 어려워지면 누가 자신을 진정으로 생각하는지 보이는 것과 같아요.

돌아보니 제가 ‘내 인생의 마지막 날’에 대해 몇 번인가 글을 썼던 적이 있어요. 마지막 하루를 그려보는 것도 좋아요. 그런데 딱 하루는 많이 힘들 것 같아요. 뭔가 하려면 좀 더 긴 기간이 필요하기도 하구요.

1년, 6개월, 3개월, 1개월만 살 수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하시겠어요? ‘시한부 인생 프로젝트’를 기획해보세요. 한번 그려보세요. 저도 해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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