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2006년 8월 2일 23시 39분 등록
잡초

비가 가시고 모처럼 강렬한 태양이 이어집니다. 더워도 반가운 마음을 갖게 되니 아마 장마로 인한 상실감이 여전히 깊은 모양입니다. 공터 구석진 곳에 앉아 이름모를 풀들을 봅니다. 남빛 꽃을 피운 식물이 눈길을 당깁니다. 약간 주름진 듯 푸른빛 꽃잎 2장을 부챗살처럼 펼쳤고 그 가운데로 노란색 수술을 수줍은 듯 내밀고 있습니다. 마치 ‘노란 더듬이를 지닌 푸른색 나비’를 보는 듯 합니다. 닭의장풀입니다. 닭장 근처에서 잘 자라고 꽃잎이 닭의 벼슬을 닮아 얻은 이름이라 하지요. 흔히 달개비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풀. 닭의밑씻개, 닭의꼬꼬 등 우리말 이름도 귀여운 풀입니다.

달개비는7월과 8월에 걸쳐 꽃을 피우는 풀입니다. 습한 지대에 잘 자라는 이 녀석. 땅에 줄기가 닿으면 그 곳에 또 뿌리를 내리니 번식력도 대단합니다. 이 즈음 전국 어디서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풀이지요. 지금 집 근처 풀섶을 찬찬히 둘러보면 잡초들 틈에서 만날 수도 있을 겁니다. 꽃이 얼마나 앙증맞고 예쁜지… 하지만 좀처럼 사람의 눈길을 받지 못하는 식물입니다. 왜 그럴까요? 너무 작고 또 너무 흔한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달개비 만이 아니라 우리가 잡초라 부르는 대부분의 식물이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주목받지 못하거나 심지어 천대받는 풀. 너무 억세거나 흔하거나, 또는 너무 작거나 수수해서, 혹은 사람이 가꾼 밭과 화단 따위의 터전에 이물질처럼 끼어든 이유로 홀대받는 식물. 흔히 잡초에 대해 갖는 생각들 아닐지요.

그런데도 이토록 예쁜 꽃을 피우고 있는 잡초, 닭의장풀. 어릴 적 잡초라 무시했던 이 풀의 꽃이 왜 이제서야 아름답게 들어오는지…

문득 가슴이 서늘해 집니다. ‘혹시, 나 사람에게는 그런 마음 안가졌는지…
매끄럽지 못한 차림이라 해서, 혹은 담은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해서, 혹은 늘 구석진 자리 말석을 차지한 사람이라고 해서 잡초를 대하듯 대한 적은 없는지…’

꽃 피운 닭의장풀을 만나 잡초를 생각하니 어느 선생의 이야기가 내내 마음에 남는 저녁을 보내게 됩니다.
‘잡초는 없다. 다만 잠시 자연을 빌려 사는 인간들의 오만하고 주제넘는 경계지음이 있을 뿐.'
IP *.189.235.111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6 점심 혼자 드시지 마세요 [1] 어니언 2023.04.27 879
95 [내 삶의 단어장] 쵸코맛을 기다리는 오후 1 에움길~ 2023.05.01 975
94 [수요편지] 별을 보는 방법 [1] 불씨 2023.05.03 751
93 I의 제로를 찾아서 [1] 어니언 2023.05.04 931
92 [내 삶의 단어장] 쵸코맛을 기다리는 오후 2 [1] 에움길~ 2023.05.07 859
91 [수요편지]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해지게 한다 [1] 불씨 2023.05.09 842
90 나의 기준을 세워라 [1] 어니언 2023.05.11 802
89 [수요편지] 자기계발의 본질 [1] 불씨 2023.05.17 859
88 영화 다시 보기 [1] 어니언 2023.05.18 903
87 [내 삶의 단어장] 덕후의 나날 에움길~ 2023.05.22 810
86 [수요편지]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1] 불씨 2023.05.24 903
85 [월요편지-책과 함께] 무엇을 생각할까 [1] 에움길~ 2023.05.29 850
84 [수요편지] '영원'히 잘 사는 방법 [1] 불씨 2023.05.31 932
83 날개 위의 기적 [1] 어니언 2023.06.01 817
82 [수요편지] 태초에 행동이 있었다 [1] 불씨 2023.06.07 752
81 [내 삶의 단어장] 오늘도 내일도 제삿날 [2] 에움길~ 2023.06.12 653
80 [수요편지] 실패란 [1] 불씨 2023.06.13 709
79 실패를 넘어 과정을 보라 [3] 어니언 2023.06.15 889
78 [수요편지] 미래의 행복을 저축하는 가장 좋은 방법 [1] 불씨 2023.06.21 850
77 캠핑 가보셨나요? [2] 어니언 2023.06.22 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