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 조회 수 5381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새벽에 글을 쓰면 그 글에서는 새벽의 냄새가 납니다. 나는 사람들이 쓰는 글에 어떤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속한 시간 그가 자고 난 공간의 냄새가 그 글 속에 묻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글에서는 한꺼번에 몰아 쓴 조급함의 냄새가 납니다. 어떤 글에서는 이제 더 이상 쳐다보고 싶지 않은 지겨운 일을 끝마치고 싶다는 짜증이 묻어 있기도 합니다.
어찌어찌하여 이제는 글과 떨어져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멋도 모르고 이 글밭에 들어섰을 때 세상은 아름다운 꽃밭 같았습니다. 자. 내 인생을 이제는 이곳에서 보내리라. 이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글을 쓰리라.
세월이 지나 이제 첫 번째 책을 쓰기 시작한지 꼭 9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의 세계는 거대한 산과 같아 그 깊이를 알 수 없고 그 길을 찾을 수 없어 산을 헤매야 하는구나. 때로는 계곡에 갇혀 울고, 혹은 우연히 천하의 절경을 보며 기뻐 날뛰고, 혹은 오래 온 길의 앞이 끝난 절벽에 앉아 되돌아 갈 험난함을 넋 놓고 생각해야하는 것이구나.
9월이 되어 첫 날이 산 위에서 밝아 오는데, 어둠이 햇빛에 묻어 그 정취가 은은하고, 하늘색이 묘하여 내 가슴이 뛰는데, 내 하루가 또 이렇게 시작하는구나. 오늘은 나 가을처럼 살리라.
읽던 책 속에서 과테말라의 진보 정당을 이끌었던 하코보 아르벤즈의 연설이 특유한 냄새로 남아 있습니다. 그는 체 게바라가 혁명가로서의 삶을 살도록 그 마음에 불을 싸지른 선동가였지요. 그는 오랫동안 아르벤즈에 대한 존경심을 품고 살았습니다.
“ 인간은 물질적으로 굶주렸을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굶주려 있다”
오늘은 이 굶주림의 한 쪽을 채워 보세요. 당신의 존엄성으로 만든 케익 한 쪽을 즐기세요.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16 | 바람과 햇빛으로 몸을 씻는 날이면 | 구본형 | 2006.09.08 | 5386 |
315 | 내면의 황금(inner gold) | 승완 | 2011.11.22 | 5388 |
314 | 농촌에 가면 뭘 해먹고 살지? | 김용규 | 2012.05.31 | 5395 |
313 | [수요편지] 일과 일이 아닌 것 | 불씨 | 2024.01.17 | 5397 |
312 | 씨앗은 죽지 않았다 | 문요한 | 2012.09.12 | 5399 |
311 |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가 [1] | 문요한 | 2012.05.23 | 5403 |
310 | 산 할아버지 | 최우성 | 2012.10.08 | 5410 |
309 | 한 사람의 발전성을 알 수 있는 방법 | 변화경영연구소-문요한 | 2006.08.01 | 5412 |
308 | [내 삶의 단어장] 코인, 영어 할배 [1] | 에움길~ | 2024.03.12 | 5415 |
307 | 버킷 리스트 vs 후회 리스트 | 최우성 | 2012.05.28 | 5419 |
306 | 오직 그것 뿐 | 최우성 | 2012.07.23 | 5424 |
305 | 아침편지7:양길용편-앞으로 나가는 힘은 내가 이룬 성취에서 나온다 [5] | 소은 | 2009.02.17 | 5425 |
304 | 제일 좋은 방법 | 문요한 | 2012.07.04 | 5429 |
303 | 백 개의 눈, 두 개의 눈 [2] | 부지깽이 | 2009.11.20 | 5434 |
302 | 오늘 나는 아르키메데스다 | 연지원 | 2015.01.12 | 5436 |
301 | 거미를 닮은 창의력 | 김용규 | 2012.10.04 | 5453 |
300 | 파우스트는 왜 영혼을 팔았나? [3] | 신종윤 | 2010.06.07 | 5459 |
299 | 대안을 찾는 사람 [1] | 김용규 | 2014.02.20 | 5459 |
298 | 누구에게서도 위로를 얻을 수 없을 때 | 김용규 | 2013.04.11 | 5467 |
297 | 물 흐르고 꽃 피는 곳 | 승완 | 2013.07.16 | 54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