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구본형
  • 조회 수 5384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6년 9월 1일 06시 31분 등록

새벽에 글을 쓰면 그 글에서는 새벽의 냄새가 납니다. 나는 사람들이 쓰는 글에 어떤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속한 시간 그가 자고 난 공간의 냄새가 그 글 속에 묻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글에서는 한꺼번에 몰아 쓴 조급함의 냄새가 납니다. 어떤 글에서는 이제 더 이상 쳐다보고 싶지 않은 지겨운 일을 끝마치고 싶다는 짜증이 묻어 있기도 합니다.

어찌어찌하여 이제는 글과 떨어져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멋도 모르고 이 글밭에 들어섰을 때 세상은 아름다운 꽃밭 같았습니다. 자. 내 인생을 이제는 이곳에서 보내리라. 이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글을 쓰리라.

세월이 지나 이제 첫 번째 책을 쓰기 시작한지 꼭 9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의 세계는 거대한 산과 같아 그 깊이를 알 수 없고 그 길을 찾을 수 없어 산을 헤매야 하는구나. 때로는 계곡에 갇혀 울고, 혹은 우연히 천하의 절경을 보며 기뻐 날뛰고, 혹은 오래 온 길의 앞이 끝난 절벽에 앉아 되돌아 갈 험난함을 넋 놓고 생각해야하는 것이구나.

9월이 되어 첫 날이 산 위에서 밝아 오는데, 어둠이 햇빛에 묻어 그 정취가 은은하고, 하늘색이 묘하여 내 가슴이 뛰는데, 내 하루가 또 이렇게 시작하는구나. 오늘은 나 가을처럼 살리라.

읽던 책 속에서 과테말라의 진보 정당을 이끌었던 하코보 아르벤즈의 연설이 특유한 냄새로 남아 있습니다. 그는 체 게바라가 혁명가로서의 삶을 살도록 그 마음에 불을 싸지른 선동가였지요. 그는 오랫동안 아르벤즈에 대한 존경심을 품고 살았습니다.

“ 인간은 물질적으로 굶주렸을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굶주려 있다”

오늘은 이 굶주림의 한 쪽을 채워 보세요. 당신의 존엄성으로 만든 케익 한 쪽을 즐기세요.
IP *.189.235.111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56 목요편지 - 나의 취미 빙상 [2] 운제 2018.05.10 732
4255 목요편지 - 친구여! 운제 2018.11.29 732
4254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22. 기쁨의 책읽기를 잃어버린 사회 제산 2019.04.14 732
4253 여섯가지 참회 [1] 불씨 2022.03.22 732
4252 매일 축제처럼 살 수 있다면 file [2] 차칸양 2018.05.15 733
4251 65세, 경제적 문제없이 잘 살고자 한다면?(9편-노년의 일과 꿈) [4] 차칸양 2018.12.04 733
4250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15. 사춘기 나를 키운 책들 제산 2019.02.24 733
4249 목요편지 - 벚꽃 [2] 운제 2019.03.29 733
4248 [자유학년제 인문독서] 자녀가 직접 고르게 하자! 제산 2018.12.03 734
4247 [금욜편지 79- 나의 터닝포인트] [4] 수희향 2019.03.08 734
4246 [금욜편지 85- 나만의 몰입체험] [3] 수희향 2019.04.26 734
4245 [알로하의 맛있는 편지] 한 주 쉽니다 [1] 알로하 2019.04.28 734
4244 Again 2002! [1] 운제 2018.06.28 735
4243 [일상에 스민 문학] 휴가 책 리스트 정재엽 2018.07.24 735
4242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합니다. 제산 2018.12.24 735
4241 [일상에 스민 문학] - 팟캐스트 문학 이야기 (2) 정재엽 2018.12.12 736
4240 #따로또같이 프로젝트 수요편지 - 진짜로 보는 것 [1] 불씨 2022.05.03 736
4239 [수요편지] enlivenment 불씨 2023.12.20 736
4238 ‘1인 기업가’ 차칸양의 직업, 일, 미션 이야기 file [6] 차칸양 2018.06.12 737
4237 [금욜편지 56- 기질별 인생전환 로드맵- 심연통과] 수희향 2018.09.28 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