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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1일 06시 31분 등록

새벽에 글을 쓰면 그 글에서는 새벽의 냄새가 납니다. 나는 사람들이 쓰는 글에 어떤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속한 시간 그가 자고 난 공간의 냄새가 그 글 속에 묻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글에서는 한꺼번에 몰아 쓴 조급함의 냄새가 납니다. 어떤 글에서는 이제 더 이상 쳐다보고 싶지 않은 지겨운 일을 끝마치고 싶다는 짜증이 묻어 있기도 합니다.

어찌어찌하여 이제는 글과 떨어져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멋도 모르고 이 글밭에 들어섰을 때 세상은 아름다운 꽃밭 같았습니다. 자. 내 인생을 이제는 이곳에서 보내리라. 이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글을 쓰리라.

세월이 지나 이제 첫 번째 책을 쓰기 시작한지 꼭 9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의 세계는 거대한 산과 같아 그 깊이를 알 수 없고 그 길을 찾을 수 없어 산을 헤매야 하는구나. 때로는 계곡에 갇혀 울고, 혹은 우연히 천하의 절경을 보며 기뻐 날뛰고, 혹은 오래 온 길의 앞이 끝난 절벽에 앉아 되돌아 갈 험난함을 넋 놓고 생각해야하는 것이구나.

9월이 되어 첫 날이 산 위에서 밝아 오는데, 어둠이 햇빛에 묻어 그 정취가 은은하고, 하늘색이 묘하여 내 가슴이 뛰는데, 내 하루가 또 이렇게 시작하는구나. 오늘은 나 가을처럼 살리라.

읽던 책 속에서 과테말라의 진보 정당을 이끌었던 하코보 아르벤즈의 연설이 특유한 냄새로 남아 있습니다. 그는 체 게바라가 혁명가로서의 삶을 살도록 그 마음에 불을 싸지른 선동가였지요. 그는 오랫동안 아르벤즈에 대한 존경심을 품고 살았습니다.

“ 인간은 물질적으로 굶주렸을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굶주려 있다”

오늘은 이 굶주림의 한 쪽을 채워 보세요. 당신의 존엄성으로 만든 케익 한 쪽을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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