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2006년 9월 4일 00시 20분 등록
영화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를 보면, 알 파치노가 어느 고급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난 여인과 탱고를 추는 장면이 나옵니다.

낯선 남자와 낯선 여인, 알지 못하는 사람 간의 접촉과 어색한 대화, 대낮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 레스토랑에서 탱고를 추자는 남자의 황당한 제안, 게다가 남자는 맹인, 그럼에도 여인은 어떤 느낌에 끌려 무대로 나가 춤을 춥니다. 긴장감에 몸이 굳은 여인, 그런 여인을 부드럽게 리드하는 남자, 선율과 함께 몰입의 연속, 동작이 조금씩 커지지만 둘은 조금씩 리듬을 타기 시작합니다.

2분 19초 동안 진행되는 춤은 제가 아는 영화 속 최고의 장면 중 하나입니다. 그와 그녀는 그 날 그 시간에 처음 만났습니다. 그럼에도 멋진 춤을 함께 합니다. 저는 이것이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소중하고 깊은 인연도 준비된 상황이 아닌 예상하지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를 보면 국어 교사인 이병헌이 자기반 아이들과 처음 만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가 긴 칠판의 처음부터 끝까지 분필로 줄을 주욱 긋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이 줄은... 세상인데...
이 세상 아무 곳에나 작은 바늘 하나를 세우고...
하늘에서 아주 작은 밀씨 하나를 뿌렸을 때...
그게 그 바늘에 꼿일 확률...
그 계산도 안 되는 확률로 만나는 게 인연이다.”

인연은 이렇게 절묘합니다. 그것은 확률이라기보다는 신비입니다. 바늘에 꼿일 확률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인연은 축복입니다. '근처'이긴 하지만 이것도 엄청 힘든 확률 속에 있는 것입니다.

지난 주말, 부산에서 ‘내 꿈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9기 꿈벗들을 만났습니다. 꿈벗들을 만날 때마다 인연은 참 절묘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꿈벗들과의 인연이 계속 깊어지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읽는 그대와의 인연 역시 오래 동안 아름답게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책보다 사람이 점점 좋아집니다.
IP *.189.235.111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36 [수요편지] 장미꽃의 의미 [1] 불씨 2023.12.05 579
4335 화요편지 - 오늘도 덕질로 대동단결! 종종 2022.06.07 593
4334 [수요편지] 똑똑함과 현명함 [1] 불씨 2023.11.15 599
4333 뭐든지는 아니어도 하고 싶은 것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마음 [2] 어니언 2023.11.23 602
4332 작아도 좋은 것이 있다면 [2] 어니언 2023.11.30 613
4331 등 뒤로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 [3] 어니언 2023.12.28 619
4330 화요편지 - 생존을 넘어 진화하는, 냉면의 힘 종종 2022.07.12 626
4329 충실한 일상이 좋은 생각을 부른다 어니언 2023.11.02 643
4328 [수요편지] 미시적 우연과 거시적 필연 [1] 불씨 2023.11.07 643
4327 [수요편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1] 불씨 2023.12.27 647
4326 용기의 근원인 당신에게 [1] 어니언 2023.12.14 650
4325 [늦은 월요 편지][내 삶의 단어장] 2호선, 그 가득하고도 텅빈 에움길~ 2023.09.19 651
4324 [월요편지-책과 함께] 존엄성 에움길~ 2023.09.25 651
4323 [내 삶의 단어장] 엄마! 뜨거운 여름날의 수제비 에움길~ 2023.11.13 652
4322 [내 삶의 단어장] 오늘도 내일도 제삿날 [2] 에움길~ 2023.06.12 653
4321 역할 실험 [1] 어니언 2022.08.04 658
4320 [수요편지] 허상과의 투쟁 [1] 불씨 2022.12.14 662
4319 케미가 맞는다는 것 [1] 어니언 2022.09.15 668
4318 두 번째라는 것 어니언 2023.08.03 670
4317 [월요편지-책과 함께] 인간에 대한 환멸 [1] 에움길~ 2023.10.30 6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