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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06년 9월 6일 22시 50분 등록
그림 잘 그리는 방법

아홉 살인 딸 녀석은 그림 그리기를 참 좋아하는데, 얼마 전에 그동안 딸 녀석이 그려온 그림모음첩을 보았습니다. 주제의 흐름이 녀석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 같아 제법 흥미롭더군요. 꽃과 나무, 산을 배경으로 어떤 놀이를 즐기고 있는 상황을 묘사한 그림을 보다가 배경이 된 식물과 동물, 그리고 사람 간의 크기와 비율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아직 정확히 원근의 개념을 체득하지 못해서일까요? 사람을 단연 크게 그리고 있더군요.

녀석의 그림을 보다가 어느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북아메리카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그림을 그려오라 했더니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의 얼굴이 종이에 가득하도록 그려왔는데, 유독 인디언 아이만이 나무와 물과 동물, 산을 크게 그리고 자신은 작게 그려왔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내가 중심인 마음이 그린 그림과 만물 속에서 하나의 존재로 사는 사람의 마음이 그린 그림에 차이가 있음을 말해 줍니다. 빠르고 편리하고 대량의 흐름에 익숙한 문명인(?)의 마음은 점점 더 내가 중심이 되어가지만, 자연에 귀기울이며 사는 원주민의 마음은 여전히 나 밖의 세계와 조화를 도모하며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이야기지요.

행복숲 부지를 물색하러 다니다 보니 아직 땅 한 평 구하지 못했으면서도 마음은 가상의 산 위에 이런 저런 그림을 그려보는 성급함에 이르기도 합니다. 어떤 나무를 심을지, 어떤 건물을 얹고 어떻게 정원을 가꿀지, 도로는 어떻게 할지…

딸 녀석의 그림 훔쳐보기에서 시작된 마음이 이렇게 일러주는 군요. ‘사람에게 돈주고 산 땅이라고 그것이 온전히 네 땅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자연의 일부를 네가 빌리는 것일 뿐이다. 집을 짓거나 길을 내려거든 그 곳에 살고 있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게도 양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도화지에 그리는 그림이건, 꿈을 그리는 그림이건 모두 마음을 담겠지요?
그럼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저는 자꾸 인디언 아이가 그렸다는 그림이 떠오르는 군요. 우주 만물과 나와의 조화를 담는 그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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