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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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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27일 23시 43분 등록
자주 숲에 드십시오.

프리랜서 다큐제작자 윤동혁 PD는 숲의 치유능력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죽어가는 닭’을 숲에 풀어 놓고 생명과 야성을 되찾는 과정을 실험 한 적이 있습니다. 그가 실험의 대상으로 사용한 닭은 양계장에서 대강 5백개가 넘는 알을 낳아야 하는 가혹한 일생을 보낸 뒤, 그 후유로 더 이상 달걀을 낳지 못하고 털마저 군데군데 빠져 쓸모 없어진, 이른바 폐계 처리되어 마지막으로 2~3천원도 안되는 가격에 통닭집에 팔려가는 처지의 생명체였습니다.

알을 낳는 닭, 즉 산란계(鷄)로 분류된 병아리들은 부화하여 4개월쯤 되면서부터 알을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녀석들은 양계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맨 땅을 단 한 번도 밟아 보지 못하고, 날 곡식이나 지렁이, 풀 같은 자연식품은 단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합니다. 첫 알을 생산하고 반년쯤 지나면 닭은 산란율이 떨어져 이틀이나 사흘에 한 개 정도의 알을 낳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동원하는데 그것이 단식요법입니다. 즉 산란율 저하 시점부터 열흘 동안 먹이공급을 중단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닭들은 ‘죽을지경’이 되어 털이 거의 다 빠지고 흉측한 몰골로 바뀌지만, 열흘 째 되는 날 다시 사료를 주면 다시 달걀을 생산하기 시작하여 반년쯤 달걀을 더 뽑아낸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산성을 다한 닭은 폐계닭이 되고 털은 반쯤 뽑힌 채 트럭에 실려 한 많은 생을 마감합니다.

그는 생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이 폐계닭 20여 마리를 골라 야산에 풀었습니다. 과연 닭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생을 통틀어 땅 한 번 밟아 보지 못한 녀석들. 처음에는 어쩔줄 몰라 멍하게 있지만, 보름쯤 지나면 우선 털이 다시 소생하고 날개짓을 해 땅으로부터 1m쯤 도약을 하기도 합니다. 두 달쯤 지나면 쳐졌던 닭 벼슬이 빛깔을 찾아 다시 서고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올라 앉기도 하며 어떤 녀석들은 새삼 알을 생산하기도 합니다.

그의 실험을 보면 숲에서 생명을 되찾는 것은 가축만이 아니었습니다. 숲길을 맨발로 걷고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기를 매일 반복하자, 사망선고를 받은 암환자나 중증 당뇨환자도 다시 건강한 생명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놀랍지요?


그래서 소로우 선생은 ‘숲이야말로 생명의 가장 소중한 진리를 전하는 스승’이라 했나봅니다. 그러니 자주 숲에 드십시오. 몸과 마음이 힘들 때면 더욱 그리 하십시오. 그러다보면 어느날, 풍요로움을 목적으로 형성된 이 회색도시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아름다운 풍요로움을 첫사랑처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가을은 사랑을, 그리고 숲을 그리워하기 딱 좋은 계절 아니던가요.^^

행복하고 보람된 추석명절 보내시길 빌며...
(다음주 목요일은 추석 명절을 위해 쉽니다)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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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은
2006.09.28 09:45:43 *.231.169.233
하루중 점심시간에 햇빛을 잠깐 쬘 수 있습니다. 아스팔트라도 땅에 발을 디디며 걷는 시간은 고작 출퇴근 길뿐입니다. 요즘 이렇게 사는 나의 삶도 그 닭과 별반 다름없습니다. ㅎㅎㅎ~ 그래서 주말에는 숲이 있는 산에 가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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