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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9일 02시 06분 등록
‘변화경영 연구소’ 2기 연구원들의 9월 수업의 사전 과제는 자신의 장례식 연설을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수업에 참가하여 연구원들의 장례식 연설을 들었습니다. 저 역시 ‘나의 장례식 연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006년 9월 17일 저녁에 썼습니다. 그 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2006년 9월 23일, 나는 죽었다. 30년 전 오늘 나는 태어났다. 이제까지 30년을 살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하지만 내게는 짧은 시간이었음은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처음에는 짧게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얼마 쓰지 않아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울면서 쓰고 나니 7장이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쓰고는 며칠 동안은 다시 보지 않았습니다. 다시 보면 고치고 싶고 더 좋게 꾸미고 싶어질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쓸 때, 바로 그 때의 감정과 사고의 흐름을 존중하고 싶었습니다. 여섯 날 후인 9월 23일, 다시 읽으면서 오탈자만 고쳤습니다. 다시 읽으면서 또 울었습니다. 이 날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연설의 끝머리에 이렇게 적어 두었습니다.

“30살의 장례식 연설을 쓰면서, 많이 울었다. 통곡했다. 울 줄 알았지만 이렇게 많이 울지는 몰랐다. 아쉬움과 서러움은 표현해도 끝이 없어 다 표현할 수 없었다. 거듭나는 것은 어렵다. 허나 이 아쉬움과 서러움을 그대로 남겨둘 수는 없다. 2006년 9월 23일, 이제까지의 나는 죽었다. 그럼으로써 나는 다시 살 수 있을 것이다.”

연구원들의 장례식 연설은 모두 달랐습니다. 저의 것 역시 그들과 달랐습니다. 허나 우리가 ‘가족, 꿈, 사랑, 우정’에 대해 말한 것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들은 장례식 연설과 제가 쓴 것 모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것에 우리는 울고 웃었습니다.

긴 추석 연휴가 지났습니다.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어떤 분은 충전된 에너지로 활기차게 하루를 열 것이고, 다른 누구는 바쁠 것이고, 누구는 일상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을 것이고, 누군가는 허무함과 함께 아침을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날, 이 묘한 날, ‘가족, 꿈, 사랑, 우정’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어느 날이든, 죽는 날까지, 그리고 죽어서도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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