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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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베단다 창문 앞 나뭇가지를 덮고 있던
잎새들이 비바람에 다 떨어지니
늘씬한 가지들 제 모습 다 드러내고
부끄러운 듯 초연한 듯
쓸쓸함으로 고득함으로 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가을을 지나 겨울이 와 있고
한 해살이 하는 생명들 또한 삶을 살아내기 위해 변모해 가고 있습니다.
나의 생명 또한 내가 삶아야할 삶을 위해 변모하고 있습니다.
중독은 과도한 지나침이며 존재에 대한 폭력입니다.
무엇에든 중독되어 있지 않으면 존재의 불안과 허무에 잡혀 먹히는 것 같습니다.
중독을 넘어선 곳에
홀로서기가 있고 고독이 있습니다.
오늘밤 고독이 김남조님의 '가난한 이름에게'란 시를 떠오르게 합니다.
가난한 이름에게
김남조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
당신도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까
검은 벽의 검은 꽃 그림자 같은
어두운 향로
고독 때문에
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남자들과
이가 시린 한겨울 밤
고독 때문에 한껏 사랑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얼굴을 가리고 고독이 아쉬운 내가 돌아갑니다
불신과 가난
그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
어딘지를 서성이는 고독한 남자들과
허무와 이별
그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
때로 골똘히 죽음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당신도
고독이
아쉬운 채 돌아갑니까
인간이라는 가난한 이름에
고독도 과해서 못 가진 이름에
울면서 눈 감고 입술을 대는
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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