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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27일 06시 46분 등록

아이가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내가 다가가 물었습니다. 아가, 왜 그러느냐. 그러자 내 품 안으로 와락 뛰어들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품 안에서 흐느끼고 있는 아이를 품고 그 등과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습니다. 이 아이가 사랑을 잃었구나. 둘이 헤어졌구나.

한참을 울고 난 아이가 엉뚱하게 물었습니다. 아빠,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일까 ? 난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 쯤이면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이렇게 대학시절을 보내면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아.

나는 속으로 참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사랑을 잃은 것은 아니구나. 그런데 이 아이가 대학을 들어 간지 지금 겨우 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졸업 이후를 걱정하는구나. 걱정도 팔자구나 했습니다. 불이 꺼져 있는 어두운 방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눈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얘야, 인생의 전체를 조망해 볼 수 있는 곳으로 올라가라. 그곳이 어딘지 알겠느냐. 바로 너의 무덤자리다. 너를 죽음의 순간으로 데리고 가라. 그곳에서 네 삶의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아라. 무엇이 보이느냐. 무엇을 이루었느냐. 어떤 사람으로 살았기를 바라느냐.

자, 이제 그 높은 곳에서 내려와 네 대학 4년이 보이는 작은 언덕으로 올라 보자. 너를 졸업식장으로 데리고 가라. 거기서 네가 발견한 너는 어떤 사람이기를 바라느냐. 가장 아름다운 너의 모습을 서너 가지 그려 보아라. 그리고 그것을 ‘스무 살 초의 아름다운 풍광’이라 부르도록 해라. 그리고 생각날 때 마다 그 그림을 더욱 자세히 묘사해 가기 시작하거라. 그러면 대학을 졸업할 때, 너는 그 아름다움 풍광 속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알겠느냐.

딸아이를 다시 가슴에 안아 주었습니다. 인생의 아름다움이 만져집니다. 인생은 결국 사람으로 남게 되는 것이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 나는 다시 시작하는군요. 내 하루가 다시 밝았습니다. 가슴이 크게 부풀어 오릅니다. 오늘 무슨 일인가 해 낼 것 같습니다. 오늘 일생에 한 번밖에 만날 기회가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오늘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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