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 조회 수 437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성장의 증거
어제는 꼬불꼬불 밭둑을 따라 행복숲 부지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서울에서는 아직 느끼지 못했지만, 그곳엔 서리가 내린 것이 틀림 없었습니다. 그 무성했던 각종 가시덤불들이 폭삭 주저앉아 뼈를 드러냈고 버드나무를 타고 오르던 칡덩굴도 꺾인 기세가 완연했으며 너무 울창해 몸매를 알 수 없던 숲의 속살이 빠르게 드러나고 있었으니까요.
입동을 맞아야 하는 나무들은 한 치의 게으름도 없이 제 잎을 말끔히 정리해 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숲은 점점 더 시리게 느껴질 것입니다. 대부분의 나무가 잎을 정리하고 자신의 몸을 드러낼 것입니다. 시린 숲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고 계신지요?
나는 이 즈음의 시려져 가는 숲을 좋아합니다. 숲의 알몸을 볼 수 있어서 입니다. 숲의 알몸은 사실 식물 모두가 그려낸 성장의 증거들이 드러난 것에 다르지 않습니다. 덤불과 잎들로 가려져 있던 체형이 그대로 드러나고 한 해 동안 성장한 모습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나아가 자연스레 어느 나무가 어느 나무를 괴롭히는 위치에 있는지, 어느 가지가 어느 가지의 햇빛을 막아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으니까요.
잎을 정리한 뒤에야 나무는 자신의 성장을 증명합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자신의 성장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나무는 간결해지는 의식으로 매년 성장을 증명하는데, 사람은 자꾸 덧붙이고 쌓는 것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한 번 시려져 가는 숲에 들어가 생각해 볼 일입니다.
IP *.189.235.111
어제는 꼬불꼬불 밭둑을 따라 행복숲 부지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서울에서는 아직 느끼지 못했지만, 그곳엔 서리가 내린 것이 틀림 없었습니다. 그 무성했던 각종 가시덤불들이 폭삭 주저앉아 뼈를 드러냈고 버드나무를 타고 오르던 칡덩굴도 꺾인 기세가 완연했으며 너무 울창해 몸매를 알 수 없던 숲의 속살이 빠르게 드러나고 있었으니까요.
입동을 맞아야 하는 나무들은 한 치의 게으름도 없이 제 잎을 말끔히 정리해 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숲은 점점 더 시리게 느껴질 것입니다. 대부분의 나무가 잎을 정리하고 자신의 몸을 드러낼 것입니다. 시린 숲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고 계신지요?
나는 이 즈음의 시려져 가는 숲을 좋아합니다. 숲의 알몸을 볼 수 있어서 입니다. 숲의 알몸은 사실 식물 모두가 그려낸 성장의 증거들이 드러난 것에 다르지 않습니다. 덤불과 잎들로 가려져 있던 체형이 그대로 드러나고 한 해 동안 성장한 모습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나아가 자연스레 어느 나무가 어느 나무를 괴롭히는 위치에 있는지, 어느 가지가 어느 가지의 햇빛을 막아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으니까요.
잎을 정리한 뒤에야 나무는 자신의 성장을 증명합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자신의 성장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나무는 간결해지는 의식으로 매년 성장을 증명하는데, 사람은 자꾸 덧붙이고 쌓는 것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한 번 시려져 가는 숲에 들어가 생각해 볼 일입니다.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377 | 삶의 여정: 호빗과 함께 돌아본 한 해 [1] | 어니언 | 2024.12.26 | 337 |
4376 | [수요편지] 능력의 범위 | 불씨 | 2025.01.08 | 403 |
4375 | [수요편지] 삶과 죽음, 그 사이 [1] | 불씨 | 2025.02.19 | 407 |
4374 | [수요편지] 발심 [2] | 불씨 | 2024.12.18 | 432 |
4373 | 엄마, 자신, 균형 [1] | 어니언 | 2024.12.05 | 453 |
4372 | [목요편지] 별이 가득한 축복의 밤 [3] | 어니언 | 2024.12.19 | 503 |
4371 | [목요편지] 육아의 쓸모 [2] | 어니언 | 2024.10.24 | 567 |
4370 | [수요편지] 언성 히어로 | 불씨 | 2024.10.30 | 664 |
4369 | [목요편지] 두 개의 시선 [1] | 어니언 | 2024.09.05 | 675 |
4368 | [수요편지] 내려놓아야 할 것들 [1] | 불씨 | 2024.10.23 | 692 |
4367 | [내 삶의 단어장] 크리스마스 씰,을 살 수 있나요? [1] | 에움길~ | 2024.08.20 | 696 |
4366 | 가족이 된다는 것 | 어니언 | 2024.10.31 | 698 |
4365 | [수요편지] 타르 한 통에 들어간 꿀 한 숟가락 | 불씨 | 2024.09.11 | 705 |
4364 | [수요편지]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1] | 불씨 | 2024.08.28 | 709 |
4363 | [수요편지] 레거시의 이유, 뉴페이스의 이유 | 불씨 | 2024.10.02 | 717 |
4362 | 관계라는 불씨 [2] | 어니언 | 2024.12.12 | 717 |
4361 | [목요편지] 장막을 들춰보면 | 어니언 | 2024.08.22 | 730 |
4360 | [수요편지] 문제의 정의 [1] | 불씨 | 2024.08.21 | 737 |
4359 | 며느리 개구리도 행복한 명절 | 어니언 | 2024.09.12 | 744 |
4358 | [수요편지] 마음의 뺄셈 | 불씨 | 2024.10.16 | 7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