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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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나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우리 동네에 생긴 조용한 북카페에서 그 분을 만났습니다. 작은 기업을 경영하는 분인데 신앙심이 깊은 분입니다. 사실 나는 신앙심이 깊은 사람을 부러워 하기는 하지만 자주 만나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내 생각에 종교란 은밀한 기도 같은 것이며, 일상에서 몸으로 그 교리를 실천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말만 시끄러운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분은 사람들을 만날 때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피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분입니다. 만날 때 마다 더 젊어지는 것 같아 내가 그 이유를 물어 보았습니다.
“선생님,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이야기가 싫습니다. 누가 부동산을 사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끌리지 않습니다. 나는 좋은 돈을 벌고 싶습니다.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그렇게 보이는 모양입니다”
‘좋은 돈’이라는 말에 내 마음이 빨려들었습니다. ‘좋은 돈’이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문득 ‘땀이 묻은 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치란 결국 ‘땀이 묻은 돈’ 을 가진 사람들을 잘 살게 해 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흔들리지 않고 사회의 주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치가 해야 할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의 기초인 것입니다. 돈을 투자한 대가보다 땀을 투자한 보상이 훨씬 더 승수효과가 커야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돈’ 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포트폴리오에 이 돈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일찍 돈 벌러 출근하는 것, 열심히 일하는 것,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그것을 현장에 적용하여 혁신하는 것, 그리하여 매일 어제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좋은 돈’을 버는 가장 단단한 기초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검소하게 생활을 꾸려 ‘좋은 돈’이 모여 조금 여유 있어 지면 그때는 이 돈이 다시 건강한 생산을 도와 줄 수 있도록 좋은 기업에 투자하고, 미래의 꿈에 맞는 좋은 공간을 제공할 부동산에 투자하세요. 그러나 본말이 도치되어서는 안됩니다. 언제나 ‘땀이 묻은 돈’이 그 초석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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