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 조회 수 431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시작된 겨울풍경
자연 속에서 ‘행복숲’을 가꾸며 살다 흙으로 돌아가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기 위한 짐을 꾸리던 날. 나는 행복숲의 기반이 조성되는 몇 년 뒤의 봄날을 맞기 위해 이제 다가올 겨울을 담담하게 맞겠다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겨울이 이사로 시작되나 봅니다.
늦게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이삿짐을 싸고 있습니다. 결혼 10년 만에 여섯 번 째 하는 이사를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실 평수로 따져 9평. 달랑 방 한 칸에 방석만했던 거실을 서재로 활용해 보자고 베란다에 주방을 내고 살았던 상계동의 아파트. 그곳에서 시작해 몇 번의 세를 살다보니 조금씩 세간이 늘었고, 작지만 방도 세 칸인 내 집을 장만해 몇 년 살 수 있었습니다.
나무와 함께 사는 것이 소원인 남편이 행복숲 부지를 마련하겠다 하니 아내는 집을 팔아 그 대금에 보태는 대신 작고 불편한 집을 얻어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행복숲 부지에는 아직 거처를 만들지 못했으니 대략 3년쯤은 불편을 감수하며 10년 전의 삶을 다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아내는 벌써 몇 시간 째 말 없이 짐을 꾸리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분양 받아 살던 집이니 그 정을 떼야 하는 여자의 마음이 오죽할까. 이사할 집이 살던 집보다 작아서 남게 되는 세간은 여기저기 남의 집에 부탁해 맡겨야 하는 형편이니 그 마음이 불편하고도 불편할 것입니다. 바꿔 생각해 봐도 다른 이들처럼 그저 평범하게 직장인으로 살아가지 않고 산으로 가자는 남편이 문득 밉고 미울 것 같습니다.
제게 겨울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나는 이 겨울의 춤사위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더 깊이 내 삶을 사랑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IP *.189.235.111
자연 속에서 ‘행복숲’을 가꾸며 살다 흙으로 돌아가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기 위한 짐을 꾸리던 날. 나는 행복숲의 기반이 조성되는 몇 년 뒤의 봄날을 맞기 위해 이제 다가올 겨울을 담담하게 맞겠다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겨울이 이사로 시작되나 봅니다.
늦게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이삿짐을 싸고 있습니다. 결혼 10년 만에 여섯 번 째 하는 이사를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실 평수로 따져 9평. 달랑 방 한 칸에 방석만했던 거실을 서재로 활용해 보자고 베란다에 주방을 내고 살았던 상계동의 아파트. 그곳에서 시작해 몇 번의 세를 살다보니 조금씩 세간이 늘었고, 작지만 방도 세 칸인 내 집을 장만해 몇 년 살 수 있었습니다.
나무와 함께 사는 것이 소원인 남편이 행복숲 부지를 마련하겠다 하니 아내는 집을 팔아 그 대금에 보태는 대신 작고 불편한 집을 얻어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행복숲 부지에는 아직 거처를 만들지 못했으니 대략 3년쯤은 불편을 감수하며 10년 전의 삶을 다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아내는 벌써 몇 시간 째 말 없이 짐을 꾸리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분양 받아 살던 집이니 그 정을 떼야 하는 여자의 마음이 오죽할까. 이사할 집이 살던 집보다 작아서 남게 되는 세간은 여기저기 남의 집에 부탁해 맡겨야 하는 형편이니 그 마음이 불편하고도 불편할 것입니다. 바꿔 생각해 봐도 다른 이들처럼 그저 평범하게 직장인으로 살아가지 않고 산으로 가자는 남편이 문득 밉고 미울 것 같습니다.
제게 겨울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나는 이 겨울의 춤사위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더 깊이 내 삶을 사랑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56 | 바위에 새긴 듯 매일 지켜야 이룰 수 있습니다 | 구본형 | 2006.06.23 | 6274 |
155 | 기도와 기회의 동시성 [1] | 박승오 | 2008.09.01 | 6284 |
154 | [화요편지]삶의 기쁨이 깨어나는 시간, 아난다 인요가 | 아난다 | 2020.12.22 | 6289 |
153 | 다독(多讀)이 정독(精讀) | 승완 | 2012.04.10 | 6293 |
152 | 민주사회에서 가장 두려운 일은 서서히 진행되는 노예화 | 부지깽이 | 2012.12.07 | 6297 |
151 | 워렌 버핏, “인생은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 같다” [1] | 승완 | 2009.12.15 | 6320 |
150 |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 [1] | 부지깽이 | 2012.02.10 | 6320 |
149 | 담배와 골목길, 그리고 영혼 | 승완 | 2012.07.17 | 6327 |
148 | 자기통제 강박증 | 문요한 | 2012.10.17 | 6329 |
147 | 절망의 강을 건너는 법 | 문요한 | 2012.10.03 | 6332 |
146 | 농민자격증 [4] | 김용규 | 2011.07.14 | 6333 |
145 | 천직이 찾아 오는 길 | 부지깽이 | 2012.04.20 | 6351 |
144 | 삶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4] | 문요한 | 2008.11.11 | 6355 |
143 | ‘인문학적’이라는 건 무슨 뜻일까 | 승완 | 2013.07.30 | 6358 |
142 | 나를 데리고 놀기 | 구본형 | 2006.06.02 | 6368 |
141 | 한 번은 턱을 넘어라 [2] | 문요한 | 2013.03.06 | 6373 |
140 | 풍요로움에 대하여 | 구본형 | 2006.06.09 | 6403 |
139 |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여름 | 승완 | 2012.07.03 | 6409 |
138 |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3] | 홍승완 | 2006.04.03 | 6424 |
137 | 정신을 담금질하는 방법 | 승완 | 2012.07.24 | 64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