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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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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23일 00시 31분 등록
시작된 겨울풍경

자연 속에서 ‘행복숲’을 가꾸며 살다 흙으로 돌아가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기 위한 짐을 꾸리던 날. 나는 행복숲의 기반이 조성되는 몇 년 뒤의 봄날을 맞기 위해 이제 다가올 겨울을 담담하게 맞겠다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겨울이 이사로 시작되나 봅니다.

늦게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이삿짐을 싸고 있습니다. 결혼 10년 만에 여섯 번 째 하는 이사를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실 평수로 따져 9평. 달랑 방 한 칸에 방석만했던 거실을 서재로 활용해 보자고 베란다에 주방을 내고 살았던 상계동의 아파트. 그곳에서 시작해 몇 번의 세를 살다보니 조금씩 세간이 늘었고, 작지만 방도 세 칸인 내 집을 장만해 몇 년 살 수 있었습니다.

나무와 함께 사는 것이 소원인 남편이 행복숲 부지를 마련하겠다 하니 아내는 집을 팔아 그 대금에 보태는 대신 작고 불편한 집을 얻어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행복숲 부지에는 아직 거처를 만들지 못했으니 대략 3년쯤은 불편을 감수하며 10년 전의 삶을 다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아내는 벌써 몇 시간 째 말 없이 짐을 꾸리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분양 받아 살던 집이니 그 정을 떼야 하는 여자의 마음이 오죽할까. 이사할 집이 살던 집보다 작아서 남게 되는 세간은 여기저기 남의 집에 부탁해 맡겨야 하는 형편이니 그 마음이 불편하고도 불편할 것입니다. 바꿔 생각해 봐도 다른 이들처럼 그저 평범하게 직장인으로 살아가지 않고 산으로 가자는 남편이 문득 밉고 미울 것 같습니다.

제게 겨울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나는 이 겨울의 춤사위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더 깊이 내 삶을 사랑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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