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 조회 수 4318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시작된 겨울풍경
자연 속에서 ‘행복숲’을 가꾸며 살다 흙으로 돌아가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기 위한 짐을 꾸리던 날. 나는 행복숲의 기반이 조성되는 몇 년 뒤의 봄날을 맞기 위해 이제 다가올 겨울을 담담하게 맞겠다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겨울이 이사로 시작되나 봅니다.
늦게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이삿짐을 싸고 있습니다. 결혼 10년 만에 여섯 번 째 하는 이사를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실 평수로 따져 9평. 달랑 방 한 칸에 방석만했던 거실을 서재로 활용해 보자고 베란다에 주방을 내고 살았던 상계동의 아파트. 그곳에서 시작해 몇 번의 세를 살다보니 조금씩 세간이 늘었고, 작지만 방도 세 칸인 내 집을 장만해 몇 년 살 수 있었습니다.
나무와 함께 사는 것이 소원인 남편이 행복숲 부지를 마련하겠다 하니 아내는 집을 팔아 그 대금에 보태는 대신 작고 불편한 집을 얻어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행복숲 부지에는 아직 거처를 만들지 못했으니 대략 3년쯤은 불편을 감수하며 10년 전의 삶을 다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아내는 벌써 몇 시간 째 말 없이 짐을 꾸리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분양 받아 살던 집이니 그 정을 떼야 하는 여자의 마음이 오죽할까. 이사할 집이 살던 집보다 작아서 남게 되는 세간은 여기저기 남의 집에 부탁해 맡겨야 하는 형편이니 그 마음이 불편하고도 불편할 것입니다. 바꿔 생각해 봐도 다른 이들처럼 그저 평범하게 직장인으로 살아가지 않고 산으로 가자는 남편이 문득 밉고 미울 것 같습니다.
제게 겨울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나는 이 겨울의 춤사위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더 깊이 내 삶을 사랑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IP *.189.235.111
자연 속에서 ‘행복숲’을 가꾸며 살다 흙으로 돌아가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기 위한 짐을 꾸리던 날. 나는 행복숲의 기반이 조성되는 몇 년 뒤의 봄날을 맞기 위해 이제 다가올 겨울을 담담하게 맞겠다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겨울이 이사로 시작되나 봅니다.
늦게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이삿짐을 싸고 있습니다. 결혼 10년 만에 여섯 번 째 하는 이사를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실 평수로 따져 9평. 달랑 방 한 칸에 방석만했던 거실을 서재로 활용해 보자고 베란다에 주방을 내고 살았던 상계동의 아파트. 그곳에서 시작해 몇 번의 세를 살다보니 조금씩 세간이 늘었고, 작지만 방도 세 칸인 내 집을 장만해 몇 년 살 수 있었습니다.
나무와 함께 사는 것이 소원인 남편이 행복숲 부지를 마련하겠다 하니 아내는 집을 팔아 그 대금에 보태는 대신 작고 불편한 집을 얻어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행복숲 부지에는 아직 거처를 만들지 못했으니 대략 3년쯤은 불편을 감수하며 10년 전의 삶을 다시 살아야 할 것입니다. 아내는 벌써 몇 시간 째 말 없이 짐을 꾸리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분양 받아 살던 집이니 그 정을 떼야 하는 여자의 마음이 오죽할까. 이사할 집이 살던 집보다 작아서 남게 되는 세간은 여기저기 남의 집에 부탁해 맡겨야 하는 형편이니 그 마음이 불편하고도 불편할 것입니다. 바꿔 생각해 봐도 다른 이들처럼 그저 평범하게 직장인으로 살아가지 않고 산으로 가자는 남편이 문득 밉고 미울 것 같습니다.
제게 겨울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나는 이 겨울의 춤사위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더 깊이 내 삶을 사랑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336 | 화요편지 - 오늘도 덕질로 대동단결! | 종종 | 2022.06.07 | 610 |
4335 | [수요편지] 장미꽃의 의미 [1] | 불씨 | 2023.12.05 | 612 |
4334 | [수요편지] 똑똑함과 현명함 [1] | 불씨 | 2023.11.15 | 613 |
4333 | 뭐든지는 아니어도 하고 싶은 것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마음 [2] | 어니언 | 2023.11.23 | 615 |
4332 | 작아도 좋은 것이 있다면 [2] | 어니언 | 2023.11.30 | 638 |
4331 | 등 뒤로 문이 닫히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 [3] | 어니언 | 2023.12.28 | 640 |
4330 | 화요편지 - 생존을 넘어 진화하는, 냉면의 힘 | 종종 | 2022.07.12 | 641 |
4329 | 충실한 일상이 좋은 생각을 부른다 | 어니언 | 2023.11.02 | 656 |
4328 | [내 삶의 단어장] 오늘도 내일도 제삿날 [2] | 에움길~ | 2023.06.12 | 666 |
4327 | [수요편지] 미시적 우연과 거시적 필연 [1] | 불씨 | 2023.11.07 | 668 |
4326 | [수요편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1] | 불씨 | 2023.12.27 | 668 |
4325 | 역할 실험 [1] | 어니언 | 2022.08.04 | 669 |
4324 | [내 삶의 단어장] 엄마! 뜨거운 여름날의 수제비 | 에움길~ | 2023.11.13 | 669 |
4323 | 용기의 근원인 당신에게 [1] | 어니언 | 2023.12.14 | 670 |
4322 | [늦은 월요 편지][내 삶의 단어장] 2호선, 그 가득하고도 텅빈 | 에움길~ | 2023.09.19 | 671 |
4321 | [월요편지-책과 함께] 존엄성 | 에움길~ | 2023.09.25 | 674 |
4320 | [수요편지] 허상과의 투쟁 [1] | 불씨 | 2022.12.14 | 676 |
4319 | [수요편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조직문화 | 불씨 | 2023.10.11 | 680 |
4318 | 케미가 맞는다는 것 [1] | 어니언 | 2022.09.15 | 684 |
4317 | 두 번째라는 것 | 어니언 | 2023.08.03 | 6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