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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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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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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30일 01시 03분 등록
오늘. 하루 일찍 달력을 넘겨 보았습니다. 한 장 남은 달력에 올해의 잔여 일이 줄지어 가지런히 걸려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맘 때만큼 달력을 자주 보는 달도 없는 듯 합니다.

자연에 기대어 자연의 질서를 따라 사는 인디언을 공부하다가 그들의 달력이 우리의 달력과 조금 다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숫자대신 달마다 고유한 특징을 이름으로 붙여 부르고 있더군요. 이를테면 1월은 나뭇가지가 눈송이에 뚝뚝 부러지는 달. 2월은 홀로 걷는 달, 또는 삼나무에 꽃 바람 부는 달… 이런 식이지요. 12월은 어떻게 부를까요? 그들은 12월을 ‘침묵하는 달’, 또는 ‘무소유의 달’로 부릅니다. 인디언에게 12월은 침묵하며 자신을 비워내는 달인 것이지요.

숲도 12월은 자신을 비워내는 달로 삼나 봅니다. 며칠 전, 강남에 있는 삼릉의 숲이 자신을 비우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이틀간 비가 오고 바람이 불 때 낙엽활엽수들이 자신의 잎을 마치 참새떼가 날 듯 흩날리며 이미 비울 것을 비우고 그 여백을 한층 키우고 있었습니다.

자연을 떠나 도시에 사는 우리들의 12월은 어떤지요? 매년 그래왔듯 자연의 흐름과 달리 분주하고 요란하겠지요? 송년을 하자고, 잊을 걸 잊자고 여기저기 모임을 갖고 먹고 마시는 날이 월초부터 점점이 저 달력에 기록될 테지요. 또 서울의 번화가는 새벽 늦도록 귀가 택시를 잡기 위해 아우성치는 취객들로 넘쳐나는 달이 될 테지요. 비우자고 만나 채우는 일에 또 몰두하고 마는 달이 되기 십상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마지막 맞는 12월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다가 인디언처럼, 숲처럼 보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12월을 ‘나를 비우는 달’로 삼고 보내는 것이지요. 가능하면 더 많이 침묵하고 더 깊이 나를 들여다 보며 한 해 동안 채워온 욕심을 덜어내는 달. 그리고 다가올 새 해를 위해 여백을 키우는 소박한 의식을 거행하는 달…
자연을 따라 사는 사람들과 숲처럼, 낡고 묵은 것을 비워 새 것을 담을 준비를 하는 달.

잘 비워야 건강하고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는 것이 순환의 순리겠지요.
님은 12월을 어떤 달로 삼고 보내고 싶으신지요?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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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2006.12.01 09:18:33 *.240.191.120
숲처럼 나무처럼 살아가시려는 용규님
저도 따라서 하고 싶어요.
12월은 내면과의 대화를 많이 하려합니다.
밖에서 구해서 갈증이 나기보다는 내면에서 갈구해서 밖을 채우는 12월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괴산의 숲을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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