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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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발달단계에서든지 발달이란 상반된 양극성이 어느 정도 서로 조화를 이루고 통합되는 과정이다. 생산성(productivity)과 침체감(stagnation)의 양극성은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 ‘생산적’이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침체’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알아야 한다. 성숙하고 있지 않은 느낌, 정체된, 고착된, 메마른, 의무로 가득 찬 삶의 늪 속에 빠져 있는, 자기 성취가 없는 듯한 느낌들. 그는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죽는 것과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터득해야 한다. 침체감을 경험하고, 참고, 거기에 맞서 싸울 역량은 중년기에 생산성을 향해 힘겹게 씨름하는 하나의 본능적인 측면이다. 침체감은 순전히 부정적인 것도 아니며, 전적으로 피할 일도 아니다.
- 대니얼 레빈슨의 ‘남자가 겪는 인생의 사계절’ 중에서 -
--------------------------------------------------------------------몇 년 전에 선배가 하던 정신과 의원을 물려받아 2년가량 개업의사 생활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선배가 일러준대로 따라하니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렵지 않은 일을 하는 것에도 어떤 대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점차 삶이 서서히 시들어가고 말라죽어 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어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과연 내가 원했던 삶이란 말인가?’ ‘지금의 삶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담고 있는가?’그 질문들은 결국 저를 체념과 도전의 갈림길에 세웠습니다.
그 갈림길에 섰던 날부터 오늘까지의 삶을 돌아봅니다. 무언가 만들고자 바둥거리며 살아왔지만 ‘성장했는가?’라는 질문에는 바로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침체감'의 활주로를 충분히 달리지 못한채 때이른 비상을 시도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삶에 깊이와 강함을 더해 주는 것은 상반된 두 세계의 체험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12월을 어떻게 보내시고 계시나요? 늘 해가 바뀌지만, 어떤 해에는 그 느낌이 예사롭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삶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심지어는 죽어간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때가 찾아오거들랑 외면하지 말고 그 느낌과 그 의미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2006. 12. 12 週 2회 '당신의 삶을 깨우는' 문요한의 Energy Plus [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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