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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6일 11시 50분 등록

오빠! 저예요

. 그래. 통화괜챦니?

, 말씀하세요

 

주말저녁이다. 10 조금 넘었다. 핸드폰에 뜬 이름을 보며 이 시각에 왠 일 일까? 하며 전화를 받았다. 급한 일이 생긴 걸까? 머릿속에는 벌써 몇 가지 생각들이 돌아가고 있었다. 컴퓨터 전원을 넣으면 화면이 뜰 때까지 부산거리는 기계처럼 나의 머릿속도 부팅이 되고 있는듯하다. 집안일? 우리회사에 넣어둔 자금의 사용처가 생긴 걸까? 아니면 주식시장주변에 관한 질문이 생기신 걸까?

 

외사촌오빠이다. 경기도의 작은 도시와 대구에서 섬유업을 하고 있다. 일찍이 중국시장에 진출하여 나름 성공한 중소기업CEO이다. 단기자금과 펀드를 거래하고 있다. 다른 자금도 여력이 있지만 잘 아는 사람에게 자신의 자산을 모두 맡겨놓으면 소문나서 안된 다며 회사자금만 거래 중이다.

 

50만원, 3년 적금할건데 정기적금이 좋을까? 펀드가 좋을까?

누구 이름으로 할 건데요?

, 아이이름으로

 

아이라 함은 나에게는 조카이다. 몇 살이었더라생각이 나질 않는다. 늘 이야기는 들었지만 물리적 거리만큼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혹시 취직을 했나?하는 마음이 들어서  물어보니 이제 제대하고 학교 복학했다고 한다. 2학년 23살이다. ! 그렇구나. 용돈이거나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 일 것이다.

 

그러면 펀드가 좋겠지요. 손실이 나면 오빠가 보전해주시고너 일하기 싫구나?나의 대답이 성의 없다는 핀잔일게다. 시간의 여유가 있는 돈이라면 저는 펀드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부연설명이 크게 필요치 않은 경우이다. 사촌오빠와 나 사이에 쌓인 다른 신뢰가 있으니까. 주말 늦은 저녁에 전화해서 물어본다는 것은 이미 마음으로는 정해놓은 거다. 다만 이 건을 네가 처리해줄 수 있니? 이렇게 묻지 않았을 따름이다.

 

좀더 편한 방법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 나는 조카의 핸드폰번호를 받아 카카오톡에 올려놓았다. 아이의 얼굴이 기억나질 않는다. 결혼을 하면 외가 쪽 친척을 만날 일은 극히 드물어진다. 사진으로 얼굴도 확인하고 고객을 만나 일 처리를 하기 위한 방편이다.

 

조카의 서울행에 맞춰서 약속을 잡았다. 금요일 오후시간 명동역 부근에서 보기로 했다. 필요한 서류를 챙겨서 명동역으로 향했다. 가까운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아이는 경영학과라고 했다. 며칠 전 기말고사 준비한다고 질문을 하던 큰아이가 생각났다. 조카와 나의 아이는 같은 나이 같은 전공이다. 시험범위에 펀드에 관한 내용들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매월50만원은 무슨 돈이니? 물어보니 용돈이라고 한다. 한 달에 용돈은 얼마나 쓰느냐고 하니 30만원 정도 쓴다고 했다. 밥값과 차비 등 이란다. 부모가 직접 아이이름으로 금융상품거래를 할 수 있기는 하지만 본인이 선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을 게다. 부모에게 받는 용돈으로 처음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거다. 거래경험도 전무하다. 그 동안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다일 테니까.

                                                                                           

은행 보험 증권회사의 기본적인 차이를 설명해주고 서로의 업무영역이 모호해지는 금융환경도 설명 했다. 서류를 보내주면 작성해서 가입하자는 사촌오빠의 말에 굳이 고객을 만나서 일을 보겠다고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23세의 남자면 성인이고 본인이 판단능력이 있는 나이이니 자세히 설명하고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비록 아버지의 권유에 의한 것이지만 금융지식은 평생 함께해야 하는 분야이니 그 첫 단추를 잘 꿰어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계산해보자. 50만원 3년 매월 적금으로 불입되는 원금은 1800만원이다. 정기적금과 적립식펀드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정기적금은 확정금리상품이다. 정해진 기간 동안 불입하면 원금과 이자를 단 일원의 오차도 없이 지급한다. 취급하는 금융기관에 따라 예금자보호에 대한 문제가 남지만 5000만원까지는 원금을 떼일 염려가 없다. (2012년 대한민국 현행법상)

 

3  원리금은 18,939,060(세후)이다. 복잡한 계산은 아니지만 계산기가 없다면 대강 계산법도 있다. 4%*3=12%이고 원금1800만원*12%=2,160,000원인데 적금은 매월 불입하는 구조이니 첫 달 불입금은 36개월을 예치하는 것이고 마지막 불입하는 것은 한 달 예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원금의 평잔이 900만원(전체금액의 절반)이 된다. 이자는 900만원*12%=108만원이다. 이자금액에 세금15.4%를 제외하면 내가 받을 수 있는 실수령이자 금액이 된다. 정확한 계산과 약간의 오차가 생기지만 계산기가 없는 경우에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는 개념이다.

 

정리하면 3년간 원금1800만원에 대한 수익금 939,060은 전체금액의 5.22%이다.

 

굳이 계산을 해서 보여주는 이유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관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수익율의 숫자에 매몰되어 금액으로 얼마의 차이를 가져오는지 비교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본다. 전체자산을 운용하는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0.1%는 큰 금액이다. 하지만 투자하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커피한잔 정도의 금액만큼도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한 수익금 때문에 여러 금융기관에 수익율을 알아보느라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선택에 고민을 한다. 주거래 은행이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가입하라. 정기적금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적립식펀드의 경우를 살펴보자.

정해진 수익율이 없다. 펀드의 운용성적대로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수익이 날수도 있고 손실이 날수도 있다. 투자자는 수익이 날 확률이 있다는 판단하에 선택하게 된다. 투자상품은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상품이 아니다. 운명이 아닌 희망에 베팅을 하는 것이다.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투자방법이다.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지혜가 깃들여진 선택.

 

계산을 한번 해보자.

인덱스펀드는 시장을 추종하는 펀드이다. 펀드를 불입하는 3년 동안 매월 종합주가지수를 사는 건데, 사는 가격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3년 동안의 평균은 최고가격(제일 비싸게)이나 최저가격(제일 싸게)은 아니다. 지수의 흐름에 따라 누적된 증권의 갯 수가 다르다. 예를 들면 원금인 1800만원과 같은 개수 일수도 있고, 더 많거나 적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만기가 되면 그 동안 모아놓은 유가증권의 개수*기준가격=평가금액이 된다. 평가금액이 원금에 못 미치면 손실이 나는 것이고 플러스가 되면 수익이 나는 구조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기적금을 선택하지 않고 펀드를 선택할 때는 전제가 있다. 투자기간의 유연성이다. 만기가 되는 시점

의 시장상황에 따라 수익은 달라진다. 이럴 경우에는 시장상황을 판단하여 투자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반드시 필요한 자금일 경우에는 곤란에 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추위와 먹이부족을 위해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저축을 한다는 것은 돈이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하여 준비하는 것이다.

따라서 필요시기와 금액이 정해진 경우에는 불확실성에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조카는 학생이고 투자기간도 여유로운

상황이니 장기투자성과가 우수한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경우에는 늘 적립식펀드를 선택한다. 불확실성에 배팅하는 것이 흥미를 유발하기도 하고 시장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기간에 대한 부담이 없는 경우에는 해볼만한 게임이다.  자신의 기질상

 계획적인 삶이 더 잘 맞는 사람이라면 투자상품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일 수 있다.

 

조카는 인덱스펀드와 테마형펀드 중에 바이오헬쓰케어펀드를 선택하고 금액을 20만원과 30만원으로 정한다. 젊은 아이라

변동성이 크다는 테마형펀드에 마음이 더 쏠린듯하다. 앞으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아빠를 통하지 말고 고모한테 직접이야

기 해 조카고객은 알았다고 답을 한다. 첫경험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지만 시장은 다양한 이유로 출렁거린다.

첫사랑의 맛이라는 라일락꽃잎처럼 쓰디쓴 경험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란 믿음은 있다. 삶은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이고 돈을 모으고 벌고 사용하는 것에도 늘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함을 배우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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