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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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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6일 20시 41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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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6년 5개월>

 

아빠가 삼일에 한 번씩 집에 오니 같이 놀아주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어들더군요.

아이는 에너지를 쓰며 힘을 길러야 하는데 엄마랑만 있어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나가면 무조건 뛰고, 들어오면 달려드는 아들을 엄마가 감당하기가 힘들잖아요.

동네 친구들이 많으면 좋겠지만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함께 놀 아이들이 별로 없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파트 정문 상가에 있는 태권도장을 다니도록 은근히 꼬셨습니다.

과감히 '용인대 석사'라는 학벌을 이름으로 내세운 태권도장이었지요.

요새 태권도장은 태권도만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줄넘기도 하고 피구도 하고 레크레이션도 하며 아이들에게 체육활동과 놀이를 시켜줍니다.

  

민호는 낯선 사람들이 많은 곳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는 또래 여자 친구가 다니고 있어서 아주 어색해하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일주일 동안은 엄마나 아빠가 도장 뒤에서 지켜봐주기로 약속하고 시작했습니다.

수시로 도장 밖을 살펴보며 아빠가 있나 확인하더니 몇 일만에 노는데 푹 빠져 있든 없든 상관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도복에 흐뭇해 합니다. 아빠에게 몸통막기를 알려주기도 합니다.

   "아빠, 그게 아니고 이렇게 하는 거야"

혼자서 '태권도 책'을 만들기도 합니다. 도화지 한 장을 접어 표지를 그리고, 제목을 답니다.

  <나는 하얀띠에요>

안에는 만화처럼 칸을 나누어 각 동작을 설명합니다. 그림도 간단히 그립니다.

   '돌려차기: 먼저 발을 오른쪽으로 차고 옆으로 접고 내린다.'

   '앞차기 : 발을 앞으로 차고 내릴 때 앞으로 접는다. 그리고 내린다.'

   '옆차기 : 먼저 옆으로 발을 차고 그다음 옆으로 접는다.'

그러더니 "난 아빠보다 먼저 책을 썼어" 합니다. 대단합니다.

 

한 달만에 승급심사를 하더니 노란띠를 땄습니다. 승승장구입니다.

제가 어릴때는 띠가 몇 개 없었는데 요새는 노란띠, 초록띠, 보라띠 등 여러 색의 띠가 생겼더군요.

아무래도 마구 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날은 도복을 입고 마트에 갔더니 시식대의 아주머니들이 관심을 보이시더군요.

   "태권도 갔다왔어? 어디 한번 해봐~"

민호가 쭈뼛해 하며 몸통막기며 아래막기, 정권치기를 보여줍니다.

덕분에 동그랑땡과 불갈비, 만두를 엄청 얻어 먹었습니다.

저도 먹었습니다.



 아들과의 추억은 이렇게 쌓여 갑니다.



 

 

 

s_태권소년2.JPG

IP *.37.12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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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7, 2012 *.10.140.17

저는 아직도 태권도 하얀띠입니다..^___^

 

역시 아이는 아버지를 받쳐주는 지팡이 같은 것인가 봅니다...

 

추억 하나 하나 잘 간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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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8, 2012 *.37.122.77

아이가 아빠의 지팡이라니 멋진 표현이네요~

추억이 쌓여 살아갈 힘을 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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