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구본형
  • 조회 수 537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7년 2월 9일 05시 33분 등록

아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기대에 차서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내가 어떤 좋은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 하는 눈빛으로 쳐다봅니다. 수 백명이 모여 있어도 그 사람들의 눈빛 하나하나가 다 느껴집니다. 사람의 눈은 그만큼 에너지에 가득 찬 것이고 강력한 것인가 봅니다.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아주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그 중에 이런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옛날에 중산군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가신들을 불러 큰 잔치를 벌렸습니다. 잔치는 풍성했고 여러 가지 음식들이 오고 갔지요. 드디어 양고기 국을 먹을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마침 국물이 부족하여 사마자기라는 사람에게는 그 몫이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것이 자신에 대한 모욕이라고 여겼습니다. 그 때문에 이 사람은 이웃 나라로 가서 그 나라 왕을 설득하여 중산군을 공격하게 했습니다. 중산군은 싸움에 져 피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젊은 형제 두 사람이 창을 들고 따르며 목숨을 걸고 중산군을 지켜주었습니다. 이상히 여겨 중산군은 그들이 누구인지 물어 보았습니다. 그들이 대답했습니다.

“저희 부친께서 아직 살아 계실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부친이 배가 고파 쓰러져 있을 때, 중산군께서 친히 밥 한 덩이를 주셨습니다. 저희 부친은 그 찬밥 한 덩이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부친께서 돌아가실 때 우리에게 유언을 했습니다. 만일 중산군께서 어려운 일에 처하게 되면 목숨을 걸고 보답하라 이르셨습니다.”

이 말을 듣고 중산군은 하늘을 보고 탄식하였습니다.

“베푼다는 것은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다. 상대방이 정말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의 원한을 사는 것 역시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나는 한 그릇의 양고기 국물로 인하여 나라를 잃었고, 한 덩이의 찬밥 때문에 목숨을 구했구나.”

삶이란 오묘해서 살다 보면 이런 일들이 적지 않습니다. 은혜와 원한 모두 마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마음은 사소한 것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의 의미를 감지합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누군가의 상사라면 작은 일들에도 마음을 써 경계해야 합니다. 아니, 작은 일을 통해 마음이 흐를 수 있는 통로를 찾아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 좋은 리더는 감정의 끈을 놓치지 않습니다.

나는 거기에 모인 여러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여러 개 들려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아주 즐거워했습니다. 그 즐거움이 눈빛을 타고 흐릅니다. 눈빛으로 무언가를 느끼게 되면 그 느낌이 오래 갑니다. 왜냐하면 마음속 진심을 보았다고 믿기 쉽기 때문입니다. 눈은 마음이 세상을 향해 열어 놓은 문과 같습니다. 마음을 알고 싶을 때 상대방의 눈빛을 놓치려고 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눈빛 속에 정성을 담으면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좋은 감정을 전해 줄 수 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사인회를 가졌습니다. 한 젊고 귀여운 여인이 책을 두 권을 가지고 왔습니다. 한 권은 자기 것이고 또 한 권은 자기 오빠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오빠 책에 ‘감정의 끈을 놓지마라’라고 써 달라고 합니다. 나는 그 눈을 바라보았는데,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수줍고 간절한 마음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2008년 2월 8일 저녁은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이 날은 내가 열세 번째 책에 대하여 독자들과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그 날은 수 백명의 눈빛으로 빛나는 밤이었고, 그 중에서도 내가 알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눈빛이 하나하나 다 느껴지는 밤이기도 했습니다. 좋은 마음을 가지고 좋은 사람들과 만났던 아주 좋은 밤이었습니다. 눈빛이 환한 등불 같은 밤이었습니다.
IP *.189.235.111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54 삶의 여정: 호빗과 함께 돌아본 한 해 [1] 어니언 2024.12.26 949
4353 엄마, 자신, 균형 [1] 어니언 2024.12.05 977
4352 [수요편지] 발심 [2] 불씨 2024.12.18 1014
4351 [수요편지] 능력의 범위 불씨 2025.01.08 1016
4350 [내 삶의 단어장] 크리스마스 씰,을 살 수 있나요? [1] 에움길~ 2024.08.20 1053
4349 [수요편지] 형세 [3] 불씨 2024.08.07 1083
4348 [수요편지] 문제의 정의 [1] 불씨 2024.08.21 1108
4347 [목요편지] 흉터 [2] 어니언 2024.07.11 1122
4346 [목요편지] 육아의 쓸모 [2] 어니언 2024.10.24 1127
4345 [목요편지] 장막을 들춰보면 어니언 2024.08.22 1149
4344 [책 vs 책] 무해한 앨리스 화이팅! file [2] 에움길~ 2024.07.22 1152
4343 새로운 마음 편지를 보내며 [4] 어니언 2024.07.04 1158
4342 [월요편지] 세상이 분노가 가득한데 [1] 에움길~ 2024.07.08 1158
4341 [수요편지] 행복 = 고통의 결핍? 불씨 2024.07.10 1162
4340 [목요편지]’호의’라는 전구에 불이 켜질 때 [4] 어니언 2024.07.18 1163
4339 [내 삶의 단어장] 알아 맞혀봅시다. 딩동댕~! [1] 에움길~ 2024.07.30 1169
4338 [목요편지] 별이 가득한 축복의 밤 [3] 어니언 2024.12.19 1175
4337 [책 vs 책] 어디든, 타국 [1] 에움길~ 2024.08.26 1177
4336 [수요편지] 성공의 재정의 [2] 불씨 2024.07.03 1180
4335 [수요편지] 불행피하기 기술 [3] 불씨 2024.07.17 1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