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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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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12일 00시 08분 등록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정호승 詩 '수선화에게'

지난 주에 직장생활을 오래 함께 한 동료를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멀리 보냈습니다. 그 날은 하늘도 슬퍼하는 듯 겨울비가 추적추적 조용히 내려앉았습니다. 그는 말이 없고 조용한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입사한 지 꽤 오래되었지만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프로젝트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던 그의 선한 눈빛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저녁에 동료들과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분위기는 매우 어두웠습니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탄식소리가 사방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의 아내와 두 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울음이 한없이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

예수는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그 말씀이 화살이 되어, 대못이 되어 깊이 박힙니다. 사람을 사람 자체로 보지 못하고 오직 이해관계로만 쉽게 판단하고 재단했습니다. 나보다 조금 못한 사람들을 깔보고 무시했습니다. 정당하게 이익을 추구하는 지에 대한 의문이 없이 오로지 이익 그 자체만을 추구했습니다.

인생은 때론 외로운 길이지만 서로가 짊어진 짐을 나눌 때 더 이상 외롭지 않습니다. 오늘 나는 내 몸이 죽어가기 전에 내 가슴 속 뭉클한 그 무엇이 먼저 죽어가고 있지 않나 되돌아봅니다. 인생을 롱런(long run)으로 보되, 나와 마주치는 한 사람, 한 장면에 충실할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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