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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8일 11시 42분 등록

사과나무 밑에서

 

홍역하는 우리 아가 밤새 혼자 앓더니

온몸 여기저기 열꽃 발긋발긋 피워내듯

오월 하늘 아래 사과꽃이

피었다. 오늘은 세시간 너머

사과나무 아래에서 그 꽃을 바라보았을 때

해가 기우는 것도 보았다.

 

사과를 따려면

더운 날들과

밤이슬이 필요한 법이다.

햇빛과 수액을 모아 과육을 만들 시간을

사과나무에게 갖게 해야

한다. 사과나무는 꽃을 떨구고

작은 열매를 달 것이다. 아기 주먹들은

단단하게 힘을 주고 노여움 속에서 익는다.

멀리서 보면 둥근 등처럼 바람 속에서

흔들리며 제 무게를 가늠하고

제 사유만큼의 무게를 갖게 될 것이다.

 

기다리지 않는 자들은

어리석다고 아버지는 사과나무 아래에서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심은 사과 나무 아래에서

넌 기다려 보았느냐. 사과나무는 병들었다.

사과나무는 철도 없이

꽃을 피우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사과꽃이 피었으니

사과나무 아래에서 그늘과 양지가

하루에 몇 번씩 바뀌는 지 헤아리며

기다려라. 꽃은 바람에 이내 진다.

기다리면 꽃을 떨어뜨린 그 바람이

사과를 키우고 햇빛에 벌겋게 달구어

사과를 익혀내는 것도 보리라.

 

(장석주 "애인" 50페이지~51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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