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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9일 03시 05분 등록

봄은 쉽게 오지 못합니다. 겨울이 쉽게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가 쏟아지다 햇빛이 내리 쬐고 다시 눈보라가 칩니다. 날씨가 왜 이래 그러다가 웃고 말았습니다. 원래 봄날은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니까요. 그러고 보면 계절이 바뀔 때는 광화문 수문장 교대식처럼 서로 조금 법석을 떨다 헤어지는 것인가 봅니다. 계절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게 조금 법석을 떨어야 각인이 되는 데 그게 어쩌면 사는 맛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낮에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하고 있는 클리브랜드 미술관 소장품 전시회에 갔었습니다. 포스터에는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 Van Gogh to Picasso 라고 되어 있지만 그들의 그림은 각각 3점 정도 있습니다.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고 전시장이 작아 천천히 즐겼습니다.

나는 클로드 모네의 그림이 매우 좋았습니다. ’빨간 스카프를 두른 모네 부인의 초상‘도 좋았지만 특히 한 그림에서 오래 동안 머물렀습니다.

'앙티브에 있는 정원사의 집' Gardner's House at Antibes 이라는 그림인데 1888년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그 그림에는 아주 많은 빛이 들어와 있어 찬란하기 그지없는 어느 날 멀리 산과 바다가 보이는 구릉위에 지어진 소박한 주황색 지붕의 집을 방문한 느낌입니다. 그림을 보다 문득 내가 외부의 어떤 빛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 바로 기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기쁨에만 갇히게 되면 살아가면서 기쁨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기쁨에 연결되고, 계절의 기쁨에 감탄하고, 문득 한 가지에서 다른 가지로 경쾌하게 옮겨가는 새의 목소리에 연결될 때, 내 기쁨의 양이 커지는구나. 인상주의의 예술가들이 자연의 감상에서 자연의 한 순간이 주는 한 찰라의 강렬한 체험을 즐기듯이 햇빛은 폭포수처럼 쏟아져 이 그림 속에 머무는구나.

나는 120년 전 모네가 보았던 그 아름답고 밝은 풍광의 빛 속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주 훌륭한 여행이었습니다. 정원사가 사는 집의 주황색 지붕 앞에 서 있는 두 그루의 나무들은 지금은 얼마나 컸을까요 ? 아직 살아 있을까요 ? 그 나무들이 정말 있기는 했던 것일까요 ? 살아가면서 나는 이런 질문들이 참 좋은 질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러셀 Bertrand Russel이 말하던 '무용한 지식의 기가 막힌 맛‘ 이란 이런 것 아닐까 합니다. 오늘은 내 안의 우울함에 갇히지 말고 세상을 떠도는 아주 많은 기쁨들에 접속해 보세요. 오늘이 눈부실 겁니다. 오늘 눈부신 하루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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