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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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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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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22일 06시 04분 등록

당신 참 예뻐요. 당신을 보면 ‘아름다움은 권력이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지요. 전설적인 드라마 ‘모래시계’의 정점에서 사라졌던 당신. 이름만 들어도 거창한 삼성가로 시집을 갔지요. 아이들을 데리고 유치원에 가다가 파파라치에게 사진을 찍혔을 때, 애들 사진만은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했다는 당신에게서 조신한 엄마의 모습을 봅니다.


그런 당신이 10년만에 이혼을 하고 다시 연기를 시작했습니다. 이혼당시 6세, 8세인 남매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얼굴을 보지 않기로 했다지요. 어느 핸가 크리스마스 새벽에, 한강변에서 혼자 포르쉐를 탄 당신이 포착되는 등, 결혼생활이 삐걱거리는줄은 알았어도 이혼까지 할줄은 몰랐다고 측근이 말했습니다. 남의 결혼사를 속속들이 알 재간이야 없지만, 여자에게 주어지는 조건이 명문가의 무게만큼 더 중압적으로 내리누르기밖에 더 했겠습니까.


나는, 화면에서 당신을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합니다. 저 연기가 그냥 연기가 아니지. 아직 어린 아이들을 만날 수 없는 어미의 몸부림이요, 재벌가의 후광을 박차고 나와 이혼녀라는 주홍글씨를 붙이기까지 피눈물나는 결단의 소신아니겠나. 내 감수성에 응답하듯 당신의 발걸음에 거침이 없군요. ‘봄날’에서의 조심스러운 행보 이후, ‘여우야 뭐하니’와 ‘히트’에서, 계속 자기영역을 파괴해가는 도전이 눈부십니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뿐만 아니라 넘쳐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연기의 경계를 허물어가는 당신모습이 보기좋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연기자의 재능과 끼를 발휘하면서 살수밖에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처럼 혹독한 댓가를 치루지 않고도 당신의 길을 갈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당신이 연기자로 돌아온 것을 환영합니다. 연기 안에서 맘껏 부숴지고 연기 안에서 맘껏 춤추기 바랍니다. 그것이 자유의 맛이니까요.

마침 가수 백지영이 결혼하는 지인을 보며 울고있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랐습니다. 그 사진을 본 딸애가 말합니다. “어려울 때 많이 도와줬나 봐”
그 말을 들으며, 비슷하게 힘든 일을 겪은 오현경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백지영은 오직 노래실력으로 승부해서 다시 정상에 섰습니다. 내 잘못은 아니었으나, 빠져나올 수 없을 것같던 인생의 올가미로부터 날아올랐습니다. 화려한 비상입니다.


반면 오현경은 결혼을 택했습니다. 결혼은 무책임한 대중의 마녀사냥으로부터 어떤 보호장치도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상처에 상처를 더했을 뿐입니다. 당신이 결단했듯, 백지영의 정면승부가 오늘의 그를 있게 합니다. 우리는 오직 우리의 길을 감으로써 우리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결혼을 비롯해서 타자가 주는 명예는 진짜 우리 것이 아닙니다.


고현정, 그래서 당신이 소중합니다. 두 번 다시 타자의 굴레와 구원의 길을 착각하지 않기를. 오직 연기로 말하는 연기자의 삶을 살기를. 그렇게 살아가면서 동반자가 나타나면 좋고, 설령 외롭더라도 진정한 자유인의 길을 가기를. 삶이 얼마나 지독한지를 안 뒤에야, 삶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당신에게 환호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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