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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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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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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26일 08시 06분 등록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파리(Paris)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침묵의 파티 (Quiet Party)'에 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침묵의 파티'는 파리 8구의 '탕지아'라는 레스토랑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파티에 참가해서 각자 백지의 노트와 펜을 가지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글로 표현한다고 합니다.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두 시간 동안 절대 말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침묵의 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다시 떠들고 큰 소리로 웃으며 방금 전의 침묵을 정상적인 상태에서 재음미합니다. 그러면 조금 전까지 말없이 마주 앉아 있던 전혀 알지 못하는 상대방은 지금 기묘한 비밀을 나눈 친구인양 가까워지게 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번쯤은 해보고 싶은 재미있고 꼭 필요한 이벤트라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면서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것은 말입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처럼 대화는 매우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수다 떠는 게 재미있어 집니다. 여자들의 심리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서로를 공감하고 칭찬하면서 대화를 나눈다는 건 무척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말을 많이 하는 건 내 자신을 충만하게 하기보다는 밖으로의 에너지 소모가 많습니다. 어쩌면 대화가 단절될 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에 수다를 만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쓸데없이 입을 놀리고 곧바로 후회와 초조를 느낀 적도 많습니다. 괜한 인간관계의 오해를 만들기도 합니다. 또 얘기를 하다 보면 다소 과장이 심해집니다. 해서는 안될 약속도 하게 되고 그 말에 책임지기 위해 끙끙거리기도 합니다. 참 요즘 세상에서는 침묵하는 것이 수다떨기보다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침묵은 보약입니다. 강의를 하거나 회의를 많이 한 날은 유난히 기운이 없습니다. 말을 통해 기운이 빠져 나가기 때문입니다. 침묵은 심신을 보호하고 순화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침묵은 대화입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아쉬워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또 침묵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고 또 하나의 대화로 인식되는 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윽한 시선과 미소를 동반한 침묵은 흥분과 야릇한 뒷맛을 느끼게 합니다. 사랑 속에는 말보다 오히려 침묵이 더 많이 있습니다. 가장 깊은 감정은 항상 침묵 속에 있습니다.

침묵은 수행입니다. 칼 융은 인생 중반 이후의 과제는 우리의 내면을 바라보고 그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침묵과 고독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을 직시할 수 있는 지름길이 바로 침묵입니다. 불교에서는 묵언수행을 합니다. 묵언수행은 말을 하지 않고 하는 참선입니다. 말을 함으로서 짓는 온갖 죄업을 짓지 않고 스스로의 마음을 정화시키자는 뜻입니다. 달마선사는 무려 9년간이나 면벽수행을 하시면서 묵언수행을 하셨다고 합니다. 침묵을 통해 우리는 평소에는 듣지 못한 미세한 움직임을 듣게 되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오늘 말없이 묵묵히,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아픔을 담아내는 아버지 같은 침묵이 무척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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