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고맑은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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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와 있습니다. 업무 출장이라 하루가 어찌 갔는지도 모르게 바쁘게 지내다 보니 벌써 10일이 지났습니다. 출장 와서도 연신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하다 보니 블라디보스톡은 아무 감흥없는 곳으로 여겨졌습니다. 다행히 어제 오후부터 조금씩 여유가 생겨 주위를 둘러보니 매몰차게 불어대는 바람과는 달리 아름다운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툰드라와 같은 느낌을 받은 비행기 착륙부터 제주공항보다 훨씬 작은 국제공항부터 옛 소련보다 한국이 우월함을 자랑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음을 들킬만큼 열악하디 열악한 환경입니다. 높은 물가로 인해 관광객에게 받는 음식부터 신용거래를 거의 하지 않고, 인터넷같은 서민을 상대로한 상거래도 돈을 먼저 송금해줘야 설치할 수 있는 날짜를 통보해주고, 통보한 날짜도 안 지키기는 기본, 설치하고 갔는데 연결이 안 되어 물어보니 우린 잘못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건 어디나라 상거래 법인...... 본인의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짜증날만큼 전화를 한 다음에야 문제를 해결하러 오는 느긋함(?). 정을 붙이려는 노력을 하진 않았지만 정해진 일정안에 일을 마쳐야 하는 타지인에게는 너무나 척박한 환경입니다.
2시간만 걸으면 70만이 육박하는 커다란 항구도시의 전부를 본 것과 같다고 합니다. 건물들은 지붕에만 페인트 칠을 했을뿐 북녁의 집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만큼 정도 없습니다. 웃으며 다니는 사람보다는 무표정의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매너도 없었습니다. 블라디보스톡의 최고급 숙박시설인 현대호텔 직원들에게도 웃음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웃음을 없는지 궁금했지만, 우리네가 웃는 웃음이 가식이 섞여 있으니 그들의 웃음이 조금은 정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겨울의 시작이라 춥지 않다고 하지만 이곳의 아침 기온은 영하 10도가 평균입니다. 바닷바람의 사나움으로 인해 몸으로 느껴지는 추위는 상상을 초월하지만 낮에는 아름다운 항구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얼었던 길거리의 얼음이 녹으며 물기를 머금고 있지만, 해가 지면 다시 추워지고 빙판길로 변합니다. 우리나라에도 겨울이 있고 빙판길을 조심조심 걸으면 넘어질 염려는 없지만 이곳의 여자들, 특히 20대로 보이는 여자들은 10센티는 기본이고 더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도 넘어지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균형감각 때문에 체조같은 운동을 잘하는 걸까요? 우리네가 젓가락을 사용해 섬세한 손동작을 필요로 하는 운동을 잘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일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가니 이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일만 하다가게 되서 아쉽기는 하지만 제 기억의 한편에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척박한 땅이지만 이들만이 가진 아름다움이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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