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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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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9일 16시 31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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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의 드로잉 수업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흑색볼펜과 A4용지를 나눠주셨습니다. 드로잉 수업의 재료는 오직 그 2가지 뿐이었습니다. A4용지에는 단순한 그림이 일부 그려져 있습니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종이에 그려진 그림에 흑색볼펜으로 무엇인가를 추가하거나 다른 것을 그려서 가려가면서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그 후에 같이 서로의 그림을 보면서 무엇이 눈에 띄는지를 보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 대부분은 드로잉수업을 통해서 그림을 더 잘 그릴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고 참여합니다. 그러나 수업에서 배우는 것들은 어떻게 하면 잘 그리냐를 직접 배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그림을 그리면서 보면서 질문하는 것들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입니다.

 

방안의 일부를 그린 그림을 받아쥐고서는 그 공간을 자신이 살고 싶은 이용하고 싶은 어떤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이번의 실습이었습니다. 학생들 각자는 나름대로 아이디어와 분위기를 내어서 그렸습니다. 저는 화분이 많고 장난감이 널어져 있는 아이들이 막 놀다 알어난 것 같은 거실을 그렸습니다.  같이 한 학생들의 그림 중에 눈에 띄는 그림 중에는 중세의 지하감옥을 개조하여 만든 것 같은 동굴안에 개인공간을 만든 것이 있었고, 또 다른 하나는 음악실을 만들어 놓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눈에 띄는 그림은 물건이 별로 없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창문이 없거나, 혹은 커튼이 없거나 벽에 아무런 장식이 없는 그러니까 집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만한 물건이 별로 없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2가지를 일러주셨습니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에는 형태를 잘 묘사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그리는 사람이 알고 있는 것들을 조합해서 배치해내는 것도 포함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손기술적인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머리 속에 있는 것을 잘 꺼내 쓸 수 있도록 평소에 여러가지를 잘 봐두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꼭 열심히 보고 다닌다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보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요. 때때로 마음 속에 이미지를 심기 위해 자세히 보는 것이 있기는 합니다만. 작년 여름이었던 것 같습니다. 삼청동에 카페를 찾아서 돌아다니가다 미니어쳐들을 보게 된 것은. 카페 주인장이 직접 만든 미니어쳐 작품을 카페에 전시하고 있었는데, 보는 재미가 솔솔 했습니다. 조선시대 선비의 방에는 서책, 족자, 병풍 등 그 방에 어울릴만한 물건들이 있었습니다. 카페 미니어쳐에는 메뉴판, 작은 화분, 화병 등 카페에 있을 만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미니어쳐 방을 둘러볼 때마다 그 방의 주인의 취미가 무엇인지 알만하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책장에는 취미 관련 책이 꽂혀있고, 액자 안에는 관련된 그림이나 사진이 있고, 장식장에는 주인이 모아놓은 물건들이 들어있었습니다. 그 조그만 방들을 보면서 저는 주인의 흔적을 찾듯이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2층집 미니어쳐를 보았습니다. 현관, 거실, 부엌, 서재, 세탁실, 2층의 침실, 다락방, 그리고 바깥쪽의 화단, 뒤쪽의 테라스, 그리고 화단까지 모두 만들어 놓은 미니어쳐였습니다. 꼼꼼함에 놀랐습니다. 부엌의 집기들이며, 세탁실에 가루비누까지. 조그만 사람이 살고 있다가 그 사람들만 잠깐 어디로 간 것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뒤쪽 화단을 보다가 놀랐습니다. 제가 무엇을 보았을까 한번 상상해 보세요. 여러분이라면 미니어쳐 화단을 만든다면 무엇을 만들어서 넣을지 한번 상상해 보세요.

 

서양식 주택, 그것도 남방의 어느 지역의 2층집, 뒤쪽 화단에 있을 법한 것이 물론 있었지요. 선인장류의 잘자란 꽃이 있고, 그것도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있었고, 거기다가 시들어버린 식물이 심어진 화분도 있었습니다. 참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식물을 옮겨심고 비어버린 화분을 쌓아놓은 무더기가 있었습니다. 깨진 화분도 하나 있었습니다.

 

미니어처에 깨진 화분이라니, 저는 그것 때문에 놀랐습니다. 그 깨진 화분 때문에 이 집이 작은 사람 사는 집처럼 느껴졌습니다. 전시공간이라면 깨진 화분은 쓰레기라고 여겨서 거기에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작품을 만든 카페 주인장은 손님이 한가할 때나 저녁에 일을 마치고 미니어쳐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건축 인테리어 월간지나 건축관련 책을 보면서 사진 속에 있는 그 공간을 미니어쳐로 하나씩 만듭니다. 자신이 만드는 방에 조그맣게 그림을 출력해서 액자를 만드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깨진 화분을 넣은 것은 무엇때문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참고로 보고 있는 그 책들에는 깨진 화분이 있는 화단이 찍힌 사진은 안들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그건 제 사고 안에서 행동한다면 저는 그런 사진을 책에 싣지 않을 거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합니다. 그 미니어쳐를 보아 버렸기 때문이라고 해도 좋지요.

그림을 그릴 때 무엇을 넣을까 하는 것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합니다. 거기에 있을 만한, 어울릴만한 것들이 있는 것과 안 어울릴 것 같은 것이 있는 것에 대해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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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는 새 그림이 아니어서 죄송합니다. 그림이 수정해도 안 될정도로 엉망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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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05, 2012 *.169.188.35

이 번주는 새 그림이 아니라고 해서

이제까지 새 그림을 그리신 적이 있었나

그래도 매번 보았는데 새 그림은 기억에 없는데..

 

크..다시 읽어보고 차분하게 생각해보다가 알게 되었네요.

그 새가 Bird가 아니라 New라는 것을...

 

내 안의 선입관을 버리고 본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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