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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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
첫 책을 출간한 후 많은 독자로부터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책의 반응은 괜찮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 개발자 희망보고서] 책 제목에 있는 희망이 도대체 무엇이냐? 도대체 이렇게 열악한 현실에서 희망이 있는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그 때마다 루쉰의 말을 인용해서 답장을 해주었습니다.
길은 무엇입니까? 길은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습니다. 아무 것도 없었던 곳을 내가 사뿐히 즈려 밟고 걸어감으로써 길이 생깁니다. 길처럼 희망도 처음부터 있던 것은 아닙니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피어나는 것이 희망입니다. 더 이상 물러설 때가 없을 때, 절망의 끝에서 희망은 생겨납니다. 똑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희망을 말하고 어떤 사람은 절망을 말합니다. 희망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에게만 솟아납니다.
첫 책을 내면서 책의 서문에 기록한 내용을 소개할까 합니다. 책의 분위기가 어두운 느낌이 들어 최종 원고에는 삭제하였으나, 희망에 대한 저의 마음을 솔직하게 대변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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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불타는 갑판에 서 있었다.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하여 일을 배우는 것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폭주하는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밤늦도록 일에 시달렸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한 부담이 고스란히 그에게 밀려왔다. 그는 한 동안 스트레스로 인해 나이답지 않게 심하게 아토피를 앓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와 오랜만에 만나서 쏘주 한잔을 뜨겁게 했다. 얼큰해진 기분에 취해 그의 이 노래를 들었다.
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리는 안개 속에 쌓인 길
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둘러보아도 찾을 길 없네
그대여 힘이 되 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 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 유재하, 가리워진 길
순간 술기운이 확 달아났다. 그 노래는 그 누구를 위한 노래가 아니었다. 바로 그 녀석 자신의 노래였다. 그리고 어쩌면 나를 향해 목놓아 부르는 노래였다. 정말 나는 그 길을 터주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소리 없이 흐느끼는 것이었다. 한 동안 나는 그 중압감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그 때의 잔상이 그림자처럼, 업보처럼 나를 쫓아다녔다. 책을 쓰면서 나는 고비마다 그가 부른 노래의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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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에게 길을 터주고 싶었습니다. 조그만 희망이라도 주고 싶었습니다. 책을 내고 난 후, 그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형, 형에게 희망을 봤어요. 보잘 것 없는 저에게 형은 항상 칭찬과 격려의 말을 해주었어요. 그 말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몰라요. 저도 제 길을 충분히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사실 제가 그리 특별하게 해준 것도 없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 좀 계면쩍었습니다.
우리의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희망을 불어 넣을 수 있습니다. 당신도 충분히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사람입니다. 살다 보면 ‘그대는 내게 희망을 준 사람이었노라’는 말을 듣는 것처럼 기쁜 일도 없을 것입니다. 사람이 별처럼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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