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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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신입생인 딸애가 요즘 웃기는 화법을 사용합니다. 새로 사귄 친구들의 실명대신 A, B, C... 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대학생활을 전면적으로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인 셈입니다.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지나친 방임형 엄마인 것을 자책하던 내게는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내가 방임이라고 생각했던 수준도 아이에게는 과했을수도 있었겠구나, 나름대로 대화가 통한다고 자부해왔는데도, 내게서 독립하려는 몸짓이 세월을 느끼게 했습니다. 아이는 이제 물만난 고기처럼 세상을 향해 헤엄쳐가는 것입니다.
가족밖에 모르는 전형적인 엄마같으면 상당히 힘들었겠지만, 나는 아직도 자기실현을 꿈꾸는 신세대 엄마이므로, 곧바로 사태를 정리했습니다. 이제 아이는 더 이상 품안의 자식이 아니라는 것, 커 나가는 아이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 앞으로도 우리 둘의 관계는 계속해서 변화하리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60년간 결혼생활을 잘 해 온 부부에게 그 비결을 물었습니다. 부인의 대답인즉, 다섯 명의 남자와 결혼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다섯 명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결혼기간 중에 다른 남성으로 바뀌었다는 것이지요. 신혼 시절의 애틋함이 언제까지나 지속되기를 기대할수는 없습니다. 일중독자가 될수도 있고, 바깥세상으로 빙빙 돌기도 합니다.
중년이 되면 남녀의 역할이 교차된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여성이 독립적이고 결단력이 강해지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남성은 의존적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괴팍한 연금수령자가 될 때까지 서로의 변화에 적절하게 적응하는 것, 그것이 성공적인 결혼생활의 관건입니다. 전통적인 결혼에서 여자에게만 순응하는 역할이 주어졌다면, 오늘날에는 부부가 서로 변화하는 모습에 적응하려고 애써야겠지요.
특히 수명연장시대에는 모든 관계가 변화할수밖에 없습니다. 은퇴 후 3,40년동안 자식에게 부양하라고 하는 것은 피차 부담스럽겠지요. 자식에 대한 기대를 줄이고, 투자비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모자식 관계를 소원하게 하라는 것이 아니고, 양육과 부양의 책임으로 엮인 관계는 60세 쯤에서 벗어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뜻입니다.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육아는 결혼인생 최고의 즐거움이요 의미이지만,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부모가 줄 수 있는 정보는 점점 줄어듭니다.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자녀보다, 성인이 된 자녀와 지내는 시간이 몇 배나 되는 것입니다. 성장한 자녀를 독립된 인격으로 떠나보내고, 부부 중심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연구해야 합니다.
자식이 인생의 전부였던 부모님 세대는 자신의 가치관에 올인함으로써, 고달플지는 몰라도 정체성이 흔들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나이들기 시작한 부모는 새로운 부모자식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를 독립시킨 후 부부중심의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 무려 30년이 넘을수도 있습니다. 새롭게 적응하지 않고는 위험할 정도로 지루한 세월입니다.
저는 새로운 관계를 맺어나가는 열쇠가 ‘친밀감 형성’과 ‘자기관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부이든, 부모자식이든, 친구관계이든, 그 기본은 친밀감입니다. 결코 훈계나 의존이나 지배의식을 가지고는 오래 갈 수 없습니다. 공감과 즐거움을 함께 하는 동반자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 변화무쌍하고 자극이 범람하는 시대에는 한 번 맺은 관계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지속되지 않습니다. 꾸준한 자기혁신을 통해 적절한 시점에 존재를 증명해주어야 합니다. 한 번 눈 맞은 것 갖고는 안되고, 추억만으로도 곤란하고, 결혼에 골인한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거지요.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 혹은 적절하게 주기적으로 “역시 000야”하는 감탄과 인정이 우리의 관계를 오래 흐르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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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방임이라고 생각했던 수준도 아이에게는 과했을수도 있었겠구나, 나름대로 대화가 통한다고 자부해왔는데도, 내게서 독립하려는 몸짓이 세월을 느끼게 했습니다. 아이는 이제 물만난 고기처럼 세상을 향해 헤엄쳐가는 것입니다.
가족밖에 모르는 전형적인 엄마같으면 상당히 힘들었겠지만, 나는 아직도 자기실현을 꿈꾸는 신세대 엄마이므로, 곧바로 사태를 정리했습니다. 이제 아이는 더 이상 품안의 자식이 아니라는 것, 커 나가는 아이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 앞으로도 우리 둘의 관계는 계속해서 변화하리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60년간 결혼생활을 잘 해 온 부부에게 그 비결을 물었습니다. 부인의 대답인즉, 다섯 명의 남자와 결혼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다섯 명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결혼기간 중에 다른 남성으로 바뀌었다는 것이지요. 신혼 시절의 애틋함이 언제까지나 지속되기를 기대할수는 없습니다. 일중독자가 될수도 있고, 바깥세상으로 빙빙 돌기도 합니다.
중년이 되면 남녀의 역할이 교차된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여성호르몬이 줄어들면서, 여성이 독립적이고 결단력이 강해지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남성은 의존적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괴팍한 연금수령자가 될 때까지 서로의 변화에 적절하게 적응하는 것, 그것이 성공적인 결혼생활의 관건입니다. 전통적인 결혼에서 여자에게만 순응하는 역할이 주어졌다면, 오늘날에는 부부가 서로 변화하는 모습에 적응하려고 애써야겠지요.
특히 수명연장시대에는 모든 관계가 변화할수밖에 없습니다. 은퇴 후 3,40년동안 자식에게 부양하라고 하는 것은 피차 부담스럽겠지요. 자식에 대한 기대를 줄이고, 투자비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모자식 관계를 소원하게 하라는 것이 아니고, 양육과 부양의 책임으로 엮인 관계는 60세 쯤에서 벗어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뜻입니다.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육아는 결혼인생 최고의 즐거움이요 의미이지만,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부모가 줄 수 있는 정보는 점점 줄어듭니다.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자녀보다, 성인이 된 자녀와 지내는 시간이 몇 배나 되는 것입니다. 성장한 자녀를 독립된 인격으로 떠나보내고, 부부 중심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연구해야 합니다.
자식이 인생의 전부였던 부모님 세대는 자신의 가치관에 올인함으로써, 고달플지는 몰라도 정체성이 흔들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나이들기 시작한 부모는 새로운 부모자식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를 독립시킨 후 부부중심의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 무려 30년이 넘을수도 있습니다. 새롭게 적응하지 않고는 위험할 정도로 지루한 세월입니다.
저는 새로운 관계를 맺어나가는 열쇠가 ‘친밀감 형성’과 ‘자기관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부이든, 부모자식이든, 친구관계이든, 그 기본은 친밀감입니다. 결코 훈계나 의존이나 지배의식을 가지고는 오래 갈 수 없습니다. 공감과 즐거움을 함께 하는 동반자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 변화무쌍하고 자극이 범람하는 시대에는 한 번 맺은 관계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지속되지 않습니다. 꾸준한 자기혁신을 통해 적절한 시점에 존재를 증명해주어야 합니다. 한 번 눈 맞은 것 갖고는 안되고, 추억만으로도 곤란하고, 결혼에 골인한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거지요. 인생의 중요한 시점에, 혹은 적절하게 주기적으로 “역시 000야”하는 감탄과 인정이 우리의 관계를 오래 흐르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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