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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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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27일 06시 10분 등록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봄날의 꽃 쇼를 즐기게 됩니다. 공기 속에 떠도는 향기가 은은합니다. 꽃은 불처럼 타오르고. 한 주일은 꿈처럼 흘렀습니다. 꽃과 불은 모두 ‘화’ (花, 火)라고 불립니다. 우리말 발음이 같은 것은 우연일까요 ? 봉오리로 있다 돌연 피어오르는 꽃이나 불씨로 있다 확 피어오르는 불이나 서로 닮았기 때문일까요 ?

며칠 전 국가의 지원을 받아 전직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강연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이미 직장을 나온 사람들과 아직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 지 알기 위해 손을 들게 했습니다. 이미 실직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과 그래도 아직 직장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는 매우 다르기 때문에 어떤 마음으로 그 자리에 와 있는 지를 알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기질과 적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 지도 손을 들게 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밑천이 바로 기질과 탈렌트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 한 사람이 손을 들고 내게 말했습니다.
“좀 더 압축적이고 요약하여 말해 주면 안될까요 ? ”

순간 나는 이 사람이 급하기는 해도 아직 절실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챘습니다. 추측컨대 직급 정년제에 해당하여 곧 옷을 벗어야 하는 현역 군인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는 머리 속으로 무엇인가를 잘 정리해 두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말 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는 것이 매우 자존심이 상하는 듯 했습니다. 잠시 후 주섬주섬 보따리를 싸 가지고 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작은 해프닝이 생긴 것이지요.

나는 강점을 찾아내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고 과거에 의해 지배당하는 대신 자신의 기질과 재능이라는 유산 위에 건설된 미래에 대하여 강조했습니다. 강연 후에 여러 사람들이 찾아와 자꾸 위축되는 마음을 털어 내고 한 번 살고 싶은 대로 살아 보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거리로 나왔는데 거리로 봄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잎이 꽃처럼 예쁜 가로수 사이로 무르익고 있는 봄 속을 걸었습니다. 머리 속으로 ‘압축과 요약’이라는 단어가 스쳐 갑니다. 인생을 압축하고 요약하면 무얼까 ? 여든 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여든 번의 봄’일까 ?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잠시 기다리는 동안 거리의 화단에 심어진 작은 철쭉이 막 터져 나오려고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벌어지기 직전의 꽃봉오리는 축축하고 끈적이듯 젖어 있었습니다. 마치 아이를 낳듯 온 몸으로 오직 그 일만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듯 했습니다. 그 많은 꽃들이 모두 그런 최선의 순간을 통해 피어났다는 것이 경이롭기 그지 없었습니다.

" 내 꽃도 한 번은 피리라”
작곡가 윤이상 선생이 매우 어려울 때, 고생하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의 한 귀절입니다.

자신을 꽃피워 내는 것은 인생의 한 클라이막스입니다. 인생은 피어나는 것이며 타 오르는것입니다. 인생은 압축할 것이 아니라 펼쳐내는 것입니다. 가방을 챙겨 떠났던 그 사람도 어느 횡단보도에서 꽃 한 송이를 보고 그렇게 열렬하게 온 몸으로 불처럼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 공지사항 *

'나를 찾아 가는 여행- 내 꿈의 첫 페이지"프로그램이 5월 12-14일 까지 진행됩니다. 현재 1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홈페이지(www.bhgoo.com)를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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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구
2007.04.29 13:34:35 *.90.26.2
위 글에 나오는 강연회에 참석하였던 사람입니다. 전 맨 뒤에서 두번째에 앉아 있었습니다. 가방을 들고 나간 그 사람이 '압축~'말할때 우리 뒤에 앉은 사람들은 '선생님 계획대로 강연하세요'하였습니다. 그런것을 선생님은 '압축~'에 동조하는 말로 알아들으셨는지 모르겠어요.
누구나 자신의 꽃을 피울 수 있는 기회는 오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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