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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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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0일 00시 27분 등록

수원 서호에 봄이 짙어졌습니다. 수채화의 연한 실루엣이 점점 진해지고 있습니다. 쌀밥처럼 하얗던 이팝나무 꽃이 지더니, 꽃보다 고운 메타세콰이어 새 순이 일제히 쏟아져나오고, 소나무마다 하늘로 손가락을 세운 ‘푸른 욕’조차 싱그럽습니다. 모니터에 지친 눈을 해방시켜, 아무 생각없이 먼 곳을 바라보다가, 휘날리는 벚꽃비에 문득 무엇인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천천히 걸으면 상념이 깊어지고, 빨리 걷는 것에만 몰두하면, 흥건해지는 땀이 기분좋습니다. 쉰 번이나 맞이해도 봄은 여전히 좋습니다. ^^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혔구나
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
삭정이 가슴에서 꽃을 꺼낼 수 없는 건
두근거림이 없기 때문
두근거려보니 알겠다”


자연은 모든 것이 다 의연합니다. 쓸데 없는 자의식이나 경쟁심리, 패배감에 시달리지 않습니다. 느티나무 고목부터 조그만 들꽃까지, 저마다 스스로 존재합니다. 완벽한 자아상입니다. 그래서 나는 제비꽃이 좋습니다.


“제비꽃 하나가 피기 위해
우주가 통째로 필요하다
지구는 통째로 제비꽃 화분이다”


봄은 겨울을 딛고 옵니다. 길었던 겨울 때문에 봄이 더욱 빛납니다. 묵은 일기를 보니 너무 오랫동안 너무 똑같은 자괴감에 빠져 세월을 허송했습니다. 아아,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저절로 한탄이 나옵니다. 이제 더 이상 방황할 시간조차 없습니다. 봄은 무조건 살라는 지상명령입니다.


“왜 노랑멧부리새를 좋아하나요
그냥요
왜 오래된 사랑을 나비처럼 놓아주나요
그냥요
왜 어제 본 영화를 다시 보나요
그냥요
건널목에 언덕길에 무덤가에
잎눈, 잎눈, 잎눈 돋는다
사는 데에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되는
그냥, 봄”


화서역 쪽으로 꺾어지면, 커다란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던 복숭아 나무가 두 그루 불쑥 나타납니다. 유치할 정도로 선연한 도화桃花의 교태에 깜짝 놀랍니다. 이제 익숙해질법도 한데 볼 때마다 놀랍니다. 봄은 숨겨진 욕망입니다.


“복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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