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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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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7일 10시 31분 등록

부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부부란 밥, 몸, 말을 나누는 사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부가 경제적, 性的, 정서적 공동체라는 얘기니까 그럴듯하지 않은가요? 전통적인 결혼에서는 밥의 비중이 컸지요. 오직 밥을 해결하기 위해 평생 고달팠던 우리 부모님들. 이제 밥을 굶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밥을 누가 해결하는가는 중요합니다. 밥에서 권력이 나오거든요.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재조명되어야 하고,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밥이 기본이겠지요.


모두가 관심있고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 중에서 몸처럼 감추어진 주제는 없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은폐되고 비공식적으로 논의되는 과정에서 몸의 문제는 지나치게 경시되거나, 과장되거나, 왜곡되어 왔습니다. 이제 몸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와도 좋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래도록 욕망은 남자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때로 여자는 전리품이고, 거래대상이고, 소유물이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몸에 대한 여자의 권리가 점점 확대되면서, 이 분야의 논쟁은 계속 거세질 것입니다.


결혼과 욕망을 함께 충족시키는데는 지속적인 결단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性은 환타지인데, 지나치게 친밀해진 결혼생활에 환타지가 끼어들 여지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진부한 일상에 갇혀있던 리비도가 외도의 형태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리비도의 분출과 사랑의 모험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은 결혼제도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결혼은 자유분방함이 아닌 아름다운 구속이고, 자발적인 차단입니다. 일상과 제도에 눌려 본능이 소멸되지 않도록 애써야겠지요.


“나는 푸른 말-言-이 싫어, 나는 붉은 말이 싫어”, 이것은 장정일의 싯귀이고, “나는 말-言-이 좋아, 나는 애마부인이야”, 이것은 수다떨기 좋아하는 내 친구의 어록입니다. 말에 대한 기호가 이처럼 갈라집니다만, 말의 중요성을 전적으로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말을 통해 존재를 표현하고, 타자에게 다가갑니다. 말을 통해 공감하고 교류하고 그로써 삶을 엮어갑니다. 언어는 일상의 꽃이요 존재의 집입니다. 결국 삶의 주축입니다. 완전한 말 - 완전한 소통을 꿈꾸며 우리는 살아갑니다. 문제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관계인 부부간에 얼마나 질적인 대화를 나누며 살아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아는?, 밥묵자, 자자” 하루에 단 세 마디만 한다는 경상도 남자의 전설로부터, 자식과 돈 이야기를 빼면 할 말이 없는 단계를 거쳐, 마치 가구나 그림자처럼 침묵 속에 존재하는 유형은 우리 세대로 끝났기를 바랍니다. 부부라고 해서 모든 순간과 모든 일을 함께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로 또 같이’의 묘미를 깨달은 완급조절과, 각자 독립적인 자기세계와 자기관리를 통해 가장 빛나는 조언자로 남는 아름다운 해로를 꿈꾸어 봅니다.


결국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부부는 밥을 기본으로 , 몸을 필요조건으로, 말을 충분조건으로 하는 공동체라구요. 겨우 밥에 억매여, 의례적인 접촉과 소통부재의 결혼생활이라면 조금 문제가 있겠지요. 우리 부부가 처해 있는 위상은 어디인지, 성공적인 결혼을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참고가 되지 않나요? 물론 밥이 제일 하위개념입니다. 밥, 몸, 말 중에 그 중에 최고는 말이니라,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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