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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8일 06시 33분 등록

며칠전 봄비가 장마처럼 쏟아지는 날이었습니다. 선후배 두 사람과 어울려 삼청동에서 탁주 한 사발과 보리밥에 기장을 섞어 넣은 비빔밥을 한 그릇 씩 맛나게 먹었습니다. 음식점 앞에 커다란 등나무 처럼 생긴 능소화 하나가 굵은 구렁이처럼 똬리를 틀며 굼틀거리고 올라갑니다.

갑자기 선배로 부터 ‘갈등’(葛藤) 이란 단어의 새로운 해석을 듣게 되었습니다. 보면 금방 알겠지만 이 단어는 칡나무와 등나무라는 뜻입니다. 칡과 등나무는 모두 무엇인가를 감아 오르고 퍼지는 식물입니다. 그런데 왜 이 두 개의 식물이 충돌, 대립, 불일치, 알력, 마찰을 의미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을까요 ?

뜻이 만들어 진 후에 후세에 생긴 해석의 하나로 추측됩니다만 이 두 나무에 재미있는 비밀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칡은 다른 식물을 감되 왼쪽으로 감아 나가고, 등나무는 반대로 오른쪽으로 감아 나간다고 합니다. 다 같이 뭔가를 휘감아 오르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다른 특징이 있으니 두 식물이 비슷해 보여도 내심 서로 반목을 한다는 것입니다.

공자 식으로 표현하면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한 사람들은 이익이 있으면 함께 어울리지만 이득이 갈리면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결국 다투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가 말하는 소인이란 이해관계에는 밝지만
사람이 지켜야할 '마땅함’에 대해서는 둔감한 사람들이니까요.

어쩌면 이 단어는 감는 식물과 감기는 식물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감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칡이나 등나무는 감아야할 대상이 있어야 가고 싶은 곳으로 뻗어 갈 수 있지만, 감기는 대상이 되는 식물은 몸을 내주고 햇빛을 빼앗기니 죽을 맛이겠지요. 그러니 충돌과 대립이 생기고 알력과 마찰이 발생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왼쪽으로 감기는 놈과 오른 쪽으로 감기는 놈이 만일 한 몸이 되어 서로 감기면 간격이 없이 딱 달라붙는 찰떡궁합이 되지는 않을까요 ? 서로 상대방의 허전한 허리를 감고 서로 기대어 오르면 그것이 성장이 되지는 않을까요 ? 그때는 서로 떼어 낼 수 없는 한 몸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

흔들림이 없이 피는 꽃이 없고, 갈등이 없이 크는 신뢰란 없습니다. 다투다 화해할 수 있어야 그 관계가 깊어지는 것입니다. 잘못했다 말할 수 있으면 화해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커진 것입니다. 오늘은 그 사람에게 한 번 웃어 줄 수 있을까요 ? 웃음 속의 좋은 마음이 그 사람에게 닿아 스미게 해 보세요.

아무 것도 꽃이 피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오월에는, 같은 공간에서 늘 만나지만 마음 편치 않았던 그 사람에게 한 번 웃어주면 좋겠습니다. 호방한 웃음이거나 수줍고 고운 웃음이거나 무엇이든 가장 당신다운 것으로 골라서 말입니다.

* 공지사항

인간개발연구원이 구본형소장을 초청하여 무료강연회를 개최합니다.

주제: 사람에게서 구하라-21세기의 리더십
일시: 5월 21일 (월) 오후 4:00 -5:30
장소: 강남 우체국 빌딩 12층 대회의실
(지하철 3호선 대청역 7번 출구)
연락처: 인간개발연구원 노은주 (02-220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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