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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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2박 3일 일정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책을 쓰기로 하여 한적한 깊은 산속에서 마음껏 쓰면 좋을 듯하여 지리산으로 떠났습니다. 일명 ‘저술여행’입니다.
남부터미널에서 버스로 4시간을 내달리니 화개장터가 우리를 가볍게 반겨줍니다. 메기를 섞은 참게탕으로 점심식사를 맛있게 하고 있는데 지리산 황토방 주인장이 우리를 배웅 나왔습니다. 다리를 다쳐 불편한데도 여기까지 나온 걸 보면 그의 얼굴의 수염만큼 마음이 넉넉한가 봅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바둑판처럼 정렬된 보리와 밀의 살랑거리는 모습에 약간 흥분이 됩니다. 약 20분쯤 지나서 지리산 산자락에 있는 황토방에 도착했습니다.
2박 3일 동안 우리는 ‘나의 강점을 찾아가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토론하고 글을 썼습니다. 우리는 정자에 앉아서 마치 옛날 훈장선생님에게 천자문을 배우듯이 조그만 종이책상 위에 글을 썼습니다. 때마침 하늘에서는 비가 내렸고 개울 물소리는 실로폰 소리처럼 맑고 경쾌했습니다. 바람은 고요했습니다. 정자 바깥에는 천둥이, 은빈이(개 이름)의 재롱떠는 모습이 살짝 미소짓게 합니다. 황토방은 미리 장작을 때서 마음까지 훈훈해집니다. 아랫목에 누워 황토의 냄새를 맡고 자면 아토피와 비염은 절로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 아저씨(호: 벽은)는 정자를 짓고, 나무를 하고, 집안의 큰 잡일을 합니다. 주인 아줌마(호: 토야)는 음식을 하고, 집안을 예쁘게 단장합니다. 부부는 함께 차와 매실을 재배하고, 가끔 민박을 받아 생계를 꾸려나갑니다. 주인 아줌마의 음식 솜씨는 거의 예술의 경지입니다. 백련죽, 녹차죽, 산채비빔밥, 메밀국수 등 제가 태어나서 먹어 보지 못한 황제(?)음식을 너무 많이 먹었습니다. 배는 부른데 수저를 놓을 수가 없는 유혹의 음식솜씨입니다. 여기에 차 애호가답게 온갖 종류의 차를 정성스럽게 내옵니다. 발효녹차, 쑥차, 보이차, 뽕잎차에다가 그야말로 “심봤다”를 외칠만한 야생차를 한잔씩 내밉니다. 영락없는 수줍은 새색시 모습입니다.
마지막 밤에는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마을 산책을 했습니다. 면사무소에 가서 달밤에 체조를 하기도 했습니다. 아주 웃겼습니다. 주인내외와 새벽까지 차를 마시면서, 아니 차곡차곡(차-곡차(술)-차-곡차)을 하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에게도 눈물 나도록 어려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고혈압으로 주인 아줌마는 아토피로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귀농을 해서는 집이 홀라당 타서 일년 이상 남의 집을 전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터를 잡은 것 같지만 어떻게 먹고 살까를 여전히 고민합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 사는 모습은 매한가지인 거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칠불사에 들렀습니다. 고즈넉한 절의 모습에 흠뻑 반했습니다. 하루 묵고 싶어졌습니다. 다같이 쌍계사 계곡에 발을 담그고 돌을 던지며 놀았습니다. 지리산 토종순대와 걸쭉한 막걸리로 점심을 먹으며 2박 3일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에 흠뻑 취한 날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더 아름다운 건 자연을 닮아가는 사람들을 본 것이었습니다. 주인 내외의 따스한 사람 냄새와 인정이 무척 예뻤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웠습니다. 사람이 더 큰 감동이었습니다.
5월이 다 가기 전에 산에 오르거나 바다와 강을 거닐어 보십시오. 새 소리, 바람 소리, 물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자연의 숨소리를 느껴보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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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터미널에서 버스로 4시간을 내달리니 화개장터가 우리를 가볍게 반겨줍니다. 메기를 섞은 참게탕으로 점심식사를 맛있게 하고 있는데 지리산 황토방 주인장이 우리를 배웅 나왔습니다. 다리를 다쳐 불편한데도 여기까지 나온 걸 보면 그의 얼굴의 수염만큼 마음이 넉넉한가 봅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바둑판처럼 정렬된 보리와 밀의 살랑거리는 모습에 약간 흥분이 됩니다. 약 20분쯤 지나서 지리산 산자락에 있는 황토방에 도착했습니다.
2박 3일 동안 우리는 ‘나의 강점을 찾아가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토론하고 글을 썼습니다. 우리는 정자에 앉아서 마치 옛날 훈장선생님에게 천자문을 배우듯이 조그만 종이책상 위에 글을 썼습니다. 때마침 하늘에서는 비가 내렸고 개울 물소리는 실로폰 소리처럼 맑고 경쾌했습니다. 바람은 고요했습니다. 정자 바깥에는 천둥이, 은빈이(개 이름)의 재롱떠는 모습이 살짝 미소짓게 합니다. 황토방은 미리 장작을 때서 마음까지 훈훈해집니다. 아랫목에 누워 황토의 냄새를 맡고 자면 아토피와 비염은 절로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 아저씨(호: 벽은)는 정자를 짓고, 나무를 하고, 집안의 큰 잡일을 합니다. 주인 아줌마(호: 토야)는 음식을 하고, 집안을 예쁘게 단장합니다. 부부는 함께 차와 매실을 재배하고, 가끔 민박을 받아 생계를 꾸려나갑니다. 주인 아줌마의 음식 솜씨는 거의 예술의 경지입니다. 백련죽, 녹차죽, 산채비빔밥, 메밀국수 등 제가 태어나서 먹어 보지 못한 황제(?)음식을 너무 많이 먹었습니다. 배는 부른데 수저를 놓을 수가 없는 유혹의 음식솜씨입니다. 여기에 차 애호가답게 온갖 종류의 차를 정성스럽게 내옵니다. 발효녹차, 쑥차, 보이차, 뽕잎차에다가 그야말로 “심봤다”를 외칠만한 야생차를 한잔씩 내밉니다. 영락없는 수줍은 새색시 모습입니다.
마지막 밤에는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마을 산책을 했습니다. 면사무소에 가서 달밤에 체조를 하기도 했습니다. 아주 웃겼습니다. 주인내외와 새벽까지 차를 마시면서, 아니 차곡차곡(차-곡차(술)-차-곡차)을 하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에게도 눈물 나도록 어려운 시절이 있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고혈압으로 주인 아줌마는 아토피로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귀농을 해서는 집이 홀라당 타서 일년 이상 남의 집을 전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터를 잡은 것 같지만 어떻게 먹고 살까를 여전히 고민합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 사는 모습은 매한가지인 거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칠불사에 들렀습니다. 고즈넉한 절의 모습에 흠뻑 반했습니다. 하루 묵고 싶어졌습니다. 다같이 쌍계사 계곡에 발을 담그고 돌을 던지며 놀았습니다. 지리산 토종순대와 걸쭉한 막걸리로 점심을 먹으며 2박 3일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에 흠뻑 취한 날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더 아름다운 건 자연을 닮아가는 사람들을 본 것이었습니다. 주인 내외의 따스한 사람 냄새와 인정이 무척 예뻤습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웠습니다. 사람이 더 큰 감동이었습니다.
5월이 다 가기 전에 산에 오르거나 바다와 강을 거닐어 보십시오. 새 소리, 바람 소리, 물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습니다. 자연의 숨소리를 느껴보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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