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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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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25일 08시 46분 등록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일터로 만들 수 있을까요?"
한 젊은 상인이 화답했다.
"어쨌든 여기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기왕 일하는 거,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위해 노력하면 어떨까요?"
- 메트 노가드, 『미운 오리 새끼의 출근』중에서


‘남의 옷을 얻어 입으면 그 사람의 우환을 가져야 하며, 남의 밥을 얻어먹으면 자신의 목숨을 내놔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제가 처한 위치를 떠올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즉 고용되어 일할 때 우리는 숙명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취직이란 품삯을 위해 우리의 시간과 자유를 파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곳에 생각이 미치자 약간 서글픈 생각도 들었습니다.

과연 일은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일 뿐인가? 어떤 일이 의미 있는 일인가? 조직에서 의미 있는 일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끊임없이 머리 속을 흔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책에서 깨달음을 주는 구절을 발견하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우리가 의미 있는 일이라는 개념을 우리 삶에서 의미를 갖는 일로 재정의한다면 삶의 의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 의미 있는 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까뮈는 ‘일하지 않는 영혼은 타락한다’고 말했지만 저는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마지 못해 일을 할 때, 일에 얽매여 삶의 다른 요소를 돌보지 못할 때 마찬가지로 영혼은 타락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입니다. 일은 삶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의미를 찾아야 합니다. 일이 건강, 가정, 여가, 우정, 사랑 등 삶의 다른 요소를 해친다면 그 일은 분명 의미가 없고 삶을 곤궁에 처하게 합니다. 일은 삶에 통합되어야 합니다.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 중의 하나는 의미 있는 일은 인간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도덕적으로 가치 있는 조직에서 행해지는 가치 있는 일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 라는 비전처럼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다른 사람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남기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일은 봉급이나 인센티브가 아니라 일 그 자체가 보상을 줍니다.

저는 경영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고객과 직원입니다. 조직은 이들을 존중하는 풍토를 만들고 직원들이 스스로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관리자들은 자신의 직원을 최우선적으로 관심을 갖고 그들이 삶이라는 중장기 전략 하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멘토링 해주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객관적인 조건은 흔치 않습니다. 조직이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주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조직은 우리가 의미를 찾아야 하는 현장에 가깝습니다.

의미 있는 일에 대한 기준은 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교사, 성직자처럼 남들이 보기에는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도 그것은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의미를 찾아야 의미를 갖게 됩니다. 의미 있는 일은 힘들고 지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삶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줍니다. 그래서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이나 ‘총각네 야채가게’처럼 생선과 야채를 파는 단순해 보이는 일도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돌을 자르지만, 어떤 사람은 아름다운 성당을 만듭니다. 그러니까 의미 있는 일은 구체적인 활동이라기 보다는 일을 경험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일을 ‘우리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할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일이 됩니다.

의미 있는 일은 인간으로서의 삶에 기꺼이 참여하는 것입니다. 의미 있는 일은 일을 통해 사람을 불러오고, 사람을 도와주고, 사람을 성장시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내가 좋아하고 나를 성장시키고 나의 삶을 빛나게 하는 기쁜 일인가요? 나는 사람들을 사정없이 잡아 끌만큼 매혹적으로 일을 하고 있나요? 주어진 상황에서 정성을 다해 일에 몰입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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