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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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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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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28일 00시 24분 등록
사람은 혼자서는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자유로울수도 없습니다. 어떤 기쁨, 어떤 성취도 타자의 시선 속에서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고혹적인 미모를 가진 여성이 외딴 곳에서 달랑 혼자 살고 있다고 합시다. 그녀의 미모를 칭송하고, 찬탄하고, 시샘하는 시선이 없이는, 그녀의 미모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이 그토록 아름답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할 것입니다.


김연아의 묘기와 서태지의 음악, 김희애의 연기 모든 것이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타자의 시선을 먹고사는 존재입니다. 관계 안에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이 되는거지요. 관계의 꽃을 사랑과 우정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랑... 그처럼 귀하고도 흔하며, 그처럼 황홀하고도 절망스러우며, 그처럼 갈급해도 오지않는 것이 또 있을까요. 하지만 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를 사랑보다 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사랑은 너무 드물지요. 사랑이 드라마에서처럼 흔하지 않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 ‘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괴롭기보다, 열렬하게 사랑하다 버림받게 되기를’ 아무리 바란다해도, ‘끝끝내 아무도 없더라’ 토로할 수 밖에 없는 시점이 올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사랑은 너무 짧습니다. 사랑이라는 ‘황홀한 오해’가 오래 가기에는 우리 모두 너무 현실적이지요. 사랑으로 시작한 결혼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우정으로 변환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내가 알고있는 가장 아름다운 우정은, 고미숙과 연암 박지원의 우정입니다. 연암의 감수성, 필력, 강철같은 명랑함, 행동력, 세계성에 반한 고미숙이,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을 통해 연암을 이 시대에 되살려 놓았습니다. 200년을 뛰어넘어 고미숙은 연암에게 완전히 몰입하고 대응합니다. 식자識者만이 누릴 수 있는 행복입니다. 연암이 이야기합니다.


“벗이란 ‘제2의 나’다. 벗이 없다면 대체 누구와 더불어 보는 것을 함께 하며, 누구와 더불어 듣는 것을 함께 하며, 입이 있더라도 누구와 함께 맛보는 것을 같이 하며, 누구와 더불어 냄새맡는 것을 함께 하며, 장차 누구와 더불어 지혜와 깨달음을 나눌 수 있겠는가? 아내는 잃어도 다시 구할 수 있지만 친구는 한 번 잃으면 결코 다시 구할 수 없는 법, 그것은 존재의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절대적 비극인 까닭이다.”


요즘 사람들 중에는 저술가 고종석이 세상에 대고 자랑하는 우정이 돋보입니다. 그는 시인 황인숙, 변호사 강금실의 책에 발문을 써 주기도 하고, 자신의 책을 그들에게 바칩니다.

“그해 여름, 하늘 흐렸던 날
역삼동 그 막막했던 낮술자리의
내 친구 仁淑, 錦實에게“

-고종석의 책 ‘모국어의 속살’ 헌사-


사람에게 다가가는 번거로움이나, 자의식,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한 번 레이더를 작동시켜보면 어떨까요. 나의 언어와 기질에 부합하는 사람을 택하여 마음을 열어놓는 겁니다.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따지지 말고, 내가 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주는겁니다. 많은 성숙한 인격의 종착점이 ‘우정’인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네요. 그대가 일생일대의 우정을 얻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혼자 보는 아름다움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점점 나는 내 자신과 나의 결점들에 대해 무관심해지는 법을 배웠다. 점차 내 주의의 중심은 외부의 대상, 즉 만물의 상태, 다양한 지식의 영역, 내가 애정을 느끼는 개인들에게 맞춰졌다.” -버트런트 러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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