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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일 08시 11분 등록
 

공자도 공부가 부족한 자로를 사랑했다네


미운 짓을 하는데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공자의 제자들 중 자로가 그러한 인물이다. <논어>를 읽다보면 꾸밈이 없는 너무나 인간적인 자로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다. 자로는 노나라 출신으로 공자와 불과 아홉 살 밖에 차이가 안 날만큼 나이가 많아 학파에서 연장자에 속했다. 행동지향적인 자로는 스승에게 야단맞을 일인 줄 알면서도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고 질문을 하거나 따지기 일쑤다. 공자는 노골적으로 자로를 무시하기도 하고 폄하하기도 했지만 <논어>에는 자로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제자가 된 지도 한참이나 지났는데 자기의 문 앞에서 거문고를 연주하는 자로를 향해 한 마디 했다. “자로가 어찌하여 거문고를 내 집 문 앞에서 타느냐?”면서 노골적으로 싫은 기색을 드러냈다. 그 뒤로 문인들이 자로를 공경하지 않았다고 한다. 거친 성격의 자로가 거문고를 연주하는 것을 공자는 듣기조차 싫어했는데, 그 이유는 북쪽 변방의 살벌한 소리가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공자와 자로의 첫 대면은 꼭 연극을 여는 첫 장면 같다. 현자로 크게 소문이 난 공자에 대해 자로는 ‘사이비 현자’로 의심했고, 사이비가 존경받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  하루는 공자를 놀려줄 생각으로 왼손에는 수탉을 오른손에는 수퇘지를 들고 제자들과 수업을 하고 있는 공자의 집으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갔다. 그때 공자는 제자들과 함께 거문고에 맞춰 시를 읊고 있었다. 멋대로 자란 쑥대머리에 더부룩한 구레나룻에 지저분한 노동복을 입은 자로가 닭과 돼지를 들고 고요한 공간에 침입했으니 공자를 비롯하여 사람들이 얼마나 놀랐겠는가. 닭은 푸드득거리고 돼지는 외마디 소리를 내지르는 등 갑자기 주변은 소란스러워졌지만, 공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앉아있었다. 여기에 기가 꺾일 자로가 아니다. 공자는 기세등등한 자로를 온화한 목소리로 불러 자리에 앉혔다.  

“그대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는 장검(長劍)을 좋아하오.”

사나워 보이는 얼굴이기는 해도 어딘가 유치하면서 귀엽고 솔직한 데가 있어 공자도 자로가 아주 밉지는 않았다.

배움을 좋아하느냐는 공자의 물음에 대해 “배움에 어찌 유익함이 없겠소? 하지만 천성이 뛰어난 사람에게는 아무런 배움도 필요치 않은 게 아니겠소?”라고 대꾸한다. 이에 대해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대가 말하는 남산의 대나무에 살깃과 살촉을 달고 그것을 잘 갈고 닦으면 단지 무소 가죽을 꿰뚫는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네.”

높고 낮음이 없이 차분하게 온화하게 말하는 공자의  태도에 점차 마음을 열게 된 자로는 닭과 돼지를 들고 서있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닭과 돼지를 내 던지고서는 공자 앞에 꿇어앉았다.

“제자로 받아주소서.”

그 자리에서 자로는 공자와 사제의 예를 취하고 그의 문하생이 되었다. 과격하고 거침없는 성격이 공자의 제자가 되었다고 하루아침에 고쳐지는 것이 아니기에 자로는 계속해서 좌충우돌하면서 스승에게 유가의 도를 배워나갔다. 

   하루는 자로가 “선생님께서 삼군(三軍)을 거느리신다면 누구와 함께 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으려 하고 맨몸으로 강물을 건너려다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사람이라면 나는 그런 사람과 함께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함께할 자는 반드시 일에 임해서는 두려워할 줄 알고 계획을 잘 세워 성공하는 그런 사람이다.”

   공자는 용맹한 사람보다는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그런 사람과 함께 하겠다면서 지나치게 용감하고 우직한 자로를 경책하였다. 채찍이 필요한 제자가 있는가 하면 고비가 필요한 제자도 있다. 공자는 자로의 성격을 잘 알기에 그에 맞게 방향제시를 해주었다. 용맹스러움이 지나쳐 때로는 자신을 위태롭게 하는 자로를 항상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공자이지만 때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자는 자신의 공부가 세상에 널리 행해지지 않음을 한탄하면서 “나는 이제 뗏목을 타고 바다로 떠다니고 싶구나. 아마도 나를 따라올 사람은 자로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자는 불물 가리지 않고 변함없이 충절을 바치는 자로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로는 죽을 때까지 공자의 곁에서 위험할 때마다 스승을 지켜주었다.

  하루는 공자가 제자들을 앞에 두고 “낡고 해진 솜옷을 입고 여우나 담비 가죽 옷을 입은 귀한 사람과 나란히 서 있어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사람은 아마도 자로일 것이다.” 라는 말을 했다. 누구에게도 주눅들지 않고 항상 당당함을 지닌 자로에 대한 칭찬이다. 공자는 한편으로는 자로의 용맹성과 거침없이 당당함을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과 예가 부족한 자로를 꾸짖었던 것이다. 

공자는 안연과 자로와 함께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다가 ‘각자 자신의 포부를 말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자로는

“수레와 말과 가죽옷을 벗들과 함께 쓰다가 그것들을 망가지게 하더라도 섭섭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라는 말을 했다. 자로는 욕심이 없고 누구보다도 공동체를 사랑한 낭만적인 그런 사람이었다.

  나도 이런 자로가 좋다. 너무 이성적이고 자신을 숨기려 드는 사람들을 생태적으로 나는 싫어한다. 실수 잘하고, 즉흥적이고 앞뒤 계산같은 것은 할 줄도 모르고 감정조절 잘 되지 않는 나와 통하는 점이 있는 것 같다. 나의 말을 들은 자로가 감히 자신과 비교한다고 화를  낼려나. 내가 아는 자로는 결코 째째한 자로가 결코 아니다.

  공자를 따라 방랑생활을 거듭하는 동안 자로도 이미 50세가 넘었다. 자로는 공자의 추천으로 위나라의 대부 공숙어의 집사로서 일하게 되었다. 자로는 공숙어의 영지인 박(薄)땅을 다스리는 것이었다. 박땅은 거친 장사(壯士)들이 많아 다스리기가 힘들다고 소문났지만, 자로의 기질과 잘 맞았다. 장사들은 활달하고 솔직한 자로를 존경하였으며 잘 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로는 공자의 제자들 중 제일가는 쾌남아로 천하에 소문이 날 정도였다. 그런 자로가 위나라의 내분과정에서 죽음을 당했다.

  공자가 일찍이 “자로처럼 행동하면 자기 목숨대로 살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물러설 때와 나아갈 때를 모르고 항상 강하고 굳센 성품대로 사는 자로의 용감무쌍함이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다.

  자로는 죽을 때도 공자의 제자로서 유가의 선비로서 최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검객들이 자로에게 창끝을 겨두면서 달려들었다. 검객의 창끝이 뺨을 스친 순간 관끈이 끊어지면서 머리에 쓰고 있던 관이 땅에 떨어졌다. 창은 어깨죽지를 관통했고 피가 솟구쳤지만 자로는 땅에 떨어진 관을 주워 머리에 쓰고 재빨리 끈을 묶었다. 사마천은 “군자는 죽을지 언정 갓을 벗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기고 갓끈을 묶으며 죽었다고 <사기>에서 기록하고 있다. 자로는 마지막 힘을 다해 절규했을 것이다.

   “보아라! 군자는 관을 바로 하고 죽는 것이다.”

이 순간 자로는 스승 공자를 얼마나 그리워했을까? 스승의 가르침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자로는 보여주었다. 자로의 시체는 생선회처럼 찢겨졌으며, 그 당시 형벌중 하나인 자로의 시체는 소금절임이 되었다. 공자는 자로의 시체가 소금절임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집안의 모든 젓갈류를 내다버리고 이후 일절 식탁에 젓갈을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자로는 숨을 거두기 직전 무엇을 떠올렸을까? 스승과 유세를 다니던 들을 떠올렸을 것 같다. 제자들 중 자로만큼 자신을 온전히 스승에게 내맡기 사람도 없었다. 공자가 진나라에 이르러 양식이 떨어지고, 따르는 자들은 병이 나서 아무도 일어날 수 조차 없었다. 그때 자로는 화가 나서 스승에게 볼멘소리로 물었다.

“군자도 곤궁해질 때가 있습니까?”

그러자 공자는 “군자는 곤궁함을 굳게 버티지만, 소인은 곤궁해지면 아무 짓이나 한다.”라고 답했다. 스승의 이 한 마디에 자로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물러났다. 그 대신 스승에 대한 존경심은 더 커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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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3 22:23:51 *.194.37.13

미운정이 더 깊고 오래가고 떼기 힘들다고 하던데...

자로에 대한 공자의 관심이 더 많아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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