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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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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2일 08시 40분 등록
산울림으로 유명한 가수이면서, 하얀거탑에서 놀라울 정도의 연기 변신을 보여준 배우 김창완의 인터뷰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퍽 공감이 되어 한 도막을 소개합니다.

Q) ‘하얀거탑' 드라마에서처럼 남자에게 사회적 인정이란 뭔가요?
A) "사회적 인정, 굉장히 중요하죠. 그냥 목숨이에요. 실제로 말을 배우기 시작해서 자기가 이 뜻으로 말을 했는데 상대방이 그 말을 알아들을 때 굉장히 놀라게 돼요. 어려서 골목에 나갔는데 어느 집에서 내 이름을 부르면 화들짝 놀라요. 아니 저 사람은 어떻게 해서 내 이름을 알까? 그리고 그 집 아이 이름을 내가 부르면 똑 튀어나오잖아요. 대단한 힘 아니에요? 그 말의 힘을 알게 되는 거죠.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자기 말이 자꾸 약화되는 것을 알게 돼요. 세상사람들이 다 쓰는 말이라는 것도 알고. 그런데 더욱 비참한 것은 내 말이 약한 것만이 아니라 틀리다는 것을 알게 돼요. 사회에서 어떤 사람의 말이 옳고 어떤 사람 말이 그르다는 것은 이데올로기 수준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예요. 내 말이 틀리다. 이것은 죽음이에요. 그 사람은 조용히 살아야 돼요. 직업은 그 사람의 말이 옳게 수용되는 곳에서 그 사람 말의 힘으로 살게 되는 거예요."


저마다 처한 환경에서 자신의 말이 약해지고, 통하지 않을 때 그건 생존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김창완의 말을 보면 그는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듯합니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새삼 말의 힘에 대해 두려움과 전율을 느끼게 합니다.

말은 우리의 생각을 지배합니다.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서 우리 생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내가 내뱉는 말인데, 내가 당연히 나의 생각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입니다. 왜냐면 언어는 단순히 사람과 소통하는 수단, 사물을 가리키는 기호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고, 해석하는 세계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말을 함으로써 우리는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말이 약해지고 통하지 않게 되면 참으로 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 내 말에 힘이 실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지 말빨을 키우자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말을 너무 많이 하면 좋지 않습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것이 적으면 함부로 지껄인다'는 몽테스키외의 노회한 경구를 기억해야 합니다. 한 마디의 말이 통하지 않으면 천 마디 말을 더 보태도 소용이 없습니다. 말은 사정없이 핵심을 찔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낫습니다.

무엇보다 말은 진실해야 합니다. 음흉한 사람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아무리 칭찬을 하고 긍정적인 말을 해도 진심이 담기지 않으면 입에 발린 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진심이 없는 말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말 자체보다는 말 뒤의 이면을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액면 그대로 말을 믿으면 “아니, 그 말을 진짜로 믿었어? 굉장히 순진하네” 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말이 사실인지 여부를 먼저 판단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진실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느낄 수 있습니다. 참된 말은 통할 수 있고,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한참 옆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우리 큰 아이에게 “재은아, 아주 맑고 고운 소리다. 자주 듣고 싶구나” 라고 속삭여 주었습니다. 더 신나게 건반을 두드립니다. 진심이 담긴 절묘한 한 마디는 힘이 되고 기쁨을 줍니다.

바쁜 월요일 아침입니다. 오늘 만나는 사람들과 단순히 가십거리를 노닥거리기보다는 서로에게 기쁨과 감동을 줄 수 있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며 한 주를 힘있게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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