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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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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9일 08시 47분 등록
일요일 오후에 모처럼 집에 오신 장인, 장모님과 함께 수락산에 올랐습니다. 아내는 간단한 봇짐에 오이 몇 개와 토마토, 시원한 얼음물을 챙기고 두 딸은 부채를 들고 산행을 나섭니다. 오늘따라 바람 한 점 불지 않습니다. 금새 온 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습니다. 호흡은 가빠지고 점점 몸이 힘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이윽고 산마루에 도착하자 ‘아이스크림 파는 곳 50M’ 라는 표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들은 엉덩이와 두 발에 힘을 주고 스퍼트를 다시 내기 시작합니다. 역시 목표가 있어야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때마침 불 것 같지 않던 바람이 살랑살랑거립니다. 순간 제 머리 속에 조그만 깨달음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바람이 불어야 인생이 시원합니다. 바람은 우리를 깨어있게 합니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삶은 후덥지근하고 지칩니다. 인생은 금방 시들해지고 밋밋해집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무더위 같은 시련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무기력해지고 불평과 짜증이 고개를 듭니다. 이럴 때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내 몸과 마음을 맡기고 움직여야 합니다. 바람은 기분 좋은 변화입니다.

산 정상에서 잔 막걸리 한잔을 걸치고 나니 개운합니다. 마치 내 세상인 듯합니다. 나도 모르게 김광석의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리결 같은 나무아래로 덜컹이는
기차에 기대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꿈에 보았던 길 그 길에 서있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 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산에서 내려올 때는 오던 길과는 다른 길로 내려갔습니다. 산 입구까지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은 길입니다. 등산객들이 편안하게 산을 이용하도록 계단을 만들어 놓은 듯한데 실제로는 다니기 불편한 길입니다. 무릎 관절에 좋지 않습니다.

이 길 바로 옆에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또 다른 길이 나있습니다. 덤불 숲이 무성하고, 때론 암벽을 올라가야 하는 길입니다. 사람들이 가지 않고 어려워하는 길입니다. 한 능선을 넘으면 다음 관문이 예측되지 않는 불안한 길입니다. 그렇지만 몇 개의 고비만 넘기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과 기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남들이 보고 느끼지 못하는 숨어있는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덤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쉽고도 어려운 계단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렇지만 머리 속에는 한 생각이 떠나지 않습니다. 인생도 산길과 비슷하지 않은가? 정작 내가 가야 할 길은 어떤 길인가? 쉽고 어려운 길인가? 어렵고 쉬운 길인가?
IP *.189.2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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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7.09 13:41:02 *.253.249.69
"자산"선생의 글이 무척이나 쉬워지고 가슴에 와 안긴다.
대리석으로 잘 닦아놓은 계단길을 가는 모습을 보면 모두들 부러워해도 실재로는 괴롭고 힘든 것이 잘 사는 이들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재벌의 딸이 자살을 하고 유럽에서는 새로운 집씨의 92%가 부자집 자녀들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냥 평민으로 살아가는 그들이 정작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는것이 현재의 우리들 입니다. 돈만으로 행복해 질수는 절대로 없는 것 입니다. 속시원한 글 잘 읽고 나갑니다. 난우째 딸이 넷있는데 뱅곤이같은 사위가 없을까? 어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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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뱅곤
2007.07.10 11:12:59 *.202.137.103
초아선생님, 고맙습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자그마한 깨달음을 나누는게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글이야말로 삶의 여유와 관조가 느껴지고 맛깔스러운 향기가 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선생님댁에 갔을 때 벽에 걸린 가족 사진을 보면서 참 따님들이 이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쉽다는 생각을 했었는데...ㅎㅎ
저라면 데릴사위도 할 수 있는데..ㅋ~
아무튼 어깨를 들썩이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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