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Image

일상의

  • 양갱
  • 조회 수 3783
  • 댓글 수 6
  • 추천 수 0
2012년 12월 3일 15시 04분 등록
저희 부부는 아이를 하나만 낳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고, 외동으로 자란 아내의 경험상 좋은 점도 많다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너무 늦기 전에 하나 더 낳는 게 좋을 거예요."

   "외동은 외롭지 않을까요?"

인터넷 상에는 외동을 키우는 부모를 비난하는 말까지 들립니다.

   "아이를 형제도 없이 키우다니 부모로서 좀 가혹한 거 아닌가?"

   "그건 당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입니다"

더 나아가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걱정해서 아이를 더 낳아야 한다는 뉴스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한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시대입니다.

이 시대를 좀 이해하고 싶어서 통계 자료를 들여다 봤습니다.

201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집계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혼여성 중 두 자녀를 출생한 여성이 45.8%, 한 자녀 17.9%, 세 자녀가 16.5%입니다. 고령자를 빼고 15~49세의 기혼여성의 평균 출생아수가 1.74명이고 추가계획자녀수가 0.22명이므로 합하면 1.96명이 됩니다. 평균적으로 두 명의 자녀를 갖는 것이 우리 사회의 표준이라는 얘기입니다. 이 '표준'이 주는 무게감이 있습니다. 평균은 되야 한다는 마음이 외동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부담이 됩니다.

 

다음은 대학 여자 동기가 큰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올린 글입니다.

"(초등 1학년) 1학기내내...수학시간에 선긋고 동그라미 그리더니 지금 2학기 수학시험 범위에 두자리수 덧셈 뺄셈 들어가고, 복잡한 주관식 문제 읽고 수학식 만들어서 답 써야 한다. 진도가 빛의 속도로 빨라져서 2학기 내용은 예전으로치면 초등3학년 수준 내용이다. 선행을 하지 않으면 이 속도를 어찌 따라가냐. 공부는 그렇다치고 가장 열받는것은 엄마들의 무임금 노동을 이용해서 굴러가는 시스템이다.
아침에 신호등을 지키는조가 되든가, 예절수업 도우미, 도서관 사서를 하던가. 한달에 한번 교실 대청소도 해줘야한다. 추석 전에는 엄마들이 찜기들고가서 송편 만드는 시다바리해주고. 소풍가면 돈 걷어서 선생 도시락 맞춰야한다. 그나마 밥 푸러 오라고 안해서 눈물나게 고맙다... 하루 하루 심기일전하며 소신을 지키며 사는것 자체가 수행 생활이다. 몸에서 사리가 넘쳐나다못해 목구멍으로 튀어나오고 있음... "

 

이 친구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딸과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워킹맘입니다.

어찌어찌 버텨오던 육아와 일의 병행도 초등 1년을 보내면서는 가혹한 수행으로 다가 오나 봅니다.

한국 사회에서 워킹맘은 곧 슈퍼우먼입니다. 남편이나 부모 등 주변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이 없으면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구요.

 

이런 상황에서 부부가 자녀계획을 결정하기에 앞서 던져야 할 진짜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우리를 위해 최선인가?'

   '아이를 하나 더 낳았을 때의 책임을 질 수 있는가?'

   '결혼 생활의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가?'

 

현실적인 숙고를 거친 후 결정했다면 후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외동일 경우 '네가 동생이 있어야 하는데'라고 하거나, 둘일 경우 '하나만 낳았어야 하는데'라고 말하거나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무의식 중에 결핍과 수치심을 심어주는 일입니다.

 

저는 한 자녀이든 둘, 셋이든 부부가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자녀만 키우겠다는 결정을 했다면 한 자녀가 최선인 것이고, 둘을 키우겠다고 결정했다면 둘이 최선이겠지요.

 

후회하지 않는다고 외동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외동아이>라는 잡지의 편집장 캐롤린 화이트는 '외동아이 부모의 잘못'으로 다음의 7가지를 말합니다.

바로 '과잉방임, 과잉보호, 과잉보상, 완벽주의, 규율의 실패, 어른취급, 과잉칭찬' 입니다.

하나이기에 너무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아이는 큰 사랑을 받고 자랐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관찰당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격려해주어야 힘을 얻는 아이는 스스로 용기를 내고 일어서는 법을 모를거구요.

아이를 존중한다고 아이를 앞장서게 한다면 아이는 길을 잃을 것 입니다. 때로는 부모가 이끌어주어야 할 경우도 있으니까요.

  

저희 부부가 규칙을 가르치려고 할 때 민호가 가끔 화를 내며 이렇게 말합니다.

   "왜 엄마, 아빠만 마음대로해!"

   "나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과잉 사랑이 실패로 돌아오는 것 같아 저희는 혼란에 빠지지요.

가끔은 저도 아내와 함께 하나 더 낳는게 나을지 고민합니다.

허나 지금은 좀 늦은듯^^

 

 외동아이를 키운 사회 심리학자 수전 뉴먼의 말은 모범 답안 처럼 다가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완전히 몰두하는 것과 아이의 인생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 아이와 함게 시간을 보내는 것과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 아이를 보호하는 것과 독립심을 갖게 하는 것, 표현의 자유를 허락하는 것과 규칙을 고수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 것"이다.

너무 교과서처럼 들리시지요? 역시 육아는 수행을 넘어 고행의 길이 아닐까 싶네요.



 뒤로 물러나서 아이를 바라보며, 차라리 부모 자신의 삶을 누릴 줄 알는 것이 아이를 위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진 찍고 글을 끄적이며, 아내는 뒤늦게 못다한 공부를 시작한 것이기도 하구요.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리라 믿습니다.

  

외동아이를 선택한 저는 뜬금없이 삼위일체론을 떠올렸습니다.

기독교에서 하나님은 '성부, 성자, 성령'의 각 위격을 가지며 하나로 완벽하다는 교리입니다.

아빠인 나는 성부, 아내는 성령, 아이는 성자로 각자의 위치를 가지며 함께있어 완벽하다고 믿습니다!

아이가 둘인 4인가족이라면 불교의 네가지 성스런 진리인 '사성제(四聖諦)'를 떠올리면 어떨까요? ^^ 왠 개똥철학이냐구요?

모든 수행에는 철학이 있어야 하니까요.

  

아이가 하나 든 셋이든 부모가 가족을 완전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행복하게 생각한다면 아이에게 훨씬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누군가 "외동아이로 만족하시겠어요?"라고 묻는다면, 저의 대답은 무조건 "예!"입니다.

 

 

 

s_바다와 소년2.JPG

<태어나서 6년 4개월>

IP *.37.122.77
프로필 이미지
December 04, 2012 *.1.111.153

좋아요 ^^ 글도 사진도.

프로필 이미지
December 05, 2012 *.37.122.77

고맙습니다. 힘이 납니다!

프로필 이미지
December 04, 2012 *.252.144.139

딸 둘을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매일 싸우는 자매를 보면서 그래도 나중에 크면 서로 큰 의지가 되겠지 합니다.

저희는 넷이니 사성제를 신봉해야겠네요. ㅎㅎ

프로필 이미지
December 05, 2012 *.37.122.77

워킹맘의 길을 멋지게 가고 계신 재동누님!

오인가족을 위해 유학의 오륜이나, 주역의 오행도 준비되어 있답니다^^

프로필 이미지
December 04, 2012 *.169.188.35

자주 이런 말을 합니다.

 

아내에게

당신을 만나 참으로 다행입니다. 감사할 일입니다.

아내에게

딸 둘이 있어 참으로 다행입니다. 감사할 일입니다.

둘이 찌지고 볶고 싸우는 모습 또한 감사할 일입니다.

 

제 경우에 좋았다는 그런 이유로 이런 잘못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총각보고 결혼 안하세요? (결혼하고 싶어도 여러가지 이유로 결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제는 참 많지요._

아이 없는 동료보고 언제 애 낳을 거에요? (애를 낳고 싶어도 못 낳는 사람들이 이제 참 많지요..)

아이 하나 있는 동료보고 둘째는 언제 예정이에요?(양갱님처럼 여러가지 이유에서 하나만 낳으려고 결정한 분들이 참 많지요.) 

 

결혼을 하지 못하는 상황, 아이를 낳지 못하는 상황, 둘째를 가지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배려없이 내지르는 내 말 들이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었던 몇 번의 경험이 있습니다...

 

=

 

소중한 아들과 소중한 아내와 좋은 시간 만들어 가시길...

 

프로필 이미지
December 05, 2012 *.37.122.77

딸 둘! 꽃밭에서 사시는군요.

언제나 고맙습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겔러리 목록